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보고

By | 2011-07-10

아…이것 참…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찾아서 보고 말았다. 역시 보고나니 복잡한 심경이랄까… 얇팍한 MBC의 기획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국의 탄광노동자로 대처 정부에 대항하여 장기파업을 벌이던 빌리의 아버지는 아들 빌리가 발레에 재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곧바로 그 한밤중에 빌리를 가르치는 발레선생의 집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선생으로부터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빌리의 가능성으로 이미 그가 선생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배신자로 낙인찍힐 결심은 한 상태였다.  빌리의 아버지는 잔인하게도 같은 탄광노동자이자 탄광으로 출근하는 배신자들의 버스에 달걀을 던지는 큰아들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큰아들은 버스안에서 아버지를 확인하고 담을 넘어 출근버스에서 내리는 아버지에게 달려간다.  그렇게 강성이었던 큰 아들도 아버지가 버스에 탔던 이유를 듣자 그 행동이 현재로서는 어쩔수 없이 가장 최선의 방법임을 알고 아버지와 함께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빌리네 가족은 돈이 없어 죽은 어머니를 느낄 수 있었던 마지막 유품인 피아노마저 땔감으로 써야했던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큰아들이 아버지와 큰 소리로 울었던 것은 지금껏 철옹성같이 지켜왔던 자존심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것은 오랜 팬으로서는 반가운 것이었지만 임재범으로서는 탄광에 출근해야할 이유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엔 임재범을 반기는 나는 탄광운영자쯤 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임재범이 그 오랜 파업을 끝내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아마 그로서는 큰 아들과 함께 엉엉 울어야 할 장면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 그 중에서도 보컬들은 그나마 탄광에 나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처지이긴 했다. 나 역시 시나위 1집 시대의 록음악 팬으로 임재범이 머리를 자르고나와 솔로로 데뷔한 것을 보고 ‘변절자’라 불렀고 임재범으로서는 바로 나같은 사람의 손가락질이 가장 두렵고 피하고싶은 것이었으리라.

사실 임재범이나 김태원, 유현상, 김도균, 신대철 등은 나같은 매니아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웠다기 보다 스스로 세워놓은 평생의 기준을 허물고 야합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참기 힘들었으리라  록커의 자존심은 꽤나 완고하고 고지식한 것이어서 만약 그들이 복싱시합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상대선수가 왼쪽 갈비뼈에 부상을 입은채로 링위에 등장했다면 절대로 왼쪽 갈비뼈를 치지않고 이기려 했을 것이다. 그들의 곤조와 완고함은 상대방을 언제나 정면에서, 그리고 가장 두꺼운 부분을 허물어 진정한 파워로 이기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니 그들이 얇팍한 상술과 볼거리, 흥미로 관객을 유도하는 음악을 경멸함은 당연하다. 프로그램에서 신대철이 돈되는 세션맨 생활을 어느 순간 막바로 접은 것, 임재범이 앨범을 내놓고 도망간 것이 그들의 성향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일화가 아닌가 . 그런 그들이고 그들의 DNA가 이승철이나 김종서같이 어느 정도 변형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그들이 하고있는 일이 사실은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고 김태원과 임재범이 결연하게 말하듯.. 이제 그들은 가장 원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얻어낸 팬들의 관심을 그들의 본래 DNA로 돌려놓으려는 작업을 하려는 참이다.

하하…그러니 참 딱 이런 시기에 그들의 모습에 마이크를 들이댄 MBC가 참 가혹해 보인다는 거다. 사실 팬 입장인 나야 탄광경영자처럼 볼만 하지만(어차피 속물이기 때문에 말이다)  값싼 감동으로 상처받은 왼쪽 갈비뼈에 굳이 펀치를 날리려는 상업성은 효과는 만점이지만 웬지 공정한 경기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기준이 아닌것으로 주목받는 지금이 성공이라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김태원, 임재범이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직 그들이 말하는 록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이다) 그들은 지금의 시기를 쓴웃음으로 견디어내면서 탄광에 출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P.S – 제길…노총각 김도균의 17년된 차와 한구석에 찌그러져 익숙하게 김치볶음밥을 들이키는 모습은 젠장할…가슴이 아프다… 그 당시 지금의 김연아보다 인기있었던 최윤희와 결혼한 직후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토크쇼에 아내와 함께 출연한 유현상에게 곤란한 질문들이 쏟아졌을 때 유현상의 표정이란…제길….에이…내가 왜이렇게 속이 상한지 모르겠네…잔학무도한 MBC놈들 같으니라구…어쨋든 괜히 봤다~ 허흑~

P.S 2 – 신해철을 같은 로커의 반열로 프로그램에 소개한 것은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서는 좀 수치스럽다 생각된다. 윤밴은 몰라도 말이다..

P.S 3 – 사실 락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곤조도 위에 말한바와 같이 그렇지만 그런 음악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곤조와 자존심도 거의 그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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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보고

  1. 야간비행

    방금 ‘나는 록의 전설이다’ 를 다 봤습니다. 언급되었던 부활, 시나위, 백두산을 80년대 중반에 실시간으로 공감하는 세대들보다는 약간 뒤의 세대지만… 역시 복잡한 심정이 드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 음악적 기반은 8할이 어떤날인데…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의 동아기획과 하나음악에 대한 감정이… 추구하는 음악성은 좀 달랐지만 기본적인 감정 자체는 비슷하게 이입이 되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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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그쵸? 참 경게선을 긋기 힘든 미묘함이 있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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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eve Vai

    그냥 삶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그냥 Rock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걸 … 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MBC가 앵벌이 시키면서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하고 편집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애써 외도를 하거 있다거나 변질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본질을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아무도 없을 것 입니다.

    조롱하듯이 옆도 보면서 목표를 향해서 가면 되는 겁니다.

    오지오스본에게 뭐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 그 쪽과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Rock하는 사람 중 머리만 깍아서 방송을 시키면 … 돈을 번다.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

    이런 이야기를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 하는 미디어들이 문제입니다.

    미디어 들이 뭘 했죠? Rock을 위해서 …

    그래도, 용돈 아껴서 산 … 아시아나 LP는 제가 제일 아끼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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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록의 전설이다…라는 제목치고는 음악에 대한 얘기가 너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목이 한국 유명 록커 잔혹사…라는 것이 어울릴뻔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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