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작성을 위한 세가지 부스터

By | 2011-06-29

파워포인트 블루스 연재와 강의 내내 나는 80%의 기획과 20%의 작성/프레젠테이션을 강조해왔었다. 슬라이드 작성은 기계적으로 빠르게 하라고 말이다. 독자 몇 분은 이에 대해 ‘기계적인 작성’의 실체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하면서 가능하다면 그 방법도 알고 싶다고 했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작성속도가 내가 말하는 ‘기계적인 작성’ 기준에 부합하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면서 말이다. 비슷한 질문을 여러번 받고 나서야 나는 ‘기계적인 작성’의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하지 않은 채 20%의 남은 시간에 빠르게 작성하라고 독자들을 다그쳤던 내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등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한다는 스스로의 원칙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이제부터는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려고 한다.

지난 연재까지 나는 플롯(Plot)에서 시작해 시퀀스(Sequence)를 다루는 부분까지 범위를 좁혀오면서 주로 전체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이제부터는 그 범위가 좀 더 좁아져 한 장의 슬라이드내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플롯에서 시퀀스를 설계하기 까지는 굳이 파워포인트나 키노트가 필요 없었다. 아니, 열어서는 안되었다. 손으로 쓰는 노트나 마인드 맵, 노트 앱 등이 기획단계에서 열어야 할 도구들이니 말이다. 슬라이드 단위의 기획 역시 아날로그적 방식이 더 도움이 된다. 스토리보드 노트 등이 이 단계에서 유용하지만 필수적이라 하지는 않겠다. 어쨋든 분명한 것은 이제 파워포인트를 비로소 열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각 슬라이드내의 내용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기계적인 작성’에 대한 나만의 기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아마 기계적인 작성에 대한 매커니즘을 이해하고나면 슬라이드 레이아웃을 잡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에 수자원공사에서 있었던 파워포인트 블루스 실기교육의 첫 머리에서 나는 교육생들에게 아래와 같은 슬라이드들을 작성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각 1분 내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의 슬라이드는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슬라이드로 도형 마스터만을 사용해서 전체 내용의 구도를 잡은 것으로 1분이면 만들어낼 수 있다. 위와 같이 일차적으로 구도를 잡아놓으면 내용을 채워 넣는것은 순식간이다. 이미 MS Word나 자신의 노트엔 저 빈칸에 채워져야 할 내용들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위 슬라이드는 스티브 잡스 형식의 슬라이드로 낸시 두아르떼의 Slide:ology내에 소개된 HealthyWaters.org의 사례를 그대로 흉내내 만든것이다. 수자원공사라는 기업에 적합한 내용이기도 했거니와 저 많은 병들을 배치하는 것이 예제로 사용하기엔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병의 그림은 파워포인트 내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인터넷 등에서 찾아낸 것으로 교육생들에게 미리 배포된 상태였다. 그러니 저 슬라이드는 이제 1분 이내에 만들 수 있다.

자 첫번째 슬라이드를 만들어보자. 먼저 도형 마스터에서 왼쪽에 배치될 도형을 복사해오자.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하좌우의 폭 등을 고려해서 적당히 마우스로 크기를 조절해보라. (두번째 슬라이드는 어떻게하면 가장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 연구해보라. 다음 연재때 해법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것을 복사해서 (Ctrl+C) 3개의 똑같은 도형을 더 만든다. (Ctrl+V)

이제 배열해보자. 첫번째와 네번째 도형만 위아래 폭을 맞춰서 놓는다

이제 4개의 도형 전체를 선택, 좌측으로 정렬한다

그리고 세로로 균등하게 배열하라. 처음 도형을 복사해 와서 이렇게 배열하기 까지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제 두번째 도형을 위해 다시 도형마스터에서 해당 도형을 복사해오라.

복사해온 도형을 이미 배치한 왼쪽의 도형높이에 맞추어 늘여준다.

맨 오른쪽에 하나가 더 필요하므로 역시 복사한다

전체 슬라이드에 균등하게 배열하기 위해 왼쪽 4개의 도형을 그룹으로 묶고 전체를 선택한 다음 가로간격을 동일하게 배치하는데 이때 ‘슬라이드에 맞춤’ 옵션에 체크를 하면 슬라이드 전체에 균등하게 배열된다

자 이제 중간에 있는 도형에 선을 그려 넣을 차례다. 처음 선을 그린 다음 선의 굵기과 색을 맞추기 위해 일일히 조정할 필요가 없다. 중간에 있는 도형을 선택에 ‘개체 스타일 선택’을 한다음 방금그린 라인에 ‘기본값을 적용’ 기능을 적용하면 라인은 도형의 라인과 똑같은 스타일로 바뀐다. 이른바 ‘스타일 복사’인 셈이다. 이제 선을 중간도형의 폭과 같게 조정한 다음 아래 그림과 같이 위아래에 하나의 라인을 더 그려넣고 선 5개를 모두 선택하여 세로 간격을 동일하게 배치 한 후 위아래 라인을 삭제하면 도형 내부를 정확히 4등분할 수 있다.

이 세개의 라인 역시 그룹으로 묶은 후 중앙의 도형과 배열해주면 관리가 편하다.

나머지작업 역시 위에서 한 정렬과 배열 작업의 응용일 뿐이다.

이 실습교육을 받은 교육생들은 대부분 파워포인트에 익숙치 않은 초급수준의 기획자들이었는데 처음엔 1분이내에 이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지만 실습과정이 이어질 수록 손놀림이 빨라졌고 중급수준의 교육생들은 거의 1분 정도에 저 슬라이드를 그려낼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의 기능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위에서 내가 설명한 기능들은 거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능을 아는것 보다 어떻게 전술적으로 빨리 적용시키는 가가 관건이다.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등의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들은 문서작성 도구이기 전에 그리기 도구이다. 하이브리드 슬라이드와 같이 복잡한 내용이 담겨있는 형식이라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정렬과 배치 기술이 생산성을 몇 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된다. 그 핵심요소들을 정리해보자

  • Ready-Made Style : 도형마스터 등 미리 만들어 놓은 요소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줄여준다. 이건 도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텍스트 단락을 미리 정의해 놓고 복사해서 사용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 정렬과 배치 : 마우스로 일일히 도형을 이동시키는 번거로움을 단번에 해소해 주는 기능이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전술은 마우스의 클릭 숫자와 드래깅 시간 등을 드라마틱하게 줄여준다.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아래는 결국 저와 같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해야할 일들을 나타내고 있다. 각각의 도형을 하나하나 그리려면 아래의 11가지 작업중 도형선택, 그리기, 색채우기, 라인두께, 라인색상, 그림자, 투명도 설정 등 적어도 7가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슬라이드 내에 들어갈 도형이 아래와 같이 17개라면 이들 도형들을 일일히 그리는 데에만 100번 이상의 마우스 클릭이 필요하다.

텍스트 단락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마 위의 도형 구도에 덱스트로 이루어질 단락이 삽입된다면 최소 9개 정도 된다. 그 각 단락은 아래와 같이 최대 13번 정도 매만져줘야 하니 이 역시 120번 이상의 클릭이 필요한 일이다.

이 복잡한 내용을 배치하는데에는 또 100번 이상의 클릭과 드래깅이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니 슬라이드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적게 잡아도 300번 이상의 클릭과 수십번의 드래깅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니 슬라이드 한장을 작성하는데 30분~1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300번의 클릭은 거의 최소치다. 위에서는 도형을 선택하는 것 등의 행위 하나하나를 클릭 한번으로 잡았으나 사실 내가 원하는 도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도형’기능을 선택하고 거기에서 ‘기본도형’을 선택한 후 다시 그 기본도형에서 ‘직사각형’을 선택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거의 1,000번에 육박하는 클릭을 해야 한장의 슬라이드가 겨우 나올수도 있다.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Ready-Made Style, 맞춤/배열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환경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도구들이 내 곁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Round-Trip을 막아 불필요한 시간을 절약해준다. 예를 들어 파워포인트 2003에서의 내 도구모음배치는 언제나 이런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별도의 클릭이나 메뉴를 펼치지않고 내가 원하는 기능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파워포인트 2007과 함께 나온 리본 인터페이스는 이런방식의 접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이로 인한 생산성저하가 너무 컸던 나머지 나를 비롯한 파워포인트 파워유저들에겐 외면받았다. 파워포인트 2010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리본 메뉴는 그대로이지만 이들을 구미에 맞게 사용자화 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파워포인트 2010이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내 나름대로 재구성해 본 리본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주목할 것은 리본메뉴 바로 아래에 있는 빠른실행도구 인데 여기에 가장 빈번히 사용하는 기능들을 모아 넣었다. 리본 메뉴의 우측 절반은 표와 관련된 메뉴로 가득차 있고 왼쪽은 빠른실행도구의 보조역할을 한다.

빠른 실행도구 및 리본메뉴 모두 사용자화가 가능하다. 위 도구바는 마치 파워포인트 2003을 연상케 한다.  아래의 리본 메뉴 역시 Home이라 명명한 새로운 리본 메뉴를 만들어 넣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기능은 오른쪽 Draw바에 있는 스포이드 모양의 아이콘 두개로서 이 아이콘은 도형의 스타일을 복사하고 붙여넣는 일을 한다.  사용자화 된 메뉴는 편리하게도 따로 화일로 저장하여 Import/Export가 가능하다.

리본메뉴에서 오른쪽 마우스버튼을 클릭하면 ‘리본메뉴 사용자지정’메뉴가 나타나며 이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사용자화 윈도우가 나타난다.  이 창을 통해 사용자지정 메뉴를 가져오거나 내보낼 수 있다. 위에서 만들어 놓은 리본메뉴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Link)

자 정리해보자. 아래의 세가지가 파워포인트 블루스가 주장하는 기계적으로 빠른 작성을 도와주는 세가지 부스터이다.

① Ready Made Style : 작성시간을 근본적으로 단축시킨다. 통일감을 유지시킨다

② 정렬과 배치 : 컨텐츠 배치시간을 줄인다. 손으로 배치하는 것 보다 깔끔하다

③ 도구 환경설정 : Round Trip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①의 경우 자신의 문서 작성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는한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주변을 통해 보아왔다. ②의 경우는 습관화 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은 초보자나 중급자를 막론하고 효과적이다. 일단 도구의 배치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우스 포인터를 특정 지점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위의 세가지 방법과 함께 이전에 연재했던 생산성관련 포스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Facebook Comments

4 thoughts on “빠른 작성을 위한 세가지 부스터

  1. 늙은여우

    초반 언급하신 복사에 관한 말씀에서, ‘Ctrl+D’기능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막상 저도 안 쓰고 있습니다. 이 기능이 3~4번 복사를 연속으로 하다보면 의외로 간격이 미세하게 틀려지더라구요. 게다가 정렬,맞춤기능이 있어서 그닥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하고…

    2010에는 그런 인터페이스 기능이 있는줄 몰랐네요.
    말씀처럼 기계적으로 작성을 하다보니 2007 인터페이스에서도 그냥 기계적으로 익숙해져버리다보니 2010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는데…저도 2010세팅에 들어가야겠습니다 ^^

    Reply
    1. demitrio Post author

      네 2007보다는 좀 나아보여요~

      Reply
    1. demitrio Post author

      오랜만에 오셨군요 ^^ 감사합니당~

      Reply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