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 7일 새벽에 발표한 애플의 소프트웨어 트로이카는 IT업계에 다시금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가 iCloud를 발표하면서 마지막에 One more thing으로 언급한 iTunes Match란 서비스는 정말 메가톤급 폭탄과 같은 선언이었습니다. 아이튠즈 매치는 iOS 5와 함께 올 가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서비스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어떤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벌써부터 뉴욕타임즈, 포브스, 타임 등 메이저 언론사들이 서로 바쁘게 기사와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저도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 서비스의 실체와 미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해외 메이저 언론사들과 맥관련 뉴스사이트 기사를 모두 읽어보고 나름대로 이 서비스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아이튠즈 매치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iTunes Match의 작동원리

iTunes Match는 연간 24.99$를 결재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 하게될 일은 ‘스캔’입니다. 먼저 아이튠즈로 하여금 내 컴퓨터에 있는 음악 컬렉션을 ① 스캔하도록 합니다. (25,000곡까지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스캔버튼 한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실행될 겁니다. 아이튠즈는 각 음악화일에 붙은 Tag를 읽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1,800만곡의 컬렉션에 해당곡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② ‘매칭’이 되는 곡들의 리스트만 가져갑니다.  음악화일의 Tag 만 올바르다면 그것이 아이튠즈에서 구매한 곡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매칭되지 않고 남아있는 음원들은 수동으로 iCloud에 업로드할 수 있죠.  이렇게 아이튠즈 매치가 스캔한 곡들은 언제 어디서든 최대 10대까지 맥과 PC,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 터치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애플이 제공하는 고음질의 256kbps AAC음원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곡들이 모두 128k나 그 이하라도 상관없이 말입니다. 간단한 구조의 서비스이지만 궁금한 점 또한 많은데 이를 FAQ형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Q1. 불법적으로 얻은 음원들도 모두 서비스 대상인가 ?
  • A1. 네, 그렇습니다. 태그만 올바르게 달려있다면 열악한 품질의 음원을 애플이 제공하는 256k의 고음질 음원으로 모두 대체할 수 있습니다. 개인 뮤직 컬렉션을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로 음질을 업그레이드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죠.
  • Q2. 애플이 스캔을 하면서 내 화일이 불법인지 판단할 수 있나 ? 그리고 그 정보를 저작권사에 넘길까 ?
  • A2. 기술적으로 불법성 여부를 어느정도까지는 판단할 수 있다고는 하나 애플은 그러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을 것이고 개인정보 역시 저작권사에 넘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애플과 저작권사의 정산관계 때문에 일부 정보는 제공될 겁니다. 가령 ‘A란 가수의 B란 노래가 총 200만곡 정도 태깅되었다’ 와 같은 정보말이죠. 이 곡을 구체적으로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애플이 영리하다면 아마도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정보의 수집은 아예 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Q3.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곡은 모두 지워지는 것인가 ?
  • A3.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이 특별히 모든 화일을 애플이 제공하는 256kbps AAC로 교체하지 않는 한 원본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 Q4. 1년후 서비스를 해지하면 지난 1년간 애플에서 다운로드 받은 화일들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
  • A4.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에서 다운로드 받은 고음질의 음원들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DRM이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유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정책 때문에 ‘음원세탁’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 Q5. 내가 가지지 않은 음원은 기존과 같이 사야하는 것인가 ?
  • A5. 그렇습니다. 아이튠즈 매치는 음원 구매와는 상관없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그러므로 없는 음원은 어디서든 구매하여 새롭게 컬렉션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 Q6. 아이튠즈 매치는 스트리밍 서비스이기도 한가 ?
  • A6. 아마 아닌 것 같습니다. 키노트 당시 잡스는 스트리밍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3G 네트워크상에서 256kbps란 고음질의 음악전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국내 AT&T나 버라이즌은 이를 감당해낼 네트워크 대역폭이 안됩니다. 애플이 이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 Q7. 그럼 이 서비스를 구매함으로 인해 예전의 불법다운로드는 면책 받는다는 의미인가 ?
  • A7. 아닙니다. 이 서비스를 구매한다고 이전의 불법적인 행동이 사면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애플이 정보를 저작권사에 넘기지는 않겠지만 이전까지 해왔던 대로 저작권사들이 토런트등을 이용하여 공유되고 있는 증거를 밝혀낸다면 여전히 그러한 과거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의 승자는 누구인가

전 2000년을 전후하여 제가 가진 CD 300장을 리핑하는 것으로 디지털 음원 컬렉션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CD를 사모으고 리핑하는 작업을 반복하였고 이 과정에서 여러 웹하드에서 불법적으로 음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전 부터는 불법적인 음원을 거의 버리고 벅스와 같은 음원유통사를 통해 계속 앨범을 사모은 끝에 10여년이 지난 지금 16,000곡의 컬렉션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중 90%가 영미권 락음악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128k로 리핑되었고 최근에서야 192k 음질의 음원을 사모으는 중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태그와 앨범커버 등을 정비해야 할 숙제를 안고있고 저는 틈틈히 그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 아이튠즈 매치라는 서비스가 1년에 단돈 24.99$로 나타났습니다. 256k의 고음질이며 클라우드에 모든 컬렉션이 올라가 있어 다른 장소에서도 제 아이폰에 곡들을 싱크 시킬 수 있는 그런 서비스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예전에 모아둔 불법적인 음원들까지 모두 서비스 대상이고 저 그림에서 보듯 아직 음반커버조차 없는 곡들도 모두 고화질의 음반커버로 뒤덮을 수 있습니다. 전 당.연.히. 구매합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저렴한 서비스가 사기는 아닐까 의심까지 하면서 말이죠.

음반사로서는 왜 이런 터무니 없어 보이는 미친짓에 가담을 하게 되었을까요 ? 그들은 불법 다운로드을 추적하고 해적음반을 단속하며 복제가 불가능한 CD를 개발하는데 오래전부터 많은 돈을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밝혀내지 못한 검은거래의 흐름으로부터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지도 못했죠. 이 가운데 애플이 메이저 음반사를 설득해 새로운 고정수입원을 만들어 준겁니다. 24.99$에서 70%가 음반사와 저작권자가 가져갈 몫입니다. 판매되지도 않은 음원에 대해 고정수입이 생기는 거죠. 얼마전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는 잡스가 직접 이들을 설득했으며 선인세로 1억 5천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애플은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150억곡을 팔아치웠고 2억 5천만 계정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중 5천만명이 서비스에 가입한다면 음반사는 매년 8.7억달러 정도를 라이센스료로 벌어들이게 됩니다.  음원은 음원대로 팔아서 돈을 벌고 추가적으로 팔지도 않은 불법다운로드 등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아 두번 라이센스료를 챙기게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건 그리 나쁜 딜이 아닙니다.  애플과 비슷한 서비스를 먼저 발표했던 아마존과 구글의 경우는 사용자들이 업로드한 화일을 웹을 통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음반사들과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은 클라우드 음악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단순히 스토리지를 빌려주는 것이므로 음반사가 바라는 라이센스료 관계는 없다고 한 것인데요. 이때문에 상대적으로 애플의 아이튠즈 매치가 음반사들의 호감을 샀는지도 모를일입니다. 어쨋든 아이튠즈 매치 매출의 70%는 음반사로 갑니다.

지금까지 사용자와 음반사 모두 윈-윈 입니다. 그럼 애플은 이 서비스로 뭘 얼마나 벌어들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뉴욕타임즈 블로그의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음원은 128k입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것은 256k죠. 평소 3천곡을 저장해 다닐 수 있었다면 아마도 아이튠즈 매치를 가입한 후에는 1500곡으로 떨어질 거란 겁니다. 결국 애플은 이 서비스를 통해 좀 더 큰 용량의 가격이 비싼 기기를 더 많이 팔게될 거란겁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는 것도 이런 노림수때문이란 거죠. 전혀 말이 안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애플로서는 이외에도 얻는것이 정말 많습니다. 차세대 음원서비스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뿐만 아니라 Mac-iOS-iCloud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줄 수 있는 컨텐츠 서비스가 될테니 말입니다. 불법음원들까지 구제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은 신규사용자까지 끌어들이게 될 것이며 이것이 생태계 확산으로 이어질게 뻔하니 더 큰 용량의 기기를 팔아치우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도  애플에겐 호재입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사용자-음반사-애플이 Win-Win-Win하는 구조를 애플이 또다시 만들어 낸겁니다.

애플은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가 아이팟의 판매를 기록적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사용자들을 그에 묶어둘 수 있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이폰-아이패드 판매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경험을 이번에도 잘 살려냈습니다. 음반사에게 70%의 이익을 나누어 줌으로써 그들을 끌어들인게 결정적이었죠.  아마 향후에는 미디어계에 있어서 애플은 빅브러더가 될겁니다. (사실 애플이 빅브러더가 되었을때 어떤 횡포를 부릴지 예측조차 안됩니다만)  경쟁자들은 계속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다가 다시금 애플에게 호되게 뒷통수를 얻어맞고 말았습니다. 결국 아마존과 구글이 애플의 사업모델을 굴욕적으로 따라가게 될런지는 정말 관심거리입니다.  잡스가 바짝 마른 몸을 힙겹게 이끌고 키노트 무대에 섰던 것은 아마도 이런 짜릿함을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전달하기 위해서였을겁니다. (그러고도 남을 위인입니다~ 구글과 아마존을 깎아내릴때의 그 자신만만한 표정을 상기해 본다면 말이죠)

 

남은 이야기들

 

일단 애플이 현재 넘어야 할 산은 위 그림과 같이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불법복제를 애플이 알아낼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일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만 명확해 진다면 사용자들이 대거 늘어나는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사용자들이 아마존이나 구글로 가지 않을것은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애플은 25,000곡까지 24.99$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해 아마존은 20,000곡에 200$이니 누가 가겠습니까. 베타서비스중인 구글 뮤직도 고민이 많을 겁니다.  이들 두 서비스는 애플과 달리 실제로 사용자들이 필요한 만큼의 스토리지를 제공해야 하는 원가부담도 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애플의 아이튠즈 매치는 현재로선 미국에서만 서비스 계획이 잡혀있습니다. 음원에 대한 저작권과 라이센스는 나라마다 하나씩 풀어야 하는 문제로 전세계적인 일괄타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애플은 수년전 LaLa를 인수하면서 이 서비스를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음원에 대한 메타데이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겁니다. 이 메타데이타를 바탕으로 우리의 하드디스크를 뒤지고 다니면서 곡들을 매칭시킬테니 말이죠. 아마존이나 구글은 이 부문에서 애플의 부가서비스에 뒤쳐지게 될 것입니다. 이들 두 경쟁사들은 사용자들의 음원 태그등은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저 스토리지만 내주고 자신의 컬렉션을 듣도록 한다면 말이죠.

애플이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질 수 있는 잇점은 메타데이타를 통해 통합적으로 특정 곡이 얼마나 인기있고 그 곡들간의 관계를 따져 사용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따져 그들에게 새로운 음원을 판매할 수 있는 곡추천을 정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이 매커니즘이 가장 잘 구축되어 있는 서비스는 판도라입니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사용자들의 경험치를 메타데이타로 축적해왔으며 그 경험치는 현재 상당히 정교합니다. 판도라는 웹을 통해 라디오 형태로 한곡한곡 들려주며 이 경험치들을 조금씩 획득해왔는데 애플은 이보다 더 정교한 경험치를 단숨에 얻어낼 것으로 보여집니다.  애플은 지금도 iTunes Essential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앨범이 아닌 플레이리스트를 사용자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리스트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리고 그동안 지니우스란 서비스를 통해 허락한 사용자에 한해 그들의 경험치를 가져갔었습니다.  이제 아이튠즈 매치 서비스를 통해 이 기법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한달에 10곡을 사던 고객들을 30곡을 사는 고객으로 만들게 될겁니다.  애플의 iOS기기 대수와 음원판매 그래프를 한번 비교해 보면 그 사실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우리나라는 ?

국내에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와 매치 서비스가 들어올 가능성은 요원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일단 음원판매에 대한 저작권 협상을 벌이는 일만해도 미국이나 기타 서구 국가들에 비해 상대해야할 파트너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음원에 대한 메타데이타 표준화나 정산 체계등 산적한 문제가 많죠.  부끄러운사실은 각 뮤지션에 대한 디스코그라피, 바이오그라피, 음반평 등 음악서비스를 위한 기본정보들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제가 제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쪽입니다. 대부분의 음원 유통사들이 음원을 팔아치우는데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음악을 좋아하고 장인 정신을 가진 마땅히 도와줄만한 그런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음원이 너무 헐값에 거래되는 것도 (소비자로서는 좋지만 9,900원에 150곡이면 좀 너무한 수준이죠)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볼 때 정말 절망감을 느낍니다.

애플이 국내에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라 국내 음원유통사들이 정신 차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런 후진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더욱 걱정됩니다. 어차피 음반시장 자체가 디지털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렇듯 발전이 더디다면 한국판 매치 서비스나 훌륭하게 잘 정리된 추천서비스 등은 앞으로 영원히 기대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정말정말 걱정됩니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했을 때 정신못차리던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생각납니다. 음원 서비스도 좀 그렇게 될 수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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