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일기 : 하노버승마클럽

By | 2011-05-16

하노버 승마클럽 전경 : 위의 왼쪽 건물이 말들이 있는 마실, 중간이 숙박시설, 오른쪽 역시 마실이고 그 가운데 실외마장이 학교 운동장만큼 시원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시설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거의 일주일동안 몸살때문에 끙끙거리고 누워있으면서 이번 주말 승마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금요일쯤 가끔 찾아오는 몸살에 특효약인 NyQuil과 DayQuil을 번갈아 먹고나서 토요일쯤엔 몸이 가뿐해졌습니다. 이 약이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지만 저에게는 효과가 직빵이라 안먹을 수 없었죠.  일요일 아침의 날씨는 정말 청명했습니다.

오늘은 승마 기초반 실기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마님께서 ‘수고하시는 코치님들을 위해 도너스를 사가야 한다’라는 명분을 주장해 참으로 공교로운 때에 던킨도너츠 20개를 사무실에 진상하고 승마복으로 갈아입었죠. 가운데 보이는 조동욱 교관은 상자를 보자마자 시험통과를 약속했답니다 ^^

왼쪽이 한준희 팀장(클럽의 살림을 담당), 가운데가 조동욱 교관, 오른쪽이 마님. 테이블위에 놓인 도너스 상자가 뇌물이다

오늘 실기 테스트는 실내마장에서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다니는 하노버 승마클럽의 시설들은 대륙적이고 호방하다 할 정도로 큼직큼직합니다.

까페 스타일의 클럽하우스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실내마장을 구경할 수 있다. 실내마장은 국제규격인 50m x 70m라고 하는데 승마수업을 두세군데서 나눠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넓다.

이 실내마장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규사가 깔려있습니다. 모래는 말이 달리면 계속 미세하게 부서져 먼지가 날리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말을 타보니 바닥면의 느낌이 다르더군요. 축구경기전 잔디에 물을 뿌리듯 실내마장도 교육전에는 스프링 클러로 물을 뿌려 촉촉함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전혀 먼지가 날리지 않죠

실내마장의 바닥은 모래가 아닌 규사란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려 촉촉하게 젖어있다

스프링클러는 어디에 있을까요 ?  머리를 들어 실내마장의 천정을 보니 스프링클러들이 촘촘하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물을 뿌리고 트랙터로 바닥을 고르게하고 수분이 골고루 스며들게끔 합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천정에 가느다란 호스에 매달린 스프링 클러가 촘촘하게 설치된 것이 보인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마실에서 말들을 데려올 차례군요. 오늘은 마님이 지난주 제가 탔던 ‘자이언트’를 탔습니다. 전 처음 타보는 ‘산드로’ 를 배정받았습니다. 마실에 가니 최명진 감독님과 조상은 코치가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사무실보다 마실이 클럽의 사랑방인듯 합니다. 최명진 감독님은 작년까지 삼성전자 승마단 감독을 지내시고 수많은 국가대표를 길러낸 분입니다.

말들을 실내마장으로 데려와 복대를 조이고 등자끈의 길이를 조절해주었습니다. 말을 타기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일이죠. 지난번엔 복대끈을 까먹고 말에 타려다가 안장이 훽~ 돌아가는 바람에 안장을 다시 올려준 적도 있습니다 -.- (초보적인 실수죠) 제가 탄 산드로는 순하고 말도 잘듣더군요. 오늘 테스트는 문제없을거 같습니다. 이제 열 다섯번 정도 말을 타면서 느낀것은 말을 조종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라는 겁니다.  말 등위에서의 제 미세한 행동을 말이 알아듣고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왼쪽 고삐를 딱 1센티만 부드럽게 당겨도 말이 왼쪽으로 가려고 하거든요. (물론 이건 경험이 필요합니다만)

말을 타는 자세는 저보다 마님이 훨씬 더 좋습니다. 저는 컴터앞의 꾸부정한 자세를 말위에서 고치느라 애를 먹었죠.  게다가 힘을 뺄곳과 줄곳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님은 속보에서도 강점을 보입니다. 저보다는 훨씬 부드럽거든요. 그러나 제가 강점인 부분도 있죠. 말을 컨트롤하는 능력입니다.

테스트에 들어가기전 실내마장을 크게 평보로 돌면서 말과의 싱크로율을 올리고 자세를 가다듬었습니다. 제가 탄 산드로는 마구가 새것이라 마치 새로산 축구화를 신은것 처럼 약간 둔탁한 느낌이었지만 순하고 말을 잘 들었습니다. 느낌을 보니 오늘 테스트는 문제없을것 같습니다

마님의 테스트장면. 평보로 8자 형태를 그리며 크게 도는 테스트이다.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시작했는데 8자 코스로 도는 방향전환에서 좋은 점수를 땄고 좌속보는 반타작, 경속보는 좋은 점수를 받아 테스트에 통과했습니다. 마님이 탄 자이언트는 지난주 제가 느낀것 같이 속보로 보내는데 어려움이 많아 다시 마실에 넣어두고 산드로로 테스트를 치르기로 했죠.  우리 부부는 둘 다 간신히 통과했고 총점은 제가 1점 더 앞섰습니다 ^^

하노버 승마클럽은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체험승마를 하는 곳도 있거든요. 마침 10여명의 한가족이 몰려와 아이들이 체험승마를 하는 모습을 보게되었습니다. 말들도 아이들에 맞게 작은 녀석들이 나서죠. 가격을 물어보니 20분에 3만원이라더군요. (제 생각에도 이 가격은 괜찮아 보입니다) 말 하나하나 마다 사진과 같이 말을 다룰 수 있는 분들이 일일히 붙어있어 말이 돌발적으로 행동하는걸 막아줍니다. 애들도 엄청 신나하더군요.

체험승마장은 날개처럼 펼쳐진 승마클럽 반대편 날개에 붙어있습니다. 산세가 좋고 사진과 같이 풀밭이 참 보기좋죠. 오늘은 정말 말을 타기엔 좋은 날씨였습니다.

승마클럽은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데 서울에서는 조금 멀지만(차로 65km) 주말 나들이 코스로는 아주 좋아보입니다. 안성엔 서일농원, 남사당 전수관이 있어 승마클럽까지 하루코스로 묶으면 훌륭한 가족나들이가 되겠더군요.

하노버 승마클럽의 가장 큰 장점은 뒷산을 끼고도는 훌륭한 외승코스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님이 승마를 배우는 목적 중 하나도 이 외승코스를 누비고 싶어서랍니다. 올 가을쯤이면 외승나갈 실력이 될 것 같은데요. 기대됩니다

클럽내에는 크고 작은 실외마장들이 많습니다. 이 사진은 클럽하우스 바로 위쪽의 잔디마장인데요 지난주에 탔던 곳입니다. 산중턱에 있어 경치를 내려다보는 맛도 있죠. 이런 잔디마장이 두개 정도 더 있습니다. 이 마장만 해도 웬만한 학교운동장 만하더군요

이 건물은 승마클럽 사무실입니다. 라커룸과 사무공간,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죠. 클럽하우스(카페테리아) 및 실내마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을 타고나서 시원하게 음료를 한잔하면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입니다. 시원한 유리창 밖으로 실내마장이 보이죠 ? 말타는걸 구경만 해도 재미있답니다.

이제 다음주부터 우리 부부는 중급반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승마는 제가 하는 수영같은 운동에 비해 아직까지는 비쌉니다. 그치만 유일하게 동물과 함꼐 하는 운동이라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더군요. 한번의 강습에 말에 타고 있는 기승시간만 한시간 가량 됩니다.  보통 승마교습은 1회에 8~9만원 정도입니다. (저희 부부도 초기에 한 두군데 승마장을 더 알아본 적이 있었거든요) 보통 10~15회 정도 초급반이 진행된다고 했을 때 과정당 교육비가 100만원을 넘어가죠.

우리 부부는 운좋게도 서울시 간호사협회에서 강습을 단체로 등록하는 조건에 편승해서 거의 절반 가격에 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현재 이런 형태로 모집중이고 (사실 저희 부부가 그렇게하자고 클럽에 졸랐죠) 6월 첫째주에 초-중급반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15회 강습에 66만원이죠. 화당 44,000원 정도인데 이 정도면 거의 저가라 부를만하답니다 ^^

제가 알기론 과천 승마장에서도 무료로 승마강습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민말타기 운동이라는게 있는데 이 캠페인을 이용하면 한국 마사회에서 교육비의 일정부분을 지원해 30만원 정도에 강습받는 방법도 있더군요.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진도 더 열심히 찍어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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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승마일기 : 하노버승마클럽

  1. 늙은여우

    스프링쿨러처럼 의외의 조건이 있어 승마가 비싼거군요.
    아 정말 좋은 가격에 승마를 배울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파나소닉프라자에 있던 조바(승마의자)를 오늘 15분정도 탔는데도 허리가 뻐근한데, 진짜 말을 타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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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저는 승마의자를 안타봐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든데요 ^^; 말도 말마다 반동이 틀려서 유난히 승차감(?)이 덜컥거리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사뿐사뿐 가는 녀석도 있답니다. 요즘도 한시간 정도 타면 다리와 허리가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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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emitrio Post author

      아 참~ 만약 제가 말을 사서 이런 승마클럽에 위탁하면 한달에 사료나 관리비 등으로 80만원 정도를 낸다고 합니다. 게다가 말도 부상도 당하고 하니 이 녀석한테 들어가는 돈이 제일 큰거 같아요. 먹기도 많이 먹고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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