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뻔한 시퀀스 ③

By | 2011-05-15

 

후반부시퀀스

⑨ 예산, ⑩ 추진계획

지금까지 시퀀스 묶음을 초반-중반-후반 세가지로 묶어 표현했는데 이것이 서론-본론-결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10개의 시퀀스를 한꺼번에 다루기 보다 몇 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설명하는게 낫겠다 싶은 의도였다. 사실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은 중반부 시퀀스에 들어있다. 초반부 시퀀스 세 개 (① 목적 및 배경, ② 추진경과, ③ 추진범위)와 지금부터 설명할 후반 부 시퀀스 두 개는 이야기의 변방에 놓여있다. 보고서의 주된 스토리는 실질적으로 ‘최신동향’에서 시작해 ‘기대효과’ 정도에서 끝이난다. 초반부 시퀀스 세 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전 모든 조건을 설정하고 사전 이해를 돕도록 하는 역할을 했고 후반부 시퀀스 두개는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한 세부 체크 리스트를 빠짐없이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
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항상 허들경기라고 얘기했는데 그에 비유하자면 이제 허들은 모두 넘은 셈이다. 그러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허들을 넘은 후 몇 십미터를 더 달려야 골인지점에 도달하게 되니 말이다.

 

⑨ 예산

돈에 대한 얘기라면 이미 ‘대안평가’에서 총액개념으로 제시된 상태이다. 총론적인 합의를 얻어냈다면 이 시퀀스에서 각론에 대해 얘기하라. 기업이나 조직이 어떤 액션을 취하고자 할 땐 항상 돈을 필요로 하고 따라서 거의 모든 해결사 플롯 보고서엔 돈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언제나 재무담당 임원이나 담당자가 배석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공격적으로 맞서 예산을 따낼 생각을 하지 말고 그들의 구미에 맞게 데이타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줘라. 숫자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위 슬라이드는 KT가 아이폰4를 출시하면서 고객들에게 최초 공지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아이폰4 16GB버전을 4GB 데이타 상품으로 2년을 약정하고자 했을 때 매월 얼마의 비용이 들지 위 슬라이드의 자료를 이용해 실제로 계산해보라. 위 자료를 실제로 작성한 담당자를 제외하고 고객 스스로 그것을 계산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위 슬라이드는 그에 비해 훨씬 알아보기 쉽다. 향후 5년동안 진행될 9개 과제에 대해 과제별, 연도별로 투자될 금액을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 만약 특정 항목에 대한 자세한 산출방식과 상세내역을 추가로 요구한다면 그 역시 별첨 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제시해야 한다. (위 슬라이드엔 과제별 누계액이 누락되어 있는 모습인데 그 역시 추가해야 한다)

 

⑩ 추진계획

이 시퀀스에는 추진체계와, 일정이 간략하게 담기는 것이 보통이다.

추진체계는 위 슬라이드와 같이 과제를 수행할 리소스와 역할을 명기하는데 리소스는 투입인력을 의미하며 조직도로 표시한다. 추진체계는 종종 좋은 자원과 투입 리소스의 양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노림수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미 결론은 내려졌지만 이 슬라이드에 이르러서는 회의에 참가한 관련부서간의 크고작은 밀고 당김이 생긴다. 추진체계는 되도록이면 발표하는 그 자리에서(의사결정자가 보는 자리에서) 확답을 받아내는 것이 좋다. 유관부서의 협조문제로 실제로 일의 진행에 난항을 겪으며 이것이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 누군가가 이 문제는 실무적인 회의에서 확정을 짓자고 발언한다면 발표자는 몇 가지를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확정을 미루려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정에 대한 청중의 요구는 주로 특정과제의 순서를 바꾸는 것과 기간을 앞당기자고 하는 문제가 대다수이다.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가 미리 생각해 둔 마지노선과 그에 대한 근거들을 미리 슬라이드 뒤에 준비해두고 있어야 한다.

두 개의 후반부 시퀀스는 앞뒤의 인과관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대신 크고 작은 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부문이므로 오히려 질문에 답하기 위한 근거자료 준비에 더 많은 노력을 요한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기 보다는 단순노동, 타임킬링 작업에 해당된다.

 

에필로그

지금까지 소개한 10개의 뻔한 시퀀스는 기업내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결사 플롯 + 하이브리드 슬라이드 형식에 타겟을 맞추어 설명하였는데 이들 시퀀스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지 전부는 아니다. 세편의 연재를 통해 나는 각 시퀀스들이 인과관계 따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고 한장 한장의 슬라이드, 그리고 슬라이드 내부를 채우고 있는 내용은 모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이며 이들은 일제히 결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직업에 따라 위기-해결로 이어지는 해결사 플롯이 생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나 강사라면 해결사 플롯보다는 담담하게 사실들을 나열하는 서사시 플롯을 선호하여 해결사 플롯에서 설명한 내용들이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컨퍼런스를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전파하는 프리젠터라면 기본적으로는 해결사 플롯에 해당되지만 뻔하게 등장하는 시퀀스들은 위의 10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일 것이다. 고객에게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을 가진 독자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자신에게 맞는 전형적인 틀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개의 뻔한 시퀀스들의 일부나 전체를 그냥 지나치지 말라. 저 10개의 시퀀스에서 몇 개를 제외하고 추가하여 재조합하는 것으로 플롯은 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프레젠테이션 패턴에 대해서는 꾸준히 다룰 예정이니 기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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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10개의 뻔한 시퀀스 ③

  1. 늙은여우

    간단하게 언급하신거 같지만, 경영진에서 가장 관심있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것이 이 마지막 부분이겠죠. 결국 예산으로 결정될것이니…알고보면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파트네요.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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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여기서 나오는 예산은 이미 큰 숫자가 결정된 뒤에 근거를 밝히고 조정을 하는 예산의 개념입니다. 숫자를 가지고 크게 밀고 당기는 부분은 ‘대안평가’부분일겁니다~ 경험상 거기서 나오는 숫자가 제일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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