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뻔한 시퀀스 ②

By | 2011-05-14

중반부 시퀀스

⑤ 현황 및 문제점, ⑥ To-Be 모델, ⑦ 대안평가, ⑧ 기대효과

 

⑤ 현황 및 문제점

현황 및 문제점은 중반부 시퀀스에서 분량이 가장 많은 부분이자 결론에 명분을 주는 역할을 하므로 보통 문서의 첫번째 허들 지점이 되곤한다. 초반부의 마지막 시퀀스격인 ‘최신동향’이 보통 ‘현황 및 문제점’의 시발점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연재에서 등장했던 어떤 게임업체의 ‘최신동향’ 시퀀스를 다시한번 보자. 다음 두 문장이 최신동향 시퀀스가 최종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 이제 Pin-Point 관리 역량이 중요해 졌다
  • 컨텐츠 유통업 형태의 구조가 필요하다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중반부 시퀀스의 첫 타자인 ‘현황 및 문제점’이 이 두가지 메시지를 논리전개의 기폭제로 삼아 아래와 같은 논조로 시작해야 유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아래의 의문점에 대한 분석결과가 이번 시퀀스의 주요 내용이 될 터이다.

  •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프로젝트 관리 역량과 컨텐츠 운영 체계는 어느 수준인가 ?

모든 시퀀스는 마지막에 해당 시퀀스가 주장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고 이는 다음 시퀀스 초반에 연관된 의문으로 바뀌어 이를 처리해 내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다고 하자.

  • 프로젝트 관리 (심각) : 최근 35개 프로젝트의 산출물, 비용, 투입 리소스 40% 이상이 추적불가
  • 컨텐츠 관리 (매우심각) : 아이템별 판매실적 집계불가-같은 코드로 100개 이상의 아이템등록

다음에 이어질 ‘To-Be 모델’ 시퀀스에서는 저 메시지를 이어받아 ‘앞으로 개선될 체계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관리 가능하도록 만들것인가 ?’로 시작하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블루스 연재를 시작하면서 결국 전체 문서는 일련의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이라고 누차 강조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  만약 앞선 시퀀스에서 청중의 머리속에 생겨난 의문이 어디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논리의 비약으로 인해 내용의 상당부분이 설명되지 않고 누락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황 및 문제점은 위 그림과 같이 일종의 화학실험 장치와 같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우리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한 가지 이상의 입력(Input)자료를 필요로 한다. 이 자료를 특별히 고안된 정제장치에 집어 넣어 그 과정을 통해 정제된 결과(Output)을 얻어내는 것이다. Mckinsey, Accenture, IBM 등 고객사의 현황을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해내어 대안을 제시하는 글로벌 컨설팅업체들은 모두 각 주제별로 자신들만의 방법론(Methodology)를 가지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방법론들이 현상을 ‘진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방법론은 여러회사에 걸쳐 적용되었고 계속 수정과 보완을 거친 것이므로 보통 고객사 경영진에게 어느정도 신뢰감을 심어준다. 따라서 신뢰성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컨설팅업체들은 Input으로 쓰일 제대로 된 자료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면 그에 대한 신뢰성있어 보이는 진단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BM은 기업의 IT수준을 진단하는 Wheel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 모델을 통해 5개 부문, 22개 항목에 대해 준비된 설문지와 자료들로 진단을 실시하며 그 회사의 현재수준을 수치화하여 보여줄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분석 모델을 이용하여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를 작성한다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방법론)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서 부터 실제로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여 각 항목별로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기까지 수십 페이지(혹은 수백)의 슬라이드를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전개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이 조직은 모든 부문에 대한 문제점들을 샅샅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보여줄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문제점을 부문별로 열거하는 똑같은 포맷을 가진 슬라이드들이 사하라 사막의 대상행렬처럼 끝도 없이 이어질 수도 있다. (아래 슬라이드가 그 전형적인 모습이다)


문제점을 장황하게 부문별로 열거하는 일은 극적인 드라마를 건조한 사전(Dictionary)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아마 청중의 대부분은 이 대목을 견디지 못하고 잠들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의 슬라이드들은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등장한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답하기 위해 수면아래에서 대기 중인 슬라이드를 불러낼 경우이다. (보통 나의 경우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발표할 슬라이드가 30장 정도라면 그 보다 많은 양의 슬라이드를 숨겨두고 질문에 대비하곤 한다) 이러한 ‘지루한 문제점 열거’는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에서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문제다.또한 이 시퀀스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5개 부문, 22개 항목에서 모두 52가지의 문제점을 밝혀낸 사실을 열거하기 보다는 52개 문제를 관통하고 있는 공통된 원인을 찾아내어 2~3개를 대표값으로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기획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보고를 받는 경영진은 간단하게 핵심을 찔러주길 원한다. 아래의 모습과 같이 말이다. 아래 그림은 간단하지만 정말 많은 메시지들을 함축하고 있는데 대략 다섯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 현황 : 당사의 서비스 처리단가는 3,102원, 업계평균은 1,930, 경쟁사인 A는 1,610원으로 가장 낮다
  • 문제점 : 서비스 처리단가가 경쟁사 A의 두배에 달할 정도로 너무 높다
  • 이 문제로 야기될 수 있는 상황 : A사와 비교한다면 연간 240억원의 비용절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 문제의 원인 : 높은 오버헤드율과 상담스킬의 부족때문이다
  • 원인에 대한 증거 : 오버헤드율은 업계평균대비 2.2배, 인당 처리건수는 60%에 불과하다

위 사례는 어떤 기업의 서비스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진단한 내용이다. 앞서 소개한 IBM의 Wheel 모델과 비슷하게 처음 접근은 몇개 부문과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시작했지만 바로 위에서 제시한 서비스 처리단가 문제를 확인한 순간 이 문제가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 전체를 대변하는 메시지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럼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 작성시 주의해야할 사항들을 알아보자

  •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를 쓴다 하더라도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핵심적인 두 세가지 사안을 깊게 다루라
  • 입력자료와 분석과정이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있음을 먼저 증명하라 (그럴 필요가 있을때만)
  • ‘현황 및 문제점’이라는 어감이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으로 여겨진다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개선기회’라는 표현도 괜찮다.
  • 쓰임새 : 이 시퀀스는 위기감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청중이 이 시퀀스에서 위기나 절박한 기회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안(결론)을 제시해도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크다
  • 현황 :  조사한 사실이 나열될 뿐 이 단계에서 어떠한 주관적 판단도 있어선 안된다. 현황 자체는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정량적인 자료를 확보하라. 현황이 증언이나 의견일 경우 다방면에서 다수의 샘플을 확보하라
  • 문제점 : 3,102라는 숫자는 A사의 1,610이란 숫자가 있기에 ‘너무 높다’란 표현이 가능하다. 근거를 가지지 않은채 임의로 판단하는 것에 주의하라. 청중석에 앉아 있을 해당 숫자의 관계자를 고려해 표현을 조절하라.(해당 업무 담당자에겐 때로 ‘문제점’이란 단어가 너무 가혹하게 들릴 수 있다)
  • 야기될 수 있는 상황(문제의 증폭) : 문제에 확실히 임팩트를 가할 수 있다면 이 장치를 사용하라. 3,102원이라는 숫자보다 연간 240억원이라는 숫자가 훨씬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 문제의 원인 : 원인은 이 시퀀스의 결론에 해당하는 메시지이다. 최대한 간결하고 이해가 쉽게 작명하라. 원인이 여러개일땐 메시지를 동사형으로 끝낼 지(~이다) 명사형으로 끝낼 지(~함,~음) 모두 표준화 해서 맞추라.
  • 원인에 대한 증거 : 되도록 정량적인 사실기반(Fact-Based) 자료를 제시하라
  • 하지 말아야 할 것 : 제발 장황하게 나열하지 말라

▶ ‘현황 및 문제점’ 시퀀스는 이외에도 설명해야 할 내용이 너무나도 많지만 나머지 이야기는 연재를 통해 보완하도록 하겠다

 

⑥ To-Be 모델

To-Be 모델은 종종 ‘비전 및 미션’, ‘비전과 목표’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은 이 대목에서 약간 냉정을 잃고 보고서의 최종 지향점을 거대한 탑과 미사여구로 치장하곤 한다. ‘비전’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목표점보다 약간 더 위에 있는 개념이 맞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까지 여러개의 시퀀스들을 거치며 설명한 내용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어선 곤란하다. 종종 다른 내용들과 별개로 떨어져 섬처럼 따로 떠다니는 ‘비전과 미션’ 슬라이드를 볼 때면 민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전이라는 단어와 달리 ‘To-Be 모델’이라는 용어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무적인 느낌을 준다. To-Be 모델은 바로 직전 시퀀스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입력받아 처리해 내야 한다. 아래 To-Be 모델은 위의 ‘현황 및 문제점’에서 제시된 그림과 매우 유사하지만 내용은 ‘To-Be’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현황 및 문제점 분석에서 사용된 그림이나 모델을 To-Be 모델에까지 계속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동일한 잣대로 현재와 미래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퀀스에서 처음보는 구조나 그림이 등장한다면 청중은 그것을 이해하고 비교하기 위해 또 다시 노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가지게 될 것이다.

  • 쓰임새 : To-Be 모델의 요건을 정의한다. 결국 이 요건들이 이어질 ‘대안평가’에 등장하는 각 대안이 해결해야 할 주요사안이 된다.
  • 현황 및 문제점에서 사용한 접근방법(방법론이나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라
  • 하지 말아야 할 것 : 이전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내용이 근거도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것

 

⑦ 대안평가

대안평가 과정과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얼마나 민감하고 진땀나는 작업인지는 경험있는 기획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마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기획자마다 자신의 조직과 상황에 맞는 대안평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제시할 대안평가 시퀀스의 내용 역시 내 경험에서 얻어진 것들로 모든 조직에 적합한 정답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힌트가 되리라 생각한다. 대안평가 시퀀스의 기본은 앞서 제시되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고 To-Be요건을 충족시키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임을 기억하라. 앞선 두개의 시퀀스 소개에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문제점과 요건들은 그 중요도와 순위가 거의 정해진 상태로 이것은 대안을 비교 평가할 때 주요항목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대안평가 작업에서 가장 무책임하고도 성의없는 행위는 위 슬라이드 처럼 비교할 수 있는 모든 항목을 그대로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슬라이드는 질의응답에 대비하거나 참고자료로 쓰일만한 것으로 ‘별첨’항목에 들어있어야 마땅하다. 놀랍게도 많은 기획자들이 저런 형태의 슬라이드를 제시하곤 하는데 이는 청중에게 무례함을 범하는 것이다. 누가 제한된 시간내에 위와 같은 슬라이드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위 슬라이드의 내용은 상당히 정제된 내용인듯 하지만 그 자리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비교항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대안간의 차이를 파악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대안평가는 요약된 도표로 표현되곤 하는데 그 안에 들어있어야 할 내용은 대략 7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 Ⓐ 대안후보 : 어떤 대안들을 비교표에 올릴 것인가도 기획자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간단하게 생각하라. 참석자들이나 조직내 이해 관계자들이 염두하는 대안들을 당신이 고려하는 대안과 함께 후보로 올려 공론화 시키고 공정하게 비교하여 탈락시키는 것이 뒷말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안후보가 너무 많아지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 Ⓑ 판단기준 : 비교항목을 계량화 하는 방법을 말한다. 점수를 부여하거나 등급을 매기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지만 직관적이고 간단한 것이 낫다. 10점만점에 9.8과 같이 점수를 부여하는 방법은 언뜻 세심해보이나 오히려 그 기준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 논란이 되기 쉽다. 별도의 슬라이드로 판단기준에 대한 등급별 설명을 세심하게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슬라이드는 시퀀스내에 등장할 수도 있고 별첨으로 빠져 질문에 대비할 수도 있다.
  • Ⓒ 가중치 : 항목별 가중치는 이전 두개의 시퀀스에서 등장한 문제점, 요건과 관계있다. 앞서 설명했듯 문제점과 요건은 이미 중요도와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설명이 이전 시퀀스에서 이미 완료된 상태라야 한다.
  • Ⓓ 특징 : 각 대안의 일반적인 설명에 해당하며 각 대안이 추구하는 접근방법이나 회사, 또는 솔루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 문제해결 능력 : 대안후보들의 주된 비교항목이다. 기본적으로 대안은 앞서 제시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To-Be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전 두개의 시퀀스에서 등장한 항목들이 거의 그대로 여기에 나타나야 한다. 이 항목들은 최대 4~5개 정도로 함축하는 것이 좋다.
  • Ⓕ 기각사유 : 문제해결 능력이 입증되었어도 기각할 수 밖에 없는 사유로 이 역시 주된 비교항목으로 취급된다. 대안 B가 문제해결 능력이 가장 우수했지만 너무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안 A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되도록 비교항목을 문제해결 능력과 기각사유 항목으로 나눠보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 Ⓖ 종합평가 : 모든 평가항목을 종합적으로 요약한 평점과 그에 대한 부연설명은 필수다

보통 대안평가 시퀀스를 문서 전체의 결론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보고서들이 프레젠테이션 도중 이 시퀀스에서 암초에 부딫힌다. 극심한 반대질문들이 날아들고 혹시라도 몇몇 질문들에 대해 어설픈 답변이 나갔을 때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진은 실무적인 내용을 알아듣지 못했어도 직감적으로 이 사안을 그 자리에서 결정하기엔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 앞선 시퀀스들이 거의 제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기획단계에서 당신이 ‘대안A’를 이 보고서의 결론으로 판단을 내렸다면 필연적으로 ‘대안A’가 선택될 수 밖에 없게끔 첫 페이지부터 총력을 다해야 한다.
⑧ 기대효과

기대효과 시퀀스는 필요시에만 사용하는 옵션 품목으로 화폐로 환산되어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결론을 채택함으로써 얻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잇점(Benefit)을 따로 모아 정리한 것으로 이미 ‘현황 및 문제점’, ‘To-Be 모델’, ‘대안평가’ 등에서 설명된 적 있는 내용이지만 중복을 감수하고 내용을 부각시킨다. 사실 해당 기획안을 실행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금전적인 기대치는 정확하게 산출되기 어려워 대부분의 기획자와 컨설턴트들이 작성을 꺼려하지만 이 시퀀스는 나름 존재이유가 있다. 이 시퀀스는 보고서의 의사결정자에게 실행력과 형식상의 명분을 제공한다. 원칙적으로 의사결정자는 이 보고서를 승인한 순간부터 자신도 보고서내용에 책임을 지는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는 자신보다 더 상급자에게 강력한 명분을 가지고 어필을 해야하고 계획을 실행하는 순간엔 조직원들이 납득할만한 명분(혹은 잇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시퀀스는 작성자보다 청중에게 중요하게 받아 들여지는 대목이다. 만약 조직내부의 보고서가 아닌 고객사에 제출하는 제안서라면 ‘기대효과’는 필수적이다. 고객사의 담당자만 설득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상사와 최고 경영진까지 설득해야 제안서가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시퀀스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한 것이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각각 합당한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의사결정자와 고객이 ‘기대효과’에 대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고 쉽게 이해되는 구조와 이에 합당한 캐치프레이즈다. 난 서두에서 기대효과에 나오는 내용들이 이미 이전 시퀀스들에서 등장했어야 할 내용이라고 하였다. 결국 고객이 명확한 기대효과를 요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보고서나 제안서 내용이 형편없었거나 너무 복잡해서 결과를 단순명확한 구조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요구하는 측이 억지스러운 경우도 있긴하다)

기대효과 시퀀스가 작성하기 부담스러운 이유는 대부분 계량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량화가 불가능할 때도 있으며 사실 정상적으로 계량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경우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차선책으로 정량적 방법이 아닌 정성적 방법이 더 자주 쓰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고 이로 인해  보고서 전체의 신뢰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지난번에 연재한 ‘스캇 보라스의 프레젠테이션’을 기억하는가 ? 그는 사실에 기반을 둔 정량적인 방법으로 구단주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보라스의 방법은 단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유력한 숫자를 계속해서 쫓아다닌 노력의 산물이다. 유력한 숫자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다른 모습으로 숨어있다. 그것을 의미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 기획자의 진정한 능력이다.

※ 스캇 보라스가 제시한 숫자는 사실 약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끊임없는 시도 끝에 24세 이전까지의 누적기록만을 비교하는 것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전설적인 야구 레전드들과 동등하게 비교될 수 있음을 알아냈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구단주들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모든 신인급 선수들의 초반 3년 성적이 40세까지 보장되지 않는다는 반론에 직면했을 테지만 보라스는 영리하게도 해당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결정내지 않으면 다른 구단하고의 약속에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결론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으면서 구단주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to be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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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10개의 뻔한 시퀀스 ②

  1. 늙은여우

    (저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지라) ‘지루한 문제점 열거’이 부분만으로도 크게 공감하고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항상 좋은 글로 깨우침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모든 내용들이 다음에 출간하실 책에 다 있는거죠?^^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Reply
    1. demitrio Post author

      네 ^^ 이 부분이 다 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책엔 예제를 더 넣으려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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