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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행에 승마장을 옮기고, 몸살이 겹치면서 본의아니게 승마를 한달이나 쉬어버렸다.  지난 일요일(5/8)엔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을 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이 사실 우리 부부가 몸 컨디션이 근래들어 가장 안좋은 날이었다. 마님은 아예 승마를 할 수 없는 몸상태여서 가서 구경만 하다 오기로 했고 난 전날까지 침대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기만 하다가 일요일 새벽에 힘겹게 일어나 차를 몰았다.

하노바 승마장은 개장은 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상태는 아니어서 그날의 방문객은 우리 부부가 전부였다.(아마도) 우리 부부의 도착시간에 맞게 실내마장엔 스프링쿨러가 돌아가고 있었고 말은 깨끗하게 손질된 상태에서 마구들이 모두 갖추어진 상태였으며 교관님들과 감독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거 초보 승마자 부부를 위한 준비치고는 너무 극진해서 나는 몸이 안좋은 마님을 쿡쿡 찔러 평보(그냥 말을 타고 천천히 걷는것)라도 하라고 부추겼다. 이쯤되니 마님도 안탈 수 없었다. 아니 타고나서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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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실내마장은 정말 말을 타고싶을 만큼 넓고 깨끗했다. 그러나 조동욱 교관님이 언덕위 야외 잔디마장 경치가 죽여준다고 꼬셔서 말들을 데리고 잔디마장으로 올라갔다. 날씨도 더 없이 좋았고 야외승마는 처음이라 호기심도 일었기 때문이었다. 조상은 교관은 잔디마장이라 말들이 풀뜯어먹느라 정신없을 것을 걱정했다. 내가 데리고 간 자이언트(말 이름)는 정말 순했다. 이 녀석은 잔디마장의 문을 열자마자 풀을 뜯기 시작했다. 그대로 놔두면 한없이 먹을거 같은 생각 ?….흐흐흐  잔디마장은 정말 웬만한 학교 운동장 만했다. 교관님 말대로 정말 죽여주는 경치. 이런곳에서 이렇게 호젓하게 우리 부부와 교관님 둘이 2:2로 수업을 진행할 기회도 거의 없을듯 했다.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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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속보를 시작하자 몸이 가볍기는 하나 딱딱하다는 것이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엄청난 지적과 함께 발, 무릎, 어깨, 손목, 허리, 턱을 하나하나 교정해 나가면서 다시금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 그러나 며칠간 계속 식은땀을 흘려서 그런지 확실히 몸이 따라와주지 않았다. 게다가 자이언트 이 녀석은 착하고 말을 잘 듣기는 했지만 속보로 보내기 어려운 녀석이었다. 내가 타본 말들 중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 물론 이게 초보자의 한계라는 걸 안다. 말들은 사람이 딱 앉은 그 순간, 아니 내가 다가오는 순간부터 내가 말을 웬만큼 타는 놈인지 초보인지를 분간한다고 하니 말이다. 따뜻한 날씨에 야외에서 경속보를 계속 하고 있자니 슬슬 땀이 나기 시작했고 헬멧안의 머리가 모두 젖을 무렵 경속보 연습은 끝났다. 우리 마님은 저 멀리서 평보를 하면서 말과 경치를 감상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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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의 몸상태로 경속보는 무리였으나 일단 말을 타고 기분이 좋아진 마님은 훌륭하게 경속보 동작을 이어갔다. 이번엔 상은 교관님이 나섰는데 저런식으로 가다간 마님께서 언젠가 말한마리를 사자고 조를 것 같은 분위기랄까 ? 마님 역시 경속보를 끝내고 나와 계속 평보를 하다가 둘이 같이 속보를 시작해 볼 양으로 종아리에 힘을 주어 말을 보내보려고 했으나 이 녀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뒷꿈치로 세게 차보아도 마찬가지였다. 교관님이 소리를 내어 말들을 재촉했으나 녀석들은 계속 요지부동… -.-  보다못한 조동욱 교관이 긴다란 채찍을 꺼내들었다. 물론 때리는 것이 아니라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행동이었으나 내가 탄 자이언트는 그래도 평보를 지속한 반면 오히려 뒤따르던 마님의 말이 화들짝 반응해 갑자기 구보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마님의 중심이 무너져버렸다. 어라….말 안장이 돌아가면서 마님은 잔디밭에 등으로 착지를 하면서 처음으로 낙마를 했다. 오히려 안장이 돌아가는 바람에 사뿐하게 안착시켜준 꼴이 되었는데 첫번째 낙마치고는 안전했고 마님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아마도 안장이 돌아간건 복대끈이 느슨해서 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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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마장에서 승마를 마치고 자이언트를 끌고 산들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데 녀석이 볼을 내 어깨에 자꾸 부벼댄다. 뭔 덩치큰 말이 강아지같이 애교를 부려댄담. 속보로 잘 나가주지도 않으면서.. 야속한 녀석같으니라고. 사실 녀석을 주려고 각설탕을 가져왔는데 깜빡잊고 차에 놔두는 바람에 다음기회에 줘야겠다. 마실에 들여보내자 녀석도 날이 더웠는지 물부터 찾는다.  머리와 목덜미를 몇번씩 쓰다듬어주고 헬멧을 벗으니 난 머리가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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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초급반에서 14번 기승을 마쳤다. 경속보까지 웬만큼 익숙해졌는데 아직까지 말들과 교감하면서 정교하게 컨트롤 하는 부분은 멀었다. 뭐 이 부분은 중급자나 고급자들도 몇 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나도 천천히 익숙해지련다. 다음주에는 초급반에서 중급반으로 넘어가기전 초급반 실기테스트가 있다. 교관님 얘기론 운전면허 시험같이 여러 코스를 통과하고 지금까지 배운 말들의 컨트롤에 대해 테스트를 한다는데 마님은 이미 통과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나야 뭐 통과해도 그만 안그래도 그만이다. 말은 앞으로도 쭈욱~ 오래탈건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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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이번주 하노바 승마장에서 테스트를 치루면서 승마장 전반에 대해 자세하게 취재(?)해 올까 한다. 내 생각엔 이 정도 시설을 보유한 승마장도 국내에 몇 안될거 같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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