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월한국군 초대 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장군의 베트남전 회고록인 ‘베트남 전쟁과 나’를 읽었습니다.

근래에 간간히 베트남전의 한국군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양민학살 논란이 있어온 터라 이 책이 바로 눈에 들어와서 계속 어른거리길래 사서 일사천리로 독파했습니다.

베트남전은 그 전쟁만큼이나 그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각양각색입니다.    이미 베트남전은 저의 어린 기억에도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익숙한 주제였습니다.

제 아버지 또한 소령으로 참전하셨었기 때문이었죠.  집에는 주월한국군소식과 국방부에서 나온 다른 자료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채명신, 이세호 장군과 같은 이름을 알게 된거였죠.

베트남전이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지식인들에 의해 참혹스러우리 만치 난도질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함께 참전한 한국군에게도 비슷한 화살이 돌아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채명신 장군은 책에서도 ‘양민학살’을 주장하는 인사들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역시 양쪽의 얘기를 모두 접하고나니 머리속이 혼란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양민학살’에 대한 것은 뒤로하고라도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이 정말 비난받을만 한가에 대한 혼란이었죠.

유명한 군인들의 전쟁회고록은 당사자들의 얘기이기 때문에 사실적이고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 해군의 수장이었던 칼 되니츠가 쓴 10년20일도 그랬습니다.   독일의 U-보트 작전의 전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지요.

이런 당사자들의 회고록은 거의가 후세에 고쳐쓴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공통점이라면 자기 자신을 항변하거나 정당성을 설파하려는 내용이 많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그들이 이루어 놓은 잘 알려진 업적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큰실수를 저지를뻔하고 또한 저질렀으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가 하는 내용을 보고 싶었습니다.  

자신들의 회고록인 만큼 오히려 더 냉철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하며 ‘그때 그렇게하지 말고 이렇게 했어야 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오히려 더 공감이 가고 인간적으로 보였을 겁니다.

그런면에서는 되니츠나 채명신 장군이나 비슷합니다.  자신의 생각은 원래 이러해서 그 뜻을 그렇게 관철시켰으며 난 그렇게 생각했지만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변명조의 내용들이 간간히 섞여 있고 자신이 했던 바보같은 판단과 결정,  간과했던 사항들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그런면에서 롬멜 전사록의 경우는 매우 사실적입니다.  롬멜이 직접 엮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롬멜의 아들이나 부관, 참모들이 그 상황에서의 주석을 달아 놓고 있는데  이 때문에 롬멜을 더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

(뭐 베트남전은 아니지만요 ^^)

예를 들면 이런거죠.  사막 한가운데의 대규모 영국 보급기지를 코앞에 두고도 모르고 지나갔다던가 돌아올때 의도하지 않게 지나가다 운좋게도 그걸 발견하여 노획하였다던가 하는 부분입니다.

롬멜 역시 수천번의 상황 판단을 하면서 항상 최적의 판단을 내린것도 아니었고 적의 의중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적도 있으며  원래는 그런 의도로 시작한 작전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성공해버린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었죠.

이런 얘기들을 롬멜전사록 중간중간에 간간히 접하다 보니 전체 책의 내용을 거의 믿어버리게 된겁니다 ^^

채명신 장군의 회고록안에 펼쳐진 인간 채명신은 너무 완벽해 보여서 웬지 믿음이 덜갑니다. ^^    (그래도 참 대단하기도 대단합니다)

여러가지의 베트남전 관련 책들이 있습니다만.  여기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서방세계의 눈으로 본 베트남전 얘기지만 사실적으로 다루려고 애를 썼고 특히 시시각각 돌아가던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많이 담고 있어서 베트남 전과 관련된 또하나의 시각이라 할만합니다.

채명신 장군의 책 서두에 베트남 전과 관련된 국제정세의 변화 등에 대해 상당히 길게 언급되어 있는데 이 책이야 말로 그런 정세에 대한 것들을 가장 확실하게 다룬것 같습니다.

왜 미국이 프랑스에게서 베트남을 넘겨받게 되었는지,  왜 확전을 하게 되었는지, 왜 발을 뺄 수 없었고 그 때 유럽, 중국, 소련 등과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매우 소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베일에 가려졌던 호치민에 대한 얘기들도 있죠.  호치민의 베트남전 이전 경력과 활동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호치민이나 지압 장군 등 베트민의 지도자들 역시 이념을 떠나 정말 대단합니다.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러나 이책은 결정적으로 주월한국군에 대한 것은 다루지 않았죠.     그래서 채명신 장군의 회고록 보다 읽는 재미와 느낌이 덜합니다.

맹호사단의 중대기지…거의 교범에나 나올만한 모습이다

위 사진이 뭔줄 아십니까 ?    베트남전때 선보였던 한국군의 중대전술기지 입니다.  이걸로 한국군은 정말 여러번 큰 전과를 올렸습니다.    한국군의 기본 전술과 전쟁철학이 미군과 왜 근본적으로 달랐는지에 대한 것은 채명신 장군이 정말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 비교적 근래에 나온 베트남전 책이라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과 같이 미국의 ‘바보같은 전쟁’을 비판하는 서적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한국군까지 한꺼번에 매도를 당하는 듯 합니다.   바보같은 전쟁에  들러리를 서야했다는 것에  ‘양민학살’까지 조미료로 넣은 꼴이지요.

그 전쟁에 말려들게 된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그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은 제가 당사자 였더라도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   전쟁에 참가하게 된 명분이야 어쨋던 간에 전쟁터에서 군인이 군인다웠다면 그로써 충분한 일일 것입니다.  

저위에 소개한 롬멜 전사록의 저자는 영국인이죠.  영국군은 그 당시 롬멜에게 정말 호되게 당했습니다.  영국군이 죽기도 많이 죽었죠.  그런데 왜 적이었더 영국사람이 롬멜에 대한 책을 냈을 까요?    그것도 그 내용을 보면 롬멜의 전술에 대해 찬탄을 아끼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보통 적장일지라도 자신이 호되게 당하고 나면 적개심이 두배로 생기기도 하겠지만 그의 전술과 용병술에 대한 찬탄과 놀라움도 생기기 마련이겠죠.  롬멜이 나찌독일의 장군이었음에도 계속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존경받았던 것은 그가 정말 군인다웠기 때문일테죠.

우리같은 사람들이 그런 군인들을 깎아 내릴만한 권리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양민학살’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6.25전쟁과는 달리 베트남전은 적군을 확연하게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양민들과 섞여서 치루는 게릴라전이다 보니 양민들의 희생이 있었겠지요.   또한 두려운마음에 집단적인 광기에 휩쌓여 일부 소수집단이 그런 일을 자행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정치적인 사안과 다르게 ‘양민학살’과 같은 민감한 문제들은 전체 참전군인들의 명예를 감안해야 하고 또한 가장 확실한 입체적인 증거와 증언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정밀하게 타겟팅을 해야합니다.  그 정밀한 타겟팅이란 그 행위를 자행한 소속부대를 좁혀서 확실히 얘기해 줘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전체를 싸잡아 얘기하는 꼴이 되니 당연히 참전군인들이 반발할 수 밖에요.

어쨋든 양민학살건으로 인해 채명신 장군의 책을 들게 되었네요.   그리고 누가 잘못했든.. 좀 찝찝합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베트남전 자료를 하나 더 소개하죠.

오른쪽 사진과 같습니다.  한창 밀리터리 피규어들을 만들면서 사모았던 자료입니다.

이 책 역시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좋아할만한 문체로되어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마 월간 호비스트와 관련이 있는 출판사에서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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