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의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양팀의 경기는 결국 맨유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팀 모두 2경기씩 남아있고 첼시가 전승, 맨유가 전패를 하면 순위가 뒤바뀌지만 이건 사실상 가능성이 낮은 얘기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로써 리버풀을 제치고 자신의 재임기간내에 통합 19회째 우승을 달성함으로써 리그 역사상 최고 클럽에 올려놓았습니다.  오늘 경기전 축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선발명단이 궁금했을 터인데 바로 아래 포스트에서 예상한 멤버 세트중 요즘 가장 잘나가는 멤버인 박지성-긱스 조합을 퍼거슨 감독이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조합이 또 한번 먹혀들었죠.

신중하게 시작할 것 같았던 맨유는 예상을 뒤엎고 일단 초반부터 총공세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이 공세를 통해 선제골을 얻어낸 다음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는데 거짓말같이 그게 먹혀들어갑니다. 1분도 안되어 긱스가 수비지역에서 하프라인 근처의 지성에게 내주었고 박지성이 최종수비라인과 나란히 뛰어들어가던 에르난데스에게 기가막힌 타이밍에서 패스, 골키퍼와 1:1 상황을 선사합니다. 에르난데스도 이를 놓치지 않았죠. 1분도 안되어 선제골을 허용한 첼시는 22분 비디치에게 추가골을 허용할 때까지 정신없이 휘둘립니다. 이 시간동안 박지성은 거의 작정하고 뛰는듯 했죠. 공격적인 성향뿐만 아니라 수비에 있어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긱스의 패스를 받아 다시한번 에르난데스에게 논스톱으로 올려준 장면이나 그가 직접 왼쪽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가 체흐가 예상치 못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수비에서도 그 짧은 시간에 몇 번의 가로채기와 태클이 성공하면서 결국 두번째 골이 터질때까지 계속 첼시를 밀어붙이는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정말 대단했죠.

스코어가 2:0이 되자 박지성은 뒤로 물러납니다. 오늘 양쪽 윙백으로 뛴 오셔(후반엔 에반스), 파비우(후반엔 스몰링) 이 두명은 거의 오버래핑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성-발렌시아 두 명의 윙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고 긱스가 노련하게 활로를 뚫어주었으며 루니와 에르난데스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미드필드까지 내려왔죠. 거의 8:2의 압도적인 공격이라는 파도가 지나가고 나자 첼시는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렸습니다. 박지성이 수비쪽으로 치우치는 성향을 보이자 맨유의 역습은 이 때부터 조금씩 무뎌졌죠. 그렇게 전반을 보냅니다.

첼시는 오늘 라인업에 변화를 줬지만 기대를 받았던 다비드 루이즈 카드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이른 시간에 하미레스(미켈과 교체), 알렉스(루이즈와 교체, 거의 문책성?), 토레스(칼루와 교체)를 모두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하죠. 안첼로티 감독으로선 차라리 이 멤버로 선발진용을 짤걸…하는 생각이 들만큼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반전에 박지성에 번번히 가로막혔던 미켈을 대신해 들어간 하미레스는 활력을 불어넣었고 알렉스는 꽤 단단한 수비를 보여줬거든요.  이 과정에서 양쪽 윙백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대등한 숫자를 갖추게 된 첼시의  램파드가 동점골을 터뜨립니다. 맨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오셔를 빼고 그 자리에 센터백인 에반스를 집어넣더니 88분엔 오른쪽의 파비우를 뺴고 스몰링을 집어넣어 센터백 4명이 포백을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그 대신 양쪽 측면 수비를 발렌시아-박지성이 단단하게 가져가면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간해서 허용하지 않었던 것이 정말 컸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긱스는 오늘도 대단했습니다. 혼자 중앙에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노련하게 수행했는데 오늘도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했음은 물론 노련하게 좌우로 찔러주는 패스도 기가 막혔고 특히 박지성과의 호흡이 좋았습니다. 발렌시아는 까다로운 상대인 애슐리 콜을 상대로도 측면쪽에서 대기하다가 주로 루니와 긱스의 긴 패스를 넘겨받아 지체없이 사이드를 파고 들면서 끊임없이 위협을 가했습니다. 중앙과 오른쪽 측면 모두에서 공격이 활발하자 첼시 수비진 전체가 흔들거렸었죠. 정말 대단한 경기였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 살케전과의 2차전을 볼것이 아니라 오늘 경기를 봤어야 했나봅니다. 아마 이 멤버가 챔스결승 멤버로도 유력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어쨋든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한 숨 돌리면서 챔스결승을 좀 더 여유롭게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문난 잔치에 제대로 먹을것이 많더군요. 박지성은 오늘 퍼거슨 감독이 주문한 역할을 110% 발휘했다고 봅니다.

 

퍼거슨 감독도 정말 신난 표정이더군요. 전 이 양반이 이렇게 큰절을 올리는 것과 같은 세레모니 하는걸 첨보네요. 마치 히딩크감독같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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