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뻔한 시퀀스 ①

By | 2011-05-02

한 번은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고 보고서를 쓰기위해 여러가지 자료들을 검토하던 중 내가 이번 보고서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내용을 언젠가 한 번 작성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 때부터 나는 지난 수년간 써온 보고서들의 목차를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몇 년간 써온 보고서의 주제가 각기 다른 것이었음에도 목차의 제목은 다들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이 새로운 발견이 재미있어 찾아야 할 내용은 제쳐두고 자주 등장하는 목차의 제목 10개를 뽑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① 목적 및 배경

② 추진경과

③ 추진범위

④ 최신동향

⑤ 현황 및 문제점

⑥ To-Be 모델

⑦ 대안평가

⑧ 기대효과

⑨ 예산

⑩ 추진계획

아마도 난 지금 당장 과제를 부여받는다 해도 목차는 자주 등장하는 위10개의 제목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작성할 수 있을듯 하다. 업종이나 보고서 문화, 용어 등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위에 보이는 저 제목들 대다수가 친근하다면 여러분은  월급날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샐러리맨들이리라

물론 저 제목들이 모두 하나의 문서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 경우엔 통상적으로 4~5개 가량이 목차의 타이틀을 장식한다. ①~④는 보통 문서의 초반에 등장하며 ⑤ ~⑧은 중반, ⑨와 ⑩은 후반부에 등장한다. 아마 저 목차들은 비즈니스 보고서의 일반적인 패턴일 것이다. 지난 연재에서도 설명했듯 ‘패턴’은 ‘늘 하던대로’의 뜻을 담고있지만 결코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난 컨설턴트로서 처음보는 고객들과 일하는 경우가 잦았다. 대개의 경우 회사마다 그들만의 보고서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가진 보고서의 구조와 모양이 객관적인 측면에서 우수하다 해도 처음보는 고객들에겐 낯설게 보여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고객사의 임직원들은 오래동안 자신들만의 패턴에 학습되어 있기 때문에 그 패턴에 따르는 것이 이해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어와 그 모양새가 다르다해도 저 열개의 시퀀스 각각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 부여받은 임무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수 개월에 걸쳐 연재해 온 ‘플롯과 시퀀스’에 대한 원칙과 이론들을 저 열개의 뻔한 시퀀스들을 통해 연습해보자.

 

초반부 시퀀스

 

① 목적 및 배경  ② 추진경과 ③ 추진범위 ④ 최신동향

 

많은 기획자들이 초반부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완곡한 표현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내가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멘토로서 후배들을 가장 많이 질타하는 부분이 바로 초반부이다. 서론은 청중이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설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내가 장차 주장할 결론으로 갈 수 있는 탄탄한 도로의 시작점이다. 그러므로 초반부엔 결론과 밀접한 내용이 주를 이루어야 하며 이것이 결론의 복선으로 작용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회사에서 게임개발 비용 절감을 위해 각 단계에서 세부 투자와 비용을 관리, 추적할 수 있는 프로젝트 관리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영화, 건설 등 프로젝트마다 거액의 투자가 발생하는 업종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 필자주) 이 보고서의 초반부에 등장할 ‘최신동향’ 시퀀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할까. 결론의 내용을 보좌하기 위해 최신동향에 등장할 최종 메시지는 ‘이제 국내외 게임업계는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라고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메시지는 결론을 위해 서론에서 해줘야 할 필연적인 복선이며 미리 자료를 읽어보고 얻어낸 것이 아니다. 즉, 메시지를 가설처럼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증거들을 역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아마 아래 두가지 가설을 증명할 증거들을 구할 수 있다면 ‘이제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란 ‘최신동향’의 시사점을 완성할 수 있을 듯 하다.

 

–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드려 한다

–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는 계속 대형화 경향을 띠며 실패시 타격 또한 크다

 

사실 게임업계의 최신동향이 왜 이것 뿐이겠는가.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 필요로 하는 ‘최신동향’은 이것 뿐이다. 따라서 다른 동향들이 소개되더라도 포커스는 의도적으로 ‘관리’에 맞춰져야 한다. 그렇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청중이 ‘관리’가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끔 반응을 설계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범하는 ‘최신동향’에서의 실수는 결론과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내보내는 것이다.

 

– 이제 게임에 있어서도 소셜이 중요하다

– PC와 콘솔게임에 비해 모바일 부문이 기록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내용은 게임에 대한 일반적인 동향으로, 사실 ‘최신동향’으로 제시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고 청중들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됨으로써 뒤에서 나올 결론 슬라이드 몇 장은 무거운 부담을 혼자 지게된다. 복싱에서 상대선수가 KO되는 경우는 대개 두가지다. 전자는 지속적으로 펀치가 누적되어 결국 KO에 이르게 되는 경우고 후자는 단 몇 번의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맞고 KO되는 경우이다. 논리전개가 빈약한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은 대개 후자의 방법으로 청중을 설득해 내려고 한다. 30여장이나 슬라이드를 만들었지만 청중을 직접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슬라이드는 한 두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번에 청중이 설득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가능하다면 초반부터 청중을 의도한대로 몰아붙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초반부 시퀀스들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많은 기획자들이 이전에 작성된 자신과 다른사람의 ‘최신동향’ 슬라이드를 이런 저런 보고서에 그대로 복사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소중한 지면을 그대로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초반부 시퀀스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으니 이제 초반부에 등장하는 4개의 뻔한 시퀀스들이 가져야 할 요건과 실수하기 쉬운 사항에 대해 설명하겠다.

 

① 목적 및 배경

목적 및 배경 시퀀스는 이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당위성(정당성 또는 필요성도 같은 말이다)을 말하고 있어야 한다. 의외로 많은 경우에서 청중들은 내 보고서를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적대적이어서 그렇다기 보다는 대개 관심이 없어 그렇다. IT업계에 몸담고 있던 나는 평소 많은 업체로부터 사지 않아도 좋으니 잠깐 시간을 내어 자신들의 제안설명을 들어봐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매번 제안설명을 승낙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제안설명을 듣기로 했다면 나는 30분짜리 그 제안설명회를 경청하러 가는것이 아니라 견디러 간다.

프리젠터는 나와 같이 심드렁한 청중에게 ‘왜 자신의 프레젠테이션이 한번 들어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초반에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해야 한다. 보통 ‘배경’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목적’으로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청중에게 줘야 한다.  ‘배경’에서 제시한 의문이 마침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이었거나 뭔가 참신한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 이어질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볼만한 것’이라 마음을 고쳐먹고 그 때부터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목적 및 배경’ 시퀀스는 청중으로 하여금 프레젠테이션에 기대하게 만들고 집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지스’란 보안 업체가 ISO27001 인증체계를 구축하는 컨설팅 서비스 상품을 가지고 있다고하자. 이지스는 표준제안서 맨 앞부분의 배경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만들었다.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보안에 대한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ISO27001인증체계 구축을 통해 고객사의 보안체계를 공고히 해주겠다는 취지이다. 쉽게 생각하면 ‘배경 및 목적’ 시퀀스로서 이보다 더 무난하게 쓰기도 힘들 것 같고 고객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다. 틀린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이 ‘무난함’이 문제로 보인다.

위 내용은 무난하지만 ISO27001 인증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거나 도입을 고려하는 고객에게 어울릴 법 하다. 그러나 ISO 인증체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거나, 보안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나 투자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있는 기업, 이미 보안에 대해 상당한 투자는 했으나 굳이 ISO인증까지 필요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기업의 고객들은 위 제안서를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심드렁한 마음으로 감상한 후 예의상 ‘고려해 보겠다’라고만 한 뒤 돌려보낼 가능성이 더 크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IT업계에 종사한다 할지라도 ISO27001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저 제안서를 받게될 대부분의 고객들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므로 저 제안서의 ‘배경 및 목적’은 무난해서는 안된다. 필연적으로 들어볼 만한 것으로 탈바꿈 되도록 좀 더 공세적으로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라면 ‘이미 보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왜 ISO27001을 도입할까요 ?’ 또는 ‘물리적인 방어시스템 도입과 조직적인 보안체계 구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라는 의문을 던지며 서두를 시작하겠다. 이 두 가지 의문들은 ISO270001 도입의 필연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이어질 내용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단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목적’부분에서 처음에 제시한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이번 제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고 하는 것이 주목을 이끌어 내는데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이 예제를 통해 배경과 목적의 역할에 대해 감을 잡았는가 ?

이제 ‘배경 및 목적’의 요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보자.

  • 쓰임새 : 청중에게 전체 프레젠테이션이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음을 주장하는 역할.
  • 청중의 반응 : 이 시퀀스 이후 청중은 이 주제에 대해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야 하며(모두 듣고나면 자신에게  Benefit이 있을거라 여겨야한다) 배경과 목적에서 모두 해결되지 않은 의문의 해답에 궁금증과 흥미를 가져야 한다.
  • 배경 : 프레젠테이션의 결론이 대답하고자 하는 한 두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은 일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 의문은 무난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급소를 찌르는 맛이 있어야 한다. 먼저 청중의 needs를 파악해야 가능한 일이다.
  • 목적 : 의문에 대한 대답은 결론에서 할 일이다. 목적에서는 배경에서 제시한 의문을 포함해 일련의 의문에 대한 해답이 이 보고서내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사실을 청중에게 알리고 그래서 이 보고서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 배경과 목적이란 타이틀 대신 ‘OOO의 필요성’으로 대체해도 된다
  • 최신동향이나 범위 등에서 나올 내용들이 단적인 예를 들기위해 등장할 수 있다. 의문에 대한 맛보기 답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최신동향이나 범위를 모두 이 시퀀스내에 통합해도 된다.
  • 필요없을 경우 : 청중이 이미 설명하려는 주제에 대해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경우 배경과 목적이란 시퀀스는 필요없어진다. 이 경우엔 오히려 배경과 목적이 삽입된 것이 불필요한 사족처럼 보인다.
  • 하지 말아야 할 것 : 절대로 어느 보고서에나 어울릴 듯한 무난한 일반론은 피한다.

 

② 추진경과

※ 추진경과에 대해서는 일전에 독립적으로 연재된 바 있었으므로 먼저 해당 연재를 참조하라. (경과요약 슬라이드 : http://www.demitrio.com/?p=5046)

회사에서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이 다시 보고되거나 시리즈로 이어지는 일은 다반사이다. 예를 들어 나는 그룹내 일반전화를 모두 인터넷 전화로 바꾸는 기획안을 무려 2년에 걸쳐 다섯 번이상 시리즈로 보고를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시리즈 보고회가 어려운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첫번째는 예전에 이미 전달한 내용을 쉽게 잊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매 보고회마다 참석자들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추진경과는 이렇게 한번 이상 보고나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질 때 필요하다. 계속 이어지는 드라마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지난줄거리’와 같이 이전에 등장한 내용을 빠르게 정리해주고 나서 오늘 발표할 본론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일은 오늘 처음 참석해서 지난 내용을 모르는 청중에게도 유용하다.

  • 쓰임새 : 내용을 잊은 사람, 지난 회의 불참자 등에게 지난 내용을 요약해주어 청중의 스타트 라인을 동일선상에 맞추는 역할을 한다.
  • 타임라인 :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비주얼한 방법으로 역사를 보여줘라
  • 결정된 사안과 그렇지 못한 사안 : 이미 결정된 의사결정들을 상기시켜 오늘 회의때 다시 논란이 되지 않게 단속하라. 같은 방법으로 했어야 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사안들도 정리해 보여줘라
  • 오늘 결정하고자 하는 사안 : 지난 발표들과의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오늘 결정하고자 하는 사안이 무엇인지 분명히 얘기하라
  • 변화된 내용 : 지난 의사결정 이후 상황이 변화되었거나 번복할 필요가 있는 내용이 있다면 언급한다
  • 짧게 끝내라 : 보통 한장 정도로 짧게 끝내고 막바로 서론을 생략하고 본론으로 뛰어들어라
  • 하지 말아야 할 것 : 이전에 보고했던 내용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끄집어 내는 것. 추진경과는 리바이벌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두번째 보고에서도 목적 및 배경, 범위, 업계동향 등이 그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면 이 보고서는 언제 종결될지 아무도 모른다

 

③ 추진범위

추진범위 시퀀스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시퀀스 중 커버리지가 가장 넓다. 주로 뒤에서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모든 제약조건들을 사전에 정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행범위나 방법, 결과물의 기대수준 차이로 공격받을 때가 많고 이로인해 좌초하곤 한다. 이 시퀀스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실릴 수 있다

 

  • 구체적인 수행범위 : 특히나 제외된 범위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보통 제외된 이유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오곤 하며 관련되는 팀이나 담당자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수행방법 : 이번 보고서의 조사나 진행을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 일정과 추진체계 프레임웍까지 자세히 다룰 수 있다
  • Output Image : 뒤에 나올 결론을 어떤 깊이까지 다룰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주로 제안서를 받아드는 고객사의 주된 관심사이다. 이에 대한 샘플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추진 범위 시퀀스는 제약조건 자체를 청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그렇게 정해진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회사의 지난달 마케팅 활동이 적절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그 분석결과를 보고한다고 가정해보자. 대개의 경우 보고받는 상사는 그 결과중 미진한 부분에 대한 원인은 물론 구체적인 대안까지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고하는 마케터 입장에서는 분석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 대안까지는 미처 이를 수 없었음을 미리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청중들의 실망스런 반응을 경험해야 하는데 이건 마치 보고서가 실패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추진범위 시퀀스는 이렇듯 논란을 사전에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④ 최신동향

초반부 시퀀스를 설명하는 서두에서 게임업체의 예를 들어 최신동향 시퀀스가 가질 수 있는 약점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했었다. 앞선 세 개의 시퀀스들이 프레젠테이션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여러 환경들을 세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 진짜 서론의 내용은 ‘최신동향’ 혹은 업계 동향으로 불리워 지는 이 시퀀스에 등장한다.

앞서 등장한 게임업체의 ‘최신동향’ 시퀀스는 실제로 총 다섯 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네 장에서 시장 성장둔화 조짐, 경쟁치열, 게임개발 단가 상승, 부분유료화를 각각 설명하고 있고 다섯번째 슬라이드에서는 이들의 메시지를 모두 모아 ‘국내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으며 정작 하고 싶은 말인 ‘이제 관리가 필요하게 되었다’로 매듭 지워져있다.  각각의 시퀀스에서 조차 그 시퀀스를 대변하는 결론이 있으며 그에 따른 이유와 증거들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하나의 예를 보도록 하자. 아래는 우리가 흔히 업계 동향을 얘기하려 할 때 사용되는 SWOT 장표이다. 아마 여러분들도 SWOT분석 장표를 자주 등장시킬 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저 SWOT장표는 어떤 의도로 등장시킨 것인가 ?  모든 장표와 내용은 의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뒤에 나올 결론이나 문제점 등이 이 슬라이드 내용의 특정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 이 슬라이드는 유효하다. 만약 그렇다면 그 밀접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어 더 강조하라. 그러나 이 장표가 어떠한 의도도 지니지 않은채 구색을 갖추기 위해 등장하였다면 사실상 생략해도 무관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결론에 다다르기 전에 청중이 나의 의도를 간파하고 자신들의 입으로 내가 원하는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청중에게 결론을 전달하기 전에 청중 스스로가 그것을 발견한 것 처럼 말이다.

  • 쓰임새 : 결론에 대한 암시와 복선으로 작용.
  • 업계 동향, 사업환경 분석 등의 제목이 쓰이기도 함
  • 주로 등장하는 내용 : 정부규제 등 사업환경, 해당산업군에 정통한 언론이나 리서치 센터의 전망, 경쟁사의 움직임, 선진사례, 케이스스터디
  • 하지 말아야 할 것 : 결론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 명확한 시사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것

지금까지 설명한 것 처럼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시퀀스들은 각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오늘 소개를 시작한 10개의 시퀀스들은 나름대로의 명확한 결론과 메시지를 결과값으로 지녀야 하며 바로 뒤에 이어질 시퀀스에서 그 결과값을 받아 결국 결론에 이르는 메시지로 재처리해내야 한다. 그것이 전체가 하나의 단단한 이야기로 묶인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의 모습이다. 서론부에 등장하는 4개의 시퀀스는 결국 결론에 대한 복선과 사전 정지작업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다음시간엔 중반부에 등장하는 4개의 시퀀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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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10개의 뻔한 시퀀스 ①

  1. 늙은여우

    적절한 슬라이드를 예로 들어주셔서 이해가 더 쉽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번째 ‘추진경과’, 기획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귀찮은 일들이지만 정말 중요하다는것을 세삼 깨달았습니다. 경험담(?)을 통해 언급해주셔서 더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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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이번 시리즈도 계속 기대해 주세요~ 조금 더 많은 예제를 곁들이면 좋을뻔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서 단촐하게 꾸몄답니다 ^^ 늙은여우님이 항상 힘을 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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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hy0211

    안녕하세요 요즘 신규사업계획서 작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명쾌하고 쉬운 설명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사업계획서로 올라온 내용중에 단연 최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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