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먼저 삼성을 베끼다 ? 하하~

By | 2011-04-29

요즘 애플과 삼성간의 카피캣 소송전이 의외로 이슈다. 내가 이걸 의외로 여기는 까닭은 이 바닥에서 서로에게 특허 침해를 빌미로 소송을 거는일이 워낙 비일비재하다보니 애플이 삼성을 제소한 것도 그 수많은 소송중 하나로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갔는데 국내 언론들은 이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야구로 따지자면 1루에 안타를 치고 출루한 발빠른 주자에게 견제구 하나 던진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견제구가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 뭐 그건 그렇다치자.. 그런데 지난 4월20일(미국시간) 나도 평소에 즐겨보는 TUAW에 올라온 사진 한장을 국내 언론이 퍼나르기 시작하면서 일이 좀 우습게 돌아가고 있는듯 하다.

바로 위에서 보이는 사진이다. CEBIT 2006에서 발표된 삼성의 F700의 이미지와 룩앤필이 이듬해 1월에 발표된 1세대 아이폰보다 앞섰다는 증거였다. 이 사진이 보이자 언론플레이에 미친 기자 양반들이 이런 좋은 찬스를 놓칠리가 없었다. 오늘 트윗에서 goodgle님이 소개하신 매일경제의 ‘[매경데스크] 애플과 모바일 패권주의‘란 기사는 거의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여기에서도 위 사진에 대한 얘기가 서두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신문을 수백만의 네티즌들과 독자들이 읽을 것을 생각하니 (비록 몸은 바쁘지만) 나 역시 언론플레이를 견제할 마음이 생겼다.

난 언론플레이를 하는 IT에 무지한 기자님들에게 적어도 TUAW에 나온 그 짧막한 기사라도 끝까지 정독하고 기사를 쓰시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기사 끝에 달려있는 애플인사이더로 이어진 링크를 따라가보라 권하고 싶다.  삼성이 F700을 세빗 2006에서 어나운스 한 것은 맞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세빗 2006에 실체를 드러낸 폰들은 아래와 같은 폰들이었다.

즉, F700의 존재는 어나운스만 되었고 구체적인 외관이나 UI의 룩앤필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아이폰이 발표되고 한달 후인 2007년 2월이었다. 아이폰은 2007년 1월 맥월드 키노트에서 외관과 UI가 잡스의 키노트를 통해 발표되었고 그해 중순에 판매를 시작했다. F700이 어나운스되던 세빗2006에서 삼성은 F700의 외관이나 UI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우스운건 그렇게 아이폰이 어나운스 되고 나서 한달만에 그 실체를 드러낸 F700이 아이폰의 외관 및 UI와 흡사한 형태를 하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맨위에 있는 문제의 F700 사진은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 등장한 것이며 이 사진을 최초에 만들어 애플을 비웃으려했던 안드로이드 치어리더들(TUAW의 표현을 그대로 옮겼다)은 오히려 삼성이 카피캣이었다는 증거를 한장 더 얹은 꼴 밖에 되지 않았고 이 사진 위에 ‘Um, Wrong’라 쓰인것은 애플의 주장이 틀렸다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사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표현인 것인데 이걸 좋아라 퍼나른 우리 언론도 거의 비슷한 레벨에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맞소송에 대해 내 개인적인 의견을 짧막하게 얘기하자면 이렇다.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면 당연히 그 댓가를 치루도록 애플에게 죄를 엄중하게 물어라~ 그리고 삼성이 애플이 말한대로 도를 넘어섰다면 그 역시 댓가를 달게 받아들여라. 그게 심플하지 않은가. 애초에 여기에 무슨 수사가 더 붙는단 말인가 ?

언론도 좀 반성해라. 중국이 마티즈를 베끼면 생난리를 치는 주제에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이라는 삼성이 아래와 같이 노골적으로 애플을 베끼고 있다는 것을 웬만한 네티즌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어찌 너희들만 그걸 모른단 말이냐

사진 위쪽은 뭐 그럴수 있다치고… 갤탭이 나오면서 같이 딸려나온 주변기기와 커넥터를 보고는 정말 민망했다. 솔직히 난 어떤 네티즌이 포토샵으로 장난친줄 알았다.

이건 뭐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이다

아아…제발…그냥 이전처럼 종이박스에 대충 넣어줘도 되니 이러지는 말자(참고로 난 아이폰 이전에 삼성 스마트폰을 3대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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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애플이 먼저 삼성을 베끼다 ? 하하~

  1. Camera4u

    아.. 그냥 죄송할 따름입니다.. 쥐구멍을 찾고 싶네요.. 어젠가 쥐구멍에 볕들날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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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사제가 그럴일이 아닐세~ 대부분의 삼성 엔지니어들은 능력있고 열심이지 않은가. 대기업의 생리상 중간관리자 이상 실무적인 의사결정을 수시로 내리는 양반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거나 자신이 책임질 의사결정을 내려주지 않는게 문제지. 아마 사제도 느꼈다시피 삼성내에서 연구원들이 올리는 혁신적인 대안들은 이미 중간급부터 커트를 당해왔을테고 의욕에 찬 그들은 계속 좌절해왔겠지. 그게 우리 대기업의 문제일세~ 프로모트는 못할지언정 좌절만 안겨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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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홍순모

    삼성이 한국 기업이라서 잘 되길 바랍니다만……인지도가 낮을 때는 1위 업체 제품을 벤치 마킹하거나 모방을 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럴 때는 지난 것 같은데 계속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서 반대로 미국 업체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사례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특히 디자인 부분이 아직 약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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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저도 말씀하신 생각과 생각과 같습니다. 사실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역량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부분의 차이는 잡스가 키노트 말미에 항상 보여주던 인문학과 기술에 대한 고민, 즉 이에 대한 속깊은 성찰에서 오는 장기적인 철학이 결여되어 그렇게 보여지는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의 누가 뭐라던 자신의 주관을 묵묵히 관철시킬 수 있는 장인정신이 아쉽습니다. (항상 유행에 바로 휘둘려성급히 준비하니 제품도 항상 2% 아쉬운듯한 모양새죠)
      일단 고객을 중심으로한 마인드는 아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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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rizonakim

    사실 지금의 디자인관련 지적재산권 침해 부분은 오래전 부터 예견 되어온 부분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이로서, 과거에 디자인 참고자료가 대부분 외국 서적이었죠. 지금도 마찬가지 일겁니다. 아무리 한국적으로 디자인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좀더 외국적이어야 했다는 거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과 redesign이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었습니다. 디자이너도 해외 유학파가 인정을 받았던것도 디자인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오너가 과거의 관습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결국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또다시 redesign을 해야만 하겠죠. 최신 트랜드를 따라가기 위해서 비싼 돈을 치르고 외국서적을 구입하는 전공자들도 사라지지 않을 거고요.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환경 속에 이제는 너무도 쉽게 모방을 할 수도 있죠. 근본적인 문제는 삼성이나 애플의 문제에 누가 누구를 베꼈냐가 중요한게 아니죠. 그걸 몰아가는 언론들의 행태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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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맞습니다 사실 이번 포스트는 삼성을 한대 더 치려고 쓴건 아닙니다. 이번 포커스는 디자인 베끼기를 옹호하는 듯한 그런 뉘앙스가 심히 못마땅한게 더 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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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ma

    제가 갤탭커넥터는 국제표준인걸로 압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일부터 같은걸로 하려고 했던건지는…

    패키징은 htc 를 비롯한 다른 회사들도 저렇게 하는걸로 압니다
    조그만 박스에 죄다 우겨넣는거죠…

    일부러 따라했다기 보다는….
    그냥 트랜드 아닌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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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전 M4300, M4650, M490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오면서 삼성의 패키징 스타일을 잘 경험했답니다. 까마귀날자 배떨어진다고 아이폰이 나오고난 직후에 패키징이 전에없이 저렇게 바뀌었으니 의심을 받을 밖에요. HTC 등 남 얘기는 사실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들 아이폰 이후 그렇게 바뀌었으니까 모두 다 따라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거기에 동참하는게 뭐 대수냐…하는 논리는 좀 그렇습니다. 우리가 마티즈를 똑같이 따라만들었던 중국업체를 보고 엄청나게 욕을 했던걸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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