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승마와 수영일기

By | 20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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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마 초급반이 이제 모두 끝나간다. 벌써 13주동안 열두번이나 말에 올랐고 이제 두번만 더 가면 중급자 코스로 올라가게 된다. 지난 토요일 마님과 함께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승마용품점에 가서 장화와 모자를 샀다. 그 다음날 승마장화와 헬멧을 쓰고 말을 탔는데 역시나 용구를 갖추고 나니 더 잘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지난 일요일의 승마는 날이 풀린 탓인지 (우리가 말을 탄 날에는 지금까지 언제나 추웠다) 한시간 정도 경보를 연속으로 돌자 땀에 흠뻑 젖었다. 마님이 탔던 ‘덕인’이는 마님의 소감에 의하면 이제까지 탔던 말들 중 최고라했다.  한달쯤 전 새로온 국대 마장마술 선수출신의 교관언니께서 말에서 내려 올라가자 호들갑스럽게 다가와서 오늘 자신의 말배정이 어떠했냐고 자랑스레 물었다.  “좋았죠~ 물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용구점 아줌마가 타러간다는 분당 승마장에 들러 말과 시설을 둘러보며 사장님의 설명을 들었다. 실내마장에 세 필의 말이 들어섰는데 모두 정말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긴 약간 좁아보이는 것과 가격이 좀 세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말에 의하면 작년 2010년에만 승마장이 200여개가 생겼는데 그야말로 개나 소나 쉽게 승마장을 개설할 수 있어서 무허가도 많고 말들도 별로라며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전체 승마장이 240여개가 있는데 작년만 200개라니… 그렇게 승마장이 많았던가 ?  이제 그야말로 승마대중화가 현실화 되나보다. 얼마전엔 승마채널까지 생겼지 않은가. 분당 승마장은 언제 생겼냐고 물어보니 18개월 되었단다. -.- 뭐 거기서 거기로구나.

아마 이번 초급반이 끝나고나면 승마장을 옮길 생각이다. 지금 타는 곳이 별로라서라기 보다 그곳에 조그만 분란이 생겨서 우리를 가르치던 교관선생이 바로 근처로 최근에 옮겼고 그를 따라가기로 마님과 결정을 내렸다. 아마 근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국대 마장마술 선수출신 교관 언니도 그쪽으로 따라갈 모양이다. 결국 거기서 다들 만나겠군 ^^

 

2.

이번주 월요일이 4월의 실질적인 첫시간이었다. 여느 첫 시간과 마찬가지로 수영반엔 신규멤버들이 잔뜩 들어왔고 우리반엔 바로 옆 중급반에서 넘어온 선수들로 레인이 가득찼다.(그래봤자 열댓명이지만) 우리 수영장엔 강습레인이 5개가 있는데 맨 오른쪽이 진짜초급반, 그 다음이 중급, 그리고 내가 속해있는 ‘진득한’ 중급, 그리고 고급, 마지막이 ‘진득한’ 고급반이다. 이번엔 지난달같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온 아가씨나 비치용 수영복을 입고온 사나이가 없었다. 그 대신 우리반 선생과 고급반 선생(이 친구는 지난달까지 우리반 선생이자 2년전에도 우리반 선생이었다)이 우리 진득한 중급반에서 고급반으로 월반시킬 멤버들에 대해 상의하는 듯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내가 우리반 3번 영자였기 때문에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어제 초저녁이 다되어서 일거리가 하나 들어오는 바람에 그걸 처리하느라 수영장에 갈까말까로 고민하다 결국 20분이나 늦게 수영장에 들어섰다. 수영선생 두명이 모두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며 고급반 레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나~~ 이제 죽었구나. 우리반은 보통 1시간에 24바퀴정도를 도는데 고급반은 일단 최소 30바퀴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나같은 저질체력은 금방 낙오자가 되는데 이제 앞으로 몇 개월을 지진아로 살아야 하나보다. 아무래도 이 두명의 선생은 나를 고급반으로 올려보낸 결정에 일종의 쾌감을 느끼는듯 했다.  후우~ 이번 금요일엔 잊지말고 내 오리발을 수영장에 가져다놔야겠다.

 

3.

수영을 거의 1년넘게 쉬다가 다시 시작한 이후 예전같은 밸런스가 돌아오지 않아 한참을 고생했었다. 첨엔 호흡의 문제 그 다음엔 팔의 문제, 티자누르기 등등 알고보니 몸전체의 밸런스가 모조리 흐트러져있었다. 그래도 지난 2개월 동안 많이 복구를 했다. 물에 떠서 균형을 맞추는 문제부터 물잡기 물타기까지 여러모로 좋아지면서 다시금 스피드가 나기 시작했고 힘이 덜들기 시작했다. 어제 역시 그랬다. 2개월전에 비해 일일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랩당 스트로크수가 3~4회는 덜 하게 된것 같다.  문제는 아직도 접영의 경우엔 밸런스를 거의 찾지 못하고 초보자처럼 헤메고 있다는 점인데 사실 난 처음부터 접영에 대한 욕심따위는 없었다. 내 욕심은 그저 자유영, 평영이나 편하게 오래하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은 30분 정도 돌다가 스타트(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다이빙으로 입수) 동작을 끝날때까지 반복하는데 사실 이 동작에서도 지난달부터 계속 고전을 해왔다. 입수를 잘못하게 되면 물안경이 벗겨지는 것 때문이다. 이건 입수시 머리를 들고한다는 뜻인데 사실 여기엔 몇 년전에 당할뻔 했던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처음 이 동작을 배웠던 수 년전에 난 올림픽 다이빙 선수같이 물이 덜튀고 쏘~옥 입수하는 것이 최고인줄 알고 첫 다이빙때 그렇게 했다가 수영장 바닥에 버리를 부딫히고 말았다. (다행히도 머리가 단단해서 별 부상은 아니었지만)  수영선생이 놀라서 다가왔고 가끔 그렇게 부딫혀서 크게 다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 때 이후로는 은근 바닥에 머리를 부딫힐까봐 신경쓰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입수때 수경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다치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그렇게 버릇이 들었던 그 동작을 어제 세번의 시도만에 고쳤다. 수영이라는 운동도 참 하면할수록 더 할게 많고 오묘하다~ 맨몸으로 하는 운동인데 아직까지도 마스터해야할 잔기술들이 산적해있다…허허

승마도 배우면 배울수록 더 할게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거 인생의 모든 부분이 그런듯..뭔가를 알면 알게될수록 점차 복잡한 정글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운동은 아니지만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예전에 하다 관둔 드럼과 경비행기 운전에도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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