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 감독이 지난 경기와는 다르게 전반부터 수비적으로 임한 것은 이해가 충분히 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슈팅숫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스날의 뷰티풀 축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바르샤가 안방인 누캄프에서 아스날을 3:1로 꺾고 종합전적 4:3으로 챔스리그 8강에 올랐다. 아스날은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비라인을 잔뜩 끌어올려 미드필드 공간을 삭제해 버리는 전술을 들고 나와 적어도 전반 48분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전반전 말미에 반페르시가 다니 알베스와 충돌하며 흥분하더니 약간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 결국 48분에 이니에스타에서 이어진 패스를 메시의 전방침투로 마무리하며 전반을 1:0으로 마친채 끝났다.

후반에도 아스날은 전반과 달리지지 않았다. 지난 경기와 포메이션은 같았으나 공격에 대한 의지는 조금 부족해 보였고 그 의지는 75:25라는 일방적인 볼점유율차로 나타났다. 후반 5분까지 아스날은 공격지역에 발을 디뎌보지도 못할만큼 공격이 철저히 봉쇄당했고 슈팅숫자 16:0이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그나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던 사미르 나스리가 왼쪽측면을 돌파하기 시작했고 바르샤 수비 3명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싸버리자 할수없이 코너킥을 얻어내기 위해 수비의 몸에 공을 찼다. 그게 나스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였다. 코너킥 역시 나스리가 찼고 이 공은 공격에 가담한  아스날의 수비수 주루의 키를 넘어 수비에 가담하던 부스케스의 머리에 맞고 자책골이 되어 버렸다. 그 상황만 줌인 해보면 마치 아스날 골대에서 벌어진 일 같았으니 말이다.

아스날은 기사회생했다. 1:1의 수치였으니 이대로만 가도 8강에 진출할 수 있었고 설사 한골을 먹어서 2:1이 된다 하더라도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는, 그야말로 아스날엔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었다. 한골을 만회했다고는하나 여전히 아스날의 슈팅숫자는 제로였다. 이때부터가 문제였다. 단 몇분이 지나지 않아 아스날은 역습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미 선심의 기가 올라가고 주심의 휘슬이 울린 마당에 오프사이드를 범한 반페르시가 공을 놓아두지 않고 그대로 달려가 슈팅까지 해버린 것이었다. 전반전에 옐로카드를 받은터라 그의 이런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퇴장을 당했고 그것으로 아스날의 상승분위기에 스스로 차디찬물을 끼얹어버린 꼴이었다.

이쯤되었으면 작년의 무링요같이 나머지 10명 전원을 수비지향적으로 박아둘 명분이 생기는 장면이기도 했으나 벵거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고 아스날 수비의 뒷공간이 슬슬 열리기 시작하며 수비는 중앙으로 모여들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오른쪽 측면의 알베스는 마크맨 없이 완전히 자유로운 침투를 보장받게 되었다.  결국 알베스에게 끊임없이 측면침투를 허용한 끝에 최종수비라인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또다시 이니에스타의 침투패스를 받은 샤비가 역전골을 성공시킨다.

이 상황까지도 아스날은 절망적인 것이 아니었다. 단단히 지켜며 역습만 해도 연장전이거나, 동점골을 넣으면 역전도 가능했으니 말이다. 아스날은 전반전 골키퍼 부상으로 이미 교체 카드를 한장 써버린 것도 약간 부담이었는데 그렇지만 벵거가 그것을 노리고 대기시켜두었던 아르샤빈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아르샤빈을 투입한다. 아스날의 수비는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약간 공황상태까지 보인다. 결국 또 다시 메시에게 쐐기골을 얻어맞는데 이 때 이후로는 거의 회복하질 못했다. 스코어가 3:1이 되자 벤트너까지 투입되었지만 침체된 아스날은 살아날 줄 몰랐다.

스코어는 3:1이었으나 사실 승부는 여전히 백지장 한장 차이였다. 아스날이 한골만 만회하면 그대로 8강에 진출할 숫자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추가골 찬스를 알베스가 번번히 놓치는 것도 웬지 아스날의 누캄프 극장 분위기를 은근 돋우었다. 그러나 아스날은 끝까지 무기력했고 발까지 느려진 탓에 반격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슈팅수 0개의 수비위주의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3골이나 허용했다는 것이 아스날의 팀컬러와는 전혀 매칭이 되지 않을만한 완패~ 작년 누캄프에서 네골을 먹었을때 만큼이나 치욕적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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