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직전 무대모습, 난 2층 오른쪽 맨 뒷열에서 봤다

1.

2011년 2월 27일 열린 엘비스 코스텔로의 내한공연은 개인적으로는 많은 갈등을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일단 상반기에 봐야할 내한 공연들이 즐비하다는 점이 나를 망설이게 한 첫번째 이유였고 이걸 보러 같이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 두번째였다. 그 외에도 비가 오는 약간 쌀쌀한 날씨, 새벽부터 일어나 용인까지 가서 승마를 빡쎄게 한 덕분에 욱신거리는 다리 등이 나를 더욱 갈등하게 만들었지만 이번에 그의 공연을 보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마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흥행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소수의 고정팬만을 확보한 그였기에 세종문화회관을 모두 채우기는 힘드리라 생각되었고 이에 따라 코스텔로 역시 다시 올 이유를 못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님을 가까스로 설득하고 세종문화회관에 전화를 걸어 현장판매분이 있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예상대로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자 나의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세종문화회관은 사람으로 북적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2층 맨뒤의 B석 티켓을 구입하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2.

이번 무대에서 그는 밴드를 동반하지 않고 홀로 기타를 바꿔가며 솔로 콘서트를 펼쳤다.  예고된 대로 그는 10여곡에 이르는 그의 베스트 넘버들을 모두 쏟아냈다. 특히 두번의 앵콜무대에서 그랬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라이브 무대는 너무 좋았지만 역시 밴드없이 혼자 연주하는 통에 그의 팔색조같은 음악스타일이 조금은 단조롭게 들렸던 점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Pump It Up과 같은 곡은 드럼과 비트들로  좀 쿵짝거리는 맛과 그의 다이아몬드 스텝이 어우러져야 더욱 흥을 돋구는 곡이어서 더더욱 말이다.  그는 공연중 잠시 다음번에 올때는 밴드와 같이오겠다는 멘트를 날렸지만 역시 아쉽긴 아쉬운 부분이었다. 만약 그가 밴드를 대동하고 온다면 당근 가야하지 않겠는가

3.

이미 그의 공연을 선전하는 포스터와 팜플렛, 언론에서 노팅힐의 She를 부른 주인공으로 소개된터라 그는 She를 부르지 않고 넘어갈 방법이 없었다. 결국 She는 첫번째 앵콜무대의 첫곡으로 불려졌다.  그도 라이브 무대에서의 She는 생소하다는 듯 악보를 뒤적이다 이윽고 한군데서 멈추고는 She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감미로운 She를 마치자 마자 이날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녹음된 반주를 배경으로 나도 처음들어보는 곡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아직 이 곡이 무슨 곡인지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그 분위기는 매우 저항적이었고 사운드는 음침하고 육중했다. 마치 She의 감미로움을 지워내려는것 처럼 말이다.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앵콜곡들이 모두 열손가락안에 꼽을만한 그의 히트곡들이었으므로 더더욱 그랬다.

4.

그는 공연초반 무대장악에 상당히 고전했다. 저 위의 사진에서도 나타나듯 세종문화회관의 오케스트라석이 무대의 코스텔로와 관객들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제공했다. 그가 관객들과 상당히 가깝게 호흡하는 스타일이어서 저 거리와 큰 무대안의 기타로 둘러쌓인 좁은 공간이 그를 일차적으로 관객과 멀어지게 했다. 게다가 그의 곡들이 알려진게 별로 없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따라부르게 하거나 코러스를 넣게하려는 그의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노련한 그인만큼 반복하고 가르쳐가면서(-.-)  힘겹지만 관객들을 서서히 끌어들였다. 히트곡이 연달아 나오는 두번의 앵콜무대에서는 드디어 분위기가 잡혔지만 그게 끝이어서 정말 아쉬웠다.

5.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1/03/1-04-A-Slow-Drag-With-Josephine.mp3|titles=1-04 A Slow Drag With Josephine]

제일 관심을 끌었던 곡은 A Slow Drag With Josephine이었다. 그는 놀랍게도 무대앞으로 나와서 앰프없이 그 노래를 ‘생’으로 불렀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극도로 숨을 죽여야했고 그의 노래소리는 2층 맨끝에 앉아있는 내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심지어는 이 노래에 나오는 휘파람 소리까지 말이다. 공연 내내 지루한 표정을 짓던 우리 마님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난 곡이라고까지 했다. 실제로 앨범에 있는 이 노래를 들어보면 그 느낌이 ‘생’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

관객들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내가 엘비스 코스텔로의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 갈등하던 것을 다른 팬들도 똑같이 겪은거 같았다는 점이었다. 일례로 내 바로 옆자리는 내가 현장 예매를 할 당시에도 비어있었는데 공연시작직후 혼자온 어떤 여성팬에 의해 채워졌다. 모르긴 해도 그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당일날 결심을 굳히고 혼자서라도 보러온 열성팬인듯 해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이번 공연 역시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들이 주로 A석이나  B석 등 레벨이 낮은 자리에 포진했기 때문에 내 눈엔 외국관객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저 사진에 뒤통수를 보이는 분 역시 아내와 같이온 외국분으로 보였는데 그 부부는 시작부터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하여 기립을 요하는 부분에서는 여지없이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7.

이번 공연에 대해 총평하자면 좋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밴드가 있었더라면 그의 다양한 음악스타일과 연주를 그를 모르는 팬들에게 더 잘 소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좋았던 점은 역시 그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생겼었다는 점이었다. 글쎄 이번 내한공연을 계기로 엘비스 코스텔로의 팬이 국내에도 많이 생길런지 모르겠다. 여전히 그의 음반은 예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심지어는  CD가 아닌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도 말이다. 그 덕분에 나 역시 그의 수많은 앨범 중 가진것은 몇개 되지 않고 그저 귀동냥으로 이런저런 음악을 접했을 뿐이다. 이번 내한공연 직후 그의 최근앨범 3장을 샀다.  많고도 많은 그의 정규앨범을 모두 사모으려니 한숨이 먼저 나오긴 하지만 사야할 앨범이 있다는것 자체가 나에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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