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수영~기타 일상

By | 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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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동물을 좋아해서 우리집 마님이 승마를 하자고 했을 때 선뜻 좋다고 했다. 처음 커다란 말을 접하고 타려고 했을 때 ‘진짜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녀석들이 어떤 동물보다 겁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다. 같이 말을 타는 마님과 다른 동료들은 모르겠지만 난 항상 내 말 등위에서 그 녀석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계속 잘했다, 안된다라고 의사표현을 한다.

이제 말을 탄지 6주 정도에 접어들었는데 처음부터 각오했지만 어느 분야나 첫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그걸 천신만고끝에 넘고나면 조금 편해지다가 다음 장애물이 저쪽에서 도도하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말이 나를 태우고 처음 걷기 시작하고 고삐를 잡은 손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에도 말이 반응하며 좌우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신기했는데 이윽고 말이 속보를 시작하자 승마란 운동이 쉽지않으며 왜 사람에게도 운동이 되는지 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벌써 3주째 경속보에서 리듬을 맞추며 일어서는 동작을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승마의 첫번째 관문인것 같다. 맨 처음 수영을 배울 때 숨쉬기에서 오래동안 애를 먹었던 것 처럼 아마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이걸 해내지 못하는 초보 승마반 사람들을 보면서 ‘저 쉬운 것도 하지 못한다고 혀를 찰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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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월-수-금 반이니 승마를 포함하면 일주일에 나흘을 운동으로 보내는 셈이다. 그만큼 집에서 글을 쓰거나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움직이지 않다보니 기초 대사량 자체는 줄고 시시콜콜하게 먹는건 늘어서 한창 수영을 하던 3~4년전에 비해 벌써 10킬로나 몸무게가 늘어났다.  난 수영을 선수처럼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걷기처럼 오래동안 멀리가도 편안한 상태가 될 때까지 할 정도면 된다. 내가 지금의 걸음걸이를 확립하기 위해 아기때부터 몇 년이 걸린것 처럼 나의 자유형 폼은 지금도 한 스트로크로 최대한 길게 물을 타기 위해 튜닝되고 있다.

어느 수영반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수영선생이 ‘직장에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됐지 왜 수영장에와서 스트레스를 받으려 하느냐’고 말한적이 있었다. 인생은 길고 누가 수영시험을 보자고 달려들지도 않는데 왜 남들보다 진도가 약간 늦은것을 걱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수영을 즐기고 싶고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수영장을 찾아온 것이지 다이빙과 턴동작, 접영 기술을 남보다 빨리 습득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때부터 맘편히 수영했던 것 같다. 거의 1년반 정도 쉬었기 때문에 2월초 수영장에 나갔을 때 내 몸은 굳을대로 굳어있었다. 수영선생은 아직도 내 얼굴을 알아보고 그 때의 기억을 살려 나를 고급반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중급반부터 다시 하겠다고 말하면서 몸은 벌써 중급반 레인에 집어넣고 있었다. 아직도 추운 겨울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 추위를 뚫고 계속 수영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열정이 있고 쉬지 않고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첫날이었지만 마치 1월 중급반의 진도를 계속 나가는 듯 사람들은 정해진 운동량을 순서대로 소화해 내고 있었다. 우리 수영장 중급반은 한시간에 보통 20바퀴정도, 그러니까 1km정도를 소화해 낸다. 바로 옆 고급반은 25바퀴정도고 오른쪽 초중급반은 15바퀴 정도다. 당연히 나는 첫날 그 운동량을 소화해 내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내 어깨와 팔에 붙은 근육들이 지난 18개월동안 내가 사용하지 않았던 부위가 어디어디인지를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수요일은 강의 때문에 건너뛰고 금요일에 다시 수영장에 갔을 때 커다란 오리발 상자가 있는 것을 보고 매주 금요일이 오리발 끼고 수영하는 날인걸 다시금 기억해 냈다. ‘어 이 구 …오늘 죽었군’ 하는 신음이 절로 나왔는데 결과적으로도 그랬다. 이번엔 내 다리에 붙은 근육들이 서로 자기가 더 아프다고 내기를 하는 것 같았고 하마터면 평접영을 하면서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나려고도 했으니 말이다.

이틀 뒤의 승마는 지난주보다 더 강도높은 트레이닝이 이어졌고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이 강의초록 마감이었기에 나는 일요일 밤 늦도록 슬라이드를 작성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니 다리와 어깨, 팔 등등 그야말로 삭신이 쑤셔 결국 수영장엔 결석하고 말았다.

후~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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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houghts on “승마, 수영~기타 일상

  1. 효준,효재아빠

    승마라..잼나겠다..ㅎㅎ

    난 작년 9월인가부터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가, 2월에 스포츠센터가 수영장 보수공사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은 그만 둔 상태..
    수영을 하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었지. 수영을 하려고 새벽 4시 넘어 일어나는 건 그래두 즐거웠는데…최근에 팀장들은 7시 반 쯤에 출근해서 일과 시작을 권장한다는 메일 받고 6시에 일어나려는데..이건 왜 이리 힘이드는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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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현철

    수영이나..웨이트는 자기자신을 위해 꾸준히 관리하는 운동인데..이넘의 골프는 ..보여주는 멋도 있어서리..욕심이 한없이 생기네요…조카랑 하는데 그 넘은 하루에 10시간 정도의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구..난 그 반 정도밖에 못하겠더라구요..넘 몸이 고달퍼서리..암튼 그린만 보면 사람들이 왜 광분하는지 쫌 이해는 하겠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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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후~ 하루 10시간이라~ 야구같이 스윙하고 공던지고 받는것 같이 다양하지 않을텐데 그 절반만 한다그래두 말이지..하루죙일 스윙? 상상이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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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현철

        제가 아니구 ..조카가 선수인데 10시간 정도 스윙연습을 해요.물론 10시간 내내 하지는 않죠. 보니까 빈 스윙으로 리듬을 익히며 500~1000번 정도 하고, 공 한번 치면서..다시 빈 스윙 연습하고,,계속 그렇게 하고..그린 주변에서..어프로친 연습하고(70미터,50미터,30미터..등등), 퍼팅 연습하고(롱 퍼팅,숏 퍼팅) 그리고,,웨이트 운동 2시간 정도 하고..그럼 10시간 쒸리릭~~가요.

        아마츄어 골퍼들은 왜 난 안될까 하고 ..장비만 교체(특히 드라이버)하는데..사실 연습량이..절대적으로 부족하죠.

        GS 결과는 탈락!!. 쩝..

  3. 늙은여우

    수영선생님…왠지 멋진 분 같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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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네 ^^ 맞는말이니 저도 순순히 받아들였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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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말이 중급이지 중-상급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월요일엔 뺑뺑이만, 수요일엔 뺑뺑이+다이빙, 금요일은 오리발이죠…그래도 하루하루 편해지고는 있습니다만 여전히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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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상민

      오리발에 스타트까지면 중급은 넘네요. 그런데 정적 저는 할머니들이 1시간 넘게 쉬지도 않고 뺑뺑이 도시는 거 보면서 감탄만…^^ 게다가 우리동네는 50미터 풀이었답니다. 지금은 2년째 보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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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emitrio Post author

      저희 반도 남자는 저와 한두명뿐 모두 여자분들(아줌마 대세)인데 그 체력은 도저히~ 속도는 제가 월등히 빨라서 그분들이 풀의 절반까지 간걸 보고 출발해도 따라잡지만 지구력만큼은 그분들의 1/4 수준인거 같습니다. 저도 차라리 50미터 풀에 좀 가보고 싶어요. 그냥 쭈욱~ 가는건 좋은데 일단 터치만 하고 돌아서면 숨이 차고 밸런스가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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