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애플이 광학 드라이브마저 없애버릴 것 같다는 소식이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얘기는 이제와서 처음 등장한 소식이 아니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이제 이런저런 증거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결국 ‘때가 온 것’같다는 소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빠르면 요즘 루머에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MacBook Pro 라인업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듯 한데 3월쯤에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정말 머지않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남들이 안하는 과감한 짓을 지속적으로 저질러왔다. 다들 우려할 만한 그런 짓 말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초기의 아이맥(엄밀히 저 모델은 극초기 모델이 아니다)에서 잡스는 무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러자 경쟁사와 언론, 심지어는 이미 10년이상 맥을 사용한 맥유저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작 자신도 최근 1년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한 경험이 없었으면서 말이다. 초기 아이맥의 별점을 매기던 IT언론들은 하나같이 단점으로 플로피 디스크의 부재를 지적하며 별 하나나 반개 정도를 줄였다. 플로피의 부재를 심하게 씹었던 경쟁사들은 얼마 후 슬그머니 플로피 드라이버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발표할 때 잡스는 처음부터 감압식 터치(펜으로 누르던..)방식을 비난하면서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했음을 알렸다. 이때 삼성의 M4300을 사용하던 나 까지도 잡스의 이런 시도를 우려했을 정도였고 언론과 경쟁사들은 하나같이 뭉뚝한 손가락으로 그 조그만 화면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비웃었다. 쿼티키가 아닌 가상키보드는 내가 봐도 오타 유발자로 보였었다. 지금은 어떤가 ? 2007년의 그 비난은 어디가고 경쟁자들의 터치 스크린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말이다.

이번에는 CD드라이브의 차례가 돌아왔고 이번에도 역시 애플이 앞장서서 광학 드라이브를 없앨 준비를 거의 끝내가고 있다. (도대체 그 쟁쟁하다는 IT업계의 거인들과 경쟁자들은 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2010년 출시된 매력적인 모양새의 Macbook Air에서 애플은 첫번째 가시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OS를 USB 드라이브에 담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올해 1월에 오픈한 Mac OS 앱스토어를 파인더에 통합했고 애플 스토어에서는 패키지 형태로 된 소프트웨어 매대를 철거하기로 했다하니 그럭저럭 광학 드라이브를 없앨 요건은 갖춘 셈이다. (이게 다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고는 할 수 없었던 일 아닌가)

아마 3월에 출시된다는 Macbook Pro 시리즈에서 광학 드라이브가 사라진다면 IT언론과 경쟁사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 아마도 이번엔 이전과 같이 애플의 결정을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대신 자신들의 제품에서 광학드라이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광학 드라이브의 제거는 노트북 라인에서는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가지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위 사진의 Macbook Pro의 분해사진을 보자. 중앙 하단부에 있는 광학드라이브는 정말 크기도 하다. 애플로서는 이 남는 공간의 활용을 두고 아마 여러가지 고민끝에 모종의 결정을 했을 것이다. 두께나 무게를 드라이브 만큼 줄여도 되고 배터리 사이즈와 용량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맥북에어가 있는 만큼 프로버전에서는 광학 드라이브 자리를 성능확장의 공간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잘하면 전무후무한 배터리 수명을 가진 맥북프로의 발표를 3월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애플이 광학드라이브를 없애기로 작정을 했다면 노트북 라인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 등 Mac의 전체 라인에 차례로 적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특정 목적으로 광학드라이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건 외장 수퍼드라이브로 해결하면 된다. 이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옵션 품목이 될 듯하다. 애플은 이미 수년전 부터 맥북에어를 위한 외장형 수퍼드라이브를 가지고 있고 가격또한 비싸지 않다. (아마 모든 맥 기종을 위한 새로운 버전이 나올 것이다) 상반기가 가기전에 발표될 맥북프로에서 광학 드라이브가 사라진다면 6월에 발표될 Lion은 당연히 USB 드라이브 형태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광학드라이브는 사실 조나단 아이브가 가진 디자인 역량의 제약사항이 아니었을까 싶다. 맥미니만 하더라도 그 크기가 광학드라이브의 지름 이하를 벗어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 애플이 광학 드라이브를 제거하기로 결심을 굳혔다면 올해 내로 조나단 아이브가 가진 새로운 상상력의 기기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맥은 더 얇아질 수 있을 것이고 맥미니는 어떤 모양과 크기로든 변화할 수 있도록 제약조건을 모두 제거한 것이니 말이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애플에게 있어 광학 드라이브의 제거는 또 하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애플이 최근까지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비디오 포트를 모두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로 교체한 것도 지금에서야 서서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성능도 문제겠지만 크고 거추장 스러운 비디오포트는 확실히 디자인의 걸림돌이기는 했다. 그 대가로 나는 여러개의 고가 아답타를 투덜대면서  사야했지만 말이다. 요즘 나오는 윈도우 진영의 슬림노트북들은 외장형 매체와 비디오 아웃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단 말인가)

윈도우 진영의 경쟁자들도 결국 광학드라이브를 없애는데 성공하겠지만 이들에겐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이건 하드웨어를 만든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다. (단순히 외장 드라이브 옵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2009년 보유했던 델의 넷북 mini9을 처음부터 다시 셋업하면서 광학드라이브가 없어 큰 곤욕을 치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조급한 마음에 하드웨어만 뻔지르르하게 일단 만들어내는 업체는 존재할 것이다. 사용자들의 불편함이나 주변기기 등과 같은 보조장치 준비등은  무시하고 말이다.

내 쓸데없는 상상으로는 올해 중 애플이 광학 드라이브를 없애면서 다시한번 디자인의 변혁을 몰고올 것 같다. 최근 수년간 iOS 기기에 집중했던 애플이 이제 눈을 돌려 원래의 전쟁터로 돌아오는 것인지 흥미진진해 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번 애플에 선수를 내주고 나서 나중에 ‘혁신’이니 ‘대항마’니 떠들고 다니는 IT의 여타 공룡업체들이 한심스럽기도 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애플의 일방적인 독주만 구경하는 반코트 게임을 벗어날 것인가 말이다.

* 기억을 더듬어보니 최근 1년여간 내 맥들에서 광학드라이브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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