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인 허영만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원작을 손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원작을 있는 그대로 그리려면 뭐하러 영화를 찍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게다가 최동훈감독 역시 허영만 만화의 열렬한 독자라죠 ?     그래서 감독의 원작에 대한 이해도에는 처음부터 믿음이 갔고 원작이 개작되는 것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저는 각오를 했었죠.

막상 영화를 보니 오히려 감독은 원작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충실하게 있는 그대로 살려보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이더군요.   그러나 그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만큼은 못했습니다.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같은 주역들이 연기를 꽤나 잘하긴 했지만 조승우는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박신양보다 못했고 김혜수는 염정아보다 못했으며 백윤식이야말로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김선생을 밑돌았습니다.

물론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백윤식이 박신양을 능가하는 포스로 거의 영화를 이끌고가다시피 했고 타짜에서는 백윤식의 역할인 ‘평경장’의 비중이 ‘고니’의 조승우에 절대적으로 미치지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겁니다.

재미있게는 봤지만 마음 한구석에 못내 2%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조승우와 김혜수, 백윤식, 유해진 등 주력배우들의 캐릭터가 조금 덜 비열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들었던 것은 제가 원작만화를 봤기 때문에 그럴겁니다.

전체적으로 약간 더 캐릭터들이 악독했더라면 영화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을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김혜수였죠.   김혜수의 최근작들이 팜므파탈을 연기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녀의 냉혹함은 화면에서 관객들에게 모골이 송연할 만큼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조승우만 하더라도 정말 연기가 좋은 배우이기는 하지만 모질고 악독한 얼굴이 절대 아니기에 원작의 고니보다는 느낌이 약간 떨어지는것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그런것들때문에 긴박감이 약간 떨어지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나봅니다.  원작을 읽을때는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에는 정말 침이 바작바작 마를 정도여서 다음권을 보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고니가 누나의 돈에까지 손을대고 그마저도 날려버리는 순간에는

‘후우~ 정말 점입가경이로군 ! 이러다가 어디까지 가게되는걸까 ?’

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살을 스스로 찌푸려가면서까지 만화를 봤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장면에서 원작의 긴박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군요.  타짜가 원작에 맞춰서 2-3-4부가 나올것은 거의 확실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나올 내용들이 더욱 재미있고 스케일도 크죠.   아마 2-3-4부는 아예 다른 배우들에 다른 감독이 맡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까지 도박영화라고 생각나는 것은 주윤발이나 주성치가 나오는 홍콩영화들이나 허슬러와 같은 헐리우드 영화뿐이었는데 ‘타짜’같은 신선한 소재가 영화화되어서 매우 즐겁습니다.  헐리우드는 마땅한 소재가 없어 허덕거리는 판국에 국내영화는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만화들이 넘치니 앞으로도 기대할만 하겠습니다.

허영만씨의 또다른 작품인 ‘식객’은 이미 절반도 넘게 찍었다죠?   각시탈도 영화화 된다고 하구요.   약간 시간은 지난감이 없지 않지만 ‘무당거미’는 어떻게 안될까 싶습니다.  지금 현상황에서는 복싱의 열기가 거의 사그라들어 소재로는 적당치 않아 보이긴 하지만  ‘무당거미’야 말로 허영만씨의 대표작인 만큼 누군가 나서줬으면 마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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