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셀틱에서 확실히 많이 성장했다. 다만 과감한 중거리슛은 경기당 4-5개는 때려주길

이란이 정말 숙적이긴 숙적이더군요. 토요일밤 이란과의 8강전은 정말 피를 말리는 승부였습니다. 한국팀의 지난 경기를 통해 장단점을 제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저는 이란전이 시작되기 직전 오늘 승리의 열쇠는 ‘이용래가 쥐고있다’라고 같이 보던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활약에 따라 수비가 견고해지고 공격의 활로또한 개척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같은 포지션의 기성용이야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이용래가 그와 같은 레벨에서 플레이 해 주느냐가 팀의 밸런스를 유지하느냐 아니냐의 관건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용래는 MOM을 차지했고 그의 홀딩 미드필더 역할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죠.  사실 이용래를 대체할 카드는 현재 대표팀의 스쿼드에 없습니다. 김정우는 부상으로 일찌감치 스쿼드에서 제외되었고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총 8명의 미드필더진을 구성했는데 현재 김보경외에는 모두 출전한 경험이 있고 염기훈, 윤빛가람은 공격성향의 교체요원이며 이청용, 박지성, 구자철, 기성용은 이미 주전이기에 이용래는 사실상 대체자가 없는 마지노선과도 같았습니다. 따라서 이용래가 부진하거나 무너지면 안되는 상황이었죠.

인도전을 제외한 바레인, 호주, 이란을 상대하면서 한국팀이 보인 공통점은 전반전엔 상대를 그야말로 압도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또한 공통적으로 후반엔 전반의 유기적이고도 치명적인 패스와 침투가 어느정도 사라져버려서 고전했다는 점입니다.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후반에 추격골을 허용한 장면과 호주와의 경기에서도 후반전 동점골을 허용하고 고전했던 것을 상기해 본다면 말입니다.

이란의 고트비 감독 역시 이를 간파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란전의 전반전을 보면서 고트비 감독이 의도적으로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넘기려 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경기후 고트비 감독 자신도 그렇다고 얘기했죠) 결국 전반전에 압도적으로 이란을 밀어부치면서 선제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후반엔 이란이 공공연하게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한국팀이 수세에 몰리는 장면이 여러번 나왔으니까요.  그렇다면 후반엔 왜 전반전과 같은 유기적인 플레이가 사라진채 단조로운 롱패스가 나오기 시작했을까요?

구자철이 가세함으로써 한국팀 메인기어의 축이 완성되었다.

 

한국팀 패싱플레이의 핵심은 중앙의 구자철-박지성 바로 뒤의 기성용 등 3명의 메인기어에서 출발합니다. 이 메인기어들은 상황에따라 오른쪽 왼쪽으로 크게 옮겨 다니는데 왼쪽으로가면 지동원-이영표가 서브기어로 이를 받아주고 오른쪽으로 가면 이청용-차두리라인이 서브기어로 맞물려 문전앞에서의 중앙침투-돌파나 측면침투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시스템은 제가 보아왔던 어느 역대대표팀에서도 찾아보지 못했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이 조광래 감독 회심의 작품이었죠. 게다가 구자철이라는 걸출한 젊은선수가 한축으로 들어왔기에 비로소 가능해진 진용이었습니다. 작지성이야 원래 잘했던 선수고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기량이 향상되었으며 구자철이 정교한 볼배급, 키핑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비로소 메인기어 3각 편대가 위용을 떨치게 된것이었죠.

양측면 서브기어들도 대단했습니다. 오른쪽의 이청용이야 원래 매끄러운 선수였는데 왼쪽으로 약간 비껴서있는 지동원의 센스또한 탁월했거든요. 이 양쪽 뒤를 받치는 차두리-이영표도 말할것도 없고 말입니다. 이용래는 메인기어가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할때마다 좌우를 따라다니면서 기어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보조하거나 공격이 차단당할 경우 그 자리에서부터 볼을 차단하거나 빼앗아 다시 메인기어에 공급해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당연히 제일 많이 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침투와 패스를 반복하고 포지션을 바꾸고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요구합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조마조마하고 괴로운 일이 되죠. 이란과의 8강전에서 이란의 오른쪽 측면수비수를 고트비감독이 후반전에 교체한 것만 봐도 전반전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를 보여준 예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정리해 보면 한국팀의 공격은 좌우 측면의 기어들과 메인기어 등 세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격작업에 작용할 때는 메인기어와 어느 한측면의 서브기어가 맞물려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거죠. 이런 조합으로 말미암아 양쪽 측면에서 5명의 기어들과 바로 후방의 이용래까지 6명이 유기적으로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방 진영을 유린하는 장관을 연출하게 된겁니다.  그리고 원터치 패스와 침투를 반복하다가 어느 한쪽의 기어에서 찬스를 발견하게 되면 막바로 슈팅으로 이어집니다. 첫 두 경기에서 이 찬스가 구자철에게 집중되었었죠. 이건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이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메인기어 중 한명에 문제가 생기면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대체할 자원도 마땅찮으니까요. 제 판단으로는 구자철과 기성용중 한명이 후반들어 제일 먼저 나가 떨어집니다. 메인기어의 한축이 무너지면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할 수 없고 패스는 길어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박지성의 단독 돌파장면이 계속 나오게 됩니다.

한국과 상대하는 감독들은 메인기어의 한축을 허물던가 아니면 메인기어가 무뎌지기를 기다려 전방위 압박으로 나서는 작전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4강에서 일본과 상대하는 조광래 감독도 이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것으로 보여집니다. 만약 현재까지의 전술을 일본전에 그대로 상요하게 된다면 관건은 전반전에 몇골을 넣느냐가 관건이고 0:0으로 전반을 마치거나 역습으로 골을 허용한다면 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질 겁니다.

하세베 마코토 (일본, 17), 준결승전에서 이친구를 주목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일본팀 키플레이어이니까

일본팀은 일단 중앙수비에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작년 월드컵 멤버인 나카자와-툴리오 콤비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요시다가 출장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우리도 이정수가 출전하지 못하지만 백업멤버들을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일본이 더 큰 타격입니다.  일본은 양쪽 윙백라인인 우치다와 나가토모는 이제 정상적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우치다가 뛸 수 없었던 8강전에서 일본은 우치다의 대타요원이었던 이노하가 라인컨트롤 실수를 범해 선취골을 허용하는 등 주전과 백업요원들간의 기량차가 커 한국을 상대할 중앙수비 역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정상적인 멤버라 해도 요즘과 같은 한국의 패스-침투 플레이를 당해내기 버거울 텐데 백업수비수라면 그 불안이 더 증폭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수비에 있어서는 키멤버라 할 수 있는 하세베 마코토의 부담이 증대될 것으로 보이며 극단적으로는 마에다-오카자키의 투톱라인 중 하나를 빼고 하세베의 부담을 덜어줄 미드필드의 더블볼란치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어차피 일본은 오른쪽 공격수인 마쯔이가 부상으로 아웃되었고 그자리를 오카자키가 선발로 대신 들어갔는데 이게 오히려 오카자키의 득점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죠)

일본의 공격수들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데에는 하세베의 역할이 매우 지대합니다. 이 친구는 사실 볼 때마다 마음에 드는데 한국팀으로서는 이 친구를 붙잡아 두는 것이 공격에 나서는 엔도에게 부담을 주는 길이며 더 나아가는 혼다와 카가와를 고립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한국팀이 일본의 반격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의도적인 반칙은 하세베에게 몰릴 것이 뻔합니다.

양쪽 측면의 매치업을 보면 카가와-나가토모 라인이 차두리-이청용과 부딫히게 되며 오카자키-우치다 라인이 이영표-박지성 라인과 충돌하는데 양쪽 모두 한국이 일본에 앞설 수 있는 매치업이며 공격을 도와주러 오게될 혼다-엔도를 이용래-기성용, 때에 따라선 구자철까지 막아서게 되는 구도죠.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과의 전반전을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일겁니다. 전면적 압박으로 사전에 패스를 차단하려고 할지, 일단 라인을 뒤로 물려서 전반을 막아낸다음 후반전에 총공세를 펼칠지 말이죠. 맞대결에 충분히 자신이 있다면 전자의 방법을, 신중하다면 후자를 택할텐데요. 조광래 감독은 곤조가 있는 사람이어서 일본전이라고 크게 전술을 달리하고 나오지는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한국은 전반전에 반드시 골을 넣고 추가골까지 넣을 수 있으면 넣어야 하겠죠.  일본의 중앙수비가 구멍이라 줄기차게 초반부터 밀어붙이면 일본으로선 2:0, 3:0과 같은 허망한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이정수의 공백을 조용형이 메워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대회 조용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좀 궁금하기도 합니다. 골차가 벌어지게 되면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 손흥민의 투입으로 박지성을 진짜 중앙으로 옮겨주고 중장거리 패스로 역습을 노리는 방법도 바래봅니다.

해리 키웰(호주, 10) 8강전 연장전 결승골을 성공시키고 경고받을 각오로 세레머니를 펼치다.

또 다른 8강전인 호주-이라크 전을 보았는데 연장전에서 키웰의 헤딩골 한방으로 호주가 이라크를 물리쳤죠.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이번대회 호주는 사실 크게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긴패스와 좌우 크로스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이를 간파한 이라크에 크게 고전한데다가 후반전과 연장전에는 주도권을 이라크에 내주기까지 해서 하마터면 탈락할 뻔 했는데 긴패스에 이은 키웰의 헤딩슛 한방이 승부를 갈라버렸었죠.

이때문에 준결승에서 만나게 될 우즈벡과의 승부는 예측하기 어렵게되었습니다. 휴식시간도 짧고, 연장전을 치러 체력소모까지 심해진 상태여서 우즈백을 상대로한 파워 플레이가 잘 먹혀들지 모르겠습니다. 전 그래도 호주를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호주를 눌러 아시아의 내로라 하는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왕의 귀환’ 최상의 시나리오를 기대합니다. 이런 우승이라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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