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에 카메오로 출연하다는 허영만과 박영석대장(노스페이스는 박대장의 트레이드 마크군 ㅎㅎ)

수십년을 두고 한 인물의 변화상을 계속 관찰하는 것은 쉽지않다. 특히 30대인 내 나이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내가 지난 30여년간 거의 끊이지 않고 보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만화가 허영만이다.   내가 그분을 만나거나 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나 허영만의 만화는 지금도 내 인생의 일부이다.

내가 초등학생때인가?   그 당시 내가 알고있는 만화가는 길창덕, 윤승훈, 이정문, 이향원, 박수동, 고유성 등이었다.  <꺼벙이>와 <철인 캉타우><고인돌> 등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불멸의 명작이었다 (ㅎㅎ)  어느날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그놈 방한구석에 만화책이 수북히 쌓여있는걸 봤다.  (분명 만화가게에서 빌려온 거겠지)   <각시탈>이었다.  너무 생소한 그림체와 주제라서 나는 별 관심도 없었다.

로보트 만화도 아니고 그때 유행하던 <바벨2세>같은 환타지SF도 아닌데다가 <꺼벙이>같은 명랑만화도 아니잖은가 ?   그런데 친구녀석이 극구 한번 보라고 추천했다.  그래서 난 그 방구석에서 <각시탈>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어린애들에겐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였는데 거 참 이상하게 재미가 있었다.  

그후로 허영만의 만화는 나에게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난 그의 전작품을 지난 30여년간 몽땅 다 읽었노라고 자신한다)

제목이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일을 향해 달려라>를 보면서 이 아저씨가 야구만화에도 소질이 있는걸 알았다. (그가 야구광인줄도 모르고…)  그리고 나의 사춘기와 학창시절 전체를 관통한 <무당거미>때문에 나는 우리동네 약국2층의 만화가게를 매주일 들락거려야 했다.   <무당거미:통합타이틀전><무당거미와 노랑머리><무당거미와 해왕성> 등은 학교를 다녀오면서 거의 매일 만화가게 아저씨에게 나왔냐고 물어봤던 타이틀이었다.  

그때는 정말 복싱이 인기가 많았다.  마빈 헤글러-슈거레이 레너드-토마스 헌즈-로베르토 듀란 요 4명이 몇년에 걸쳐서 벌였던 접전을 아직도 가슴속에 생생히 기억한다.  <무당거미>를 보면서 고메스-산체스의 존재가 만화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복서임도 그때 처음 알고 경악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허영만과 거의 궤적이 같았던 이현세 때문에 중-고딩시절에는 누가 더 괜찮은 만화가인지를 놓고 애들과 정말 오래동안 접전을 벌였던 것 같다.   나는 그때까지 천편일률적이던 까치-엄지-마동탁 라인이 그리 탐탁치 않아했다.   허영만은 그에 비해 정말 변화무쌍했다.  그 역시 ‘이강토’,’이강산’이라는 (가끔가다가 장미라는 여자 캐릭터까지) 고정된 출연자(?)가 있었지만 이야기의 주제와 전개방식, 그리고 소설가 못지 않은 구성력 등은 이현세가 상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은 30년가까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최근작인 <타짜>, <식객>등을 보면 그의 영역에는 정말 한계가 없는것 같이 느껴진다.    <타짜>역시 <무당거미>를 볼때와 마찬가지로 한권한권이 나오기까지 애를 태우면서 보았고 종반부로 갈적에는 ‘이게 앞으로 몇권에서 덜컥 끝나버리면 어쩌나’하는 마음까지 들었던 작품이다.    

<식객>은 아예 참고서적으로 나올때마다 사서 고이 잘 모셔두고 있다 ^^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들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는것 같다.  

<무당거미>는 복싱이 최대의 스포츠 종목이었을 때 발표되었고 <제7구단>은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열기가 한창일때 나온것이었다.  <오 한강>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1980년대 후반에 나왔는데 이 시기에 그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들을 여러개 그린것 같다.  <벽>,<고독한 기타맨>,<카멜레온의 시>가 그런 작품이다.  <허슬러>는 당구만화이긴 하지만 암울하고 어두운 면이 강해 역시 허영만이 80년대 중-후반에 생각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알려지지 않은 만화하나 추천 : <동체이륙>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같은데 조명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나는 정말 감명깊게 보았다)

이당시 어느 만화잡지엔가 연재되던 ‘조센징 하리모토’는 나중에 <질수없다>로 개명되었는데 일본에서 천재타자로 주가를 높였던 장훈에 대한 얘기였다.   아마 제목이 주는 이질감 때문에 경고를 받아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봤지만 ‘조센징 하리모토’가 주는 역설적인 제목때문에 오히려 만화의 내용이 더욱 깊이 와닿았던 것이었는데 군사정권(당시 전두환-노태우 라인)하에서는 이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에비해 90년대 만화들은 대체적으로 유쾌했다. <세일즈맨>,<오늘은 마요일>등 9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작품들은 낭만에 가깝게 변화해가고 있는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허영만의 작품은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으로 많이 등장했다.

개성있는 주인공의 캐릭터, 극적인 스토리의 전개등을 고려한다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이

그의 작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기대치가 높았던 것인지…지금까지는 어떠한 드라마나 영화도

그의 원작만화의 반도 따라오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 <타짜>의 개봉이 임박했고 <식객>,<각시탈>마저 영화화 된다니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영화 …<타짜>는 솔직히 구미가 매우 당기는 작품이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허영만 원작 영화,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낫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추석연휴때 슬슬 확인작업에 들어가줘야겠다.

※ P.S : 허영만씨도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라도

  절판되거나 종적이 묘연한 작품들을 허영만 전집 형태로 다시 재출간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래야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지…

※ 원작을 읽지않고 드라마나 영화로 허영만을 간접 체험하신분들은 <타짜>를 계기로 원작에

   도전해보기 바란다.  내생각엔 영화를 먼저보고나서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을듯 하다.

  아무래도 나같은 골수팬들은 영화를 보면 실망할 부분만 늘어날 것 같기 떄문이다.

※ 아래는 한겨레 신문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2005년 10월이군요. 허영만씨와 최동훈감독간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http://www.hani.co.kr/kisa/section-005002000/2005/10/0050020002005101916441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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