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보라스(Scott Boras) :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연봉 대박을 터뜨리기로 유명한 인물, 그의 무기는 뭘까

▶ 주의 : 스크롤의 압박이 정말 심합니다

어제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국인 메이저 리거인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1년 재계약을 하면서 지난해 연봉에 비해 아홉배나 많은 연봉 잭팟을 터뜨렸다고 한다. 추신수의 연봉협상을 주도한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Scott Boras)로, 그는 박찬호의 에이전트로도 우리에게 이미 낯이 익은 이름이다.  추신수는 연봉계약을 며칠 앞두고 열린 보라스측과의 첫 미팅에서 그들이 가져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고 자신의 활약상이 이렇게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놀랐다고 전해진다.

그는 10년전 박찬호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시키며 6,500만 달러의 연봉대박을 터뜨렸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역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시키며 10년간 2억 5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연히 대박 계약이 터질때마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구단주들은 스캇 보라스를 좋아할리 없었고 그를 ‘악의 축’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 내가 그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가 지닌 ‘설득력’때문이다. 도대체 스캇 보라스가 어떤 자료들을 제시했길래 메이저 리그의 구단주들은 꼼짝없이 지갑을 열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


스캇 보라스의 방식 :  자극제 + 증폭 = 증명

어제 추신수의 연봉대박과 보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한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요즘 내가 연재하고 있는 ‘플롯과 시퀀스’ 즉,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제일 좋은 예제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열렬한 야구팬으로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보라스의 얘기를 좋은 예제로 소개할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면서 말이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의 유격수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이하 ‘A-Rod’로 표기)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10년간 총액 2억 5천 2백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계약을 체결한다. 그 당시 A-Rod는 물론 대성할 기미가 있는 젊은 유망주이긴 했어도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는데도 메이저 리그에서 최고의 몸값을 받아냈다.  그러나 당시 스캇 보라스의 레포트를 보면 누구라도  이 젊은이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이자 공격수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보라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매우 단순했다. A-Rod가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실제로 그는 레포트 첫페이지에 A-Rod에 대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출발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4세가 된 역대 메이저리거들중 가장 우수한 유격수입니다.

자 이제부터 보라스는 왜 A-Rod가 가장 우수한지를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자 마흔두장의 슬라이드지만 10분도 안되어 읽어내려갈 수 있을 만큼 보라스의 논리는 단순하면서 치밀하다. 이 레포트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A-Rod가 최고의 유격수이자 최고의 타자에 근접해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이 보라스의 매직이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위의 슬라이드는 사실 보라스의 프레젠테이션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 아니다. 보라스의 레포트는 아래와 같이 작은 글자의 텍스트로 구성되었고 분량도 73페이지에 이른다. 그는 스티브잡스와 같은 비주얼한 슬라이드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없는 2차원적인 자료만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구단주들을 설득해 왔다.

스캇 보라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플롯과 시퀀스’ 연재를 통해 내가 계속 강조하는 바대로 그는 아름다운 슬라이드와 입체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배제한체 철저히 플롯과 시퀀스(내용의 구조)로만 승부한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커다란 논리 전개는 이런식이었다

보라스는 A-Rod를 차례대로 유격수-타자-연봉10걸 등과 비교하면서 24세까지의 유격수-타자로서 최고이며 그렇기에 그의 앞날 역시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의 엄청난 미래에 투자하라고 청중을 재촉하고 있다.

이 모두가 결론-이유-증거의 단단한 구조체로 결집되어 있는데 페이지가 많지만 단순하게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찾은 실마리는 실로 단순한 것이었다. ‘A-Rod가 24세까지 쌓아온 기록’ 단 한가지였던 것이다. 그는 이 실마리를 잡자마자 다른 모든것을 집어치우고 여기에 모든 데이타와 증거들을 결집시켜 수백명의 유격수, 타자, 고액연봉자들의 기록을 24세까지로 끌어내려 비교한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러한 단기적인 추세를 가지고 데이타를 증폭(Amplify)시켜 30세-35세-40세까지의 기록추세를 제시하며 그가 10년뒤에는 메이저 리그에서도 전무후무한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팔기 시작한다. 이 모든 기록들은 기존의 기록으로 그가 새롭게 창조한 숫자로 구단주들은 아마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자극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보라스가 24세까지의 기록으로 완벽하게 논리를 정렬해 놓은 틀안에서는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구단주들이 보라스에 대해 반대논리를 펴기 위해서는 보라스가 펼쳐놓은 틀 자체에 대해 반박하기 보다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A-Rod에게 대박을 안겨주는 계약을 기각할 수 있는 틀’을 짜야했을 텐데 이는 보라스가 미리 자신의 자료를 보여주기 전에는 보라스와 같은 치밀한 데이타로 대응하기엔 시간과 노력 모두가 부족한 일이었으리라. 보라스가 대부분의 계약에서 구단주들을 설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그는 보고서 곳곳에 A-Rod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를 삽입함으로써 자신의 논리가 객관적임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 보라스는 협상 당일에야 이 레포트를 들고와 구단주들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폭풍처럼 계약을 끝내려 노력했을 것이다.

자, 간단히 정리해 보면 보라스는 일반인들이 생각하지 못한 자극제 한두개를 찾아내 이를 증폭하여 자신의 논리를 증명하는 스타일이다.

보라스가 항상 색다른 자극제를 찾다보니 어제 본 기사에서와 같이 추신수가 자신과 관련된 레포트 임에도 볼구하고 마치 처음듣는 얘기인것 처럼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추신수 입장에서는 아마도 자신을 메이저 리그의 레전드들과 비교해 놓은 자료에 낯이 간지러웠을 런지도 모른다. 보라스측에선 추신수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일일 것이다. 추신수가 놀라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를 심각히 여기고 새롭게 작전의 틀을 바꿨어야 하지 않았을까 ?

 

또 하나의 레포트 : 박찬호

박찬호는 2001 시즌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되었고 역시 스캇 보라스에 의해 6,500만불의 연봉 대박을 터뜨린다.  박찬호의 레포트는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 박찬호 화일을 열람했던 기자의 말을 빌리자면 대략 8개정도의 이유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에이스임을 증명했다고 한다. 그 당시의 미국내 언론과 여론은 프리에이전트인 박찬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보라스의 레포트 역시 A-Rod나 추신수의 경우처럼 공세적이지 못했다.  주위의 우려를 하나하나 잠재우면서 박찬호가 선발투수로서 갖고 있어야 할 미덕을 두루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는 다소 온건한 레포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논리 전개는 아래와 같다.

결국 선발투수가 가져야 할 미덕인 부상없이 꾸준히 등판일을 거르지 않고 이닝을 소화해 내는일, 경기에 나가서 보통 투수들 이상의 퍼포먼스로 막아내는 일, 타자들을 압도하는 일 등 3가지를 증명함과 동시에 약점으로 지적된 경기후반 활약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마지막으로 마이크 햄튼과 비교하면서 활약상이 비슷하니 그 정도는 받아야 겠다는 뉘앙스를노골적으로 풍긴다.

 

보라스로 부터 재차 확인한 원칙들

  • 단순한 메시지의 구조체를 구축한 것
  • 겉모양보다는 내용과 구조의 치밀성에 집중한 것
  • 통할만한 자극제를 찾아내고 그것을 증폭시켜 확실한 효과를 준 것
  •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만들고 제시한 것
  • 누구도 내용을 오해할 수 없도록 간결하게 다듬은 것

 

P.S – 어제 기사를 읽고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글이라 나중에 좀 다듬어야할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즉흥적이라 하기엔 작업이 너무 방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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