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 8강 토너먼트 대진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이번 대회 최대의 발견 구자철)


난 인도전을 보면서 내심 조 2위가 되길 바랬었다. 51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면서 ‘왕의 귀환’이라는 명칭을 달아 아시아의 왕좌에 당당하게 도전하려면 적어도 현재 아시아를 주름잡는 강호들을 일일히 꺾어버리고 올라서는 것이 가장 값진 우승이 아니겠는가 ?  토너먼트의 첫상대가 이란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5회 연속 8강에서 만나는 이란은 그동안 한국에 번번히 아픔을 안겨왔지만 이 징크스를 확실하게 떨쳐버리는 것이 ‘왕의 귀환’프로젝트의 첫번째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서이다.

이 때문에 언론과 네티즌들이 인도전 대량득점에 실패해 조1위로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 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8강전부터 결승에 이르는 토너먼트 매치를 보면 마치 한국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고 의도한 것 처럼 짜여졌다.  8강전 4경기중 최대의 빅매치는 한국과 이란의 대결이 될 터이고 다른 세경기는 일본, 호주, 우즈백에 무게가 쏠린다.  준결승전 두경기 역시 한국이 올라간다면 한일전이라는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호주/우즈백(예상)의 경기는 어쩔 수 없이 호주에 무게가 실린다.  결승에 올라간다면 호주와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역시 예선전에 이은 아시아 강호끼리의 빅매치가 아닌가 ?

그러니 난 이 대진표가 정말 좋다. 한국이 아시아의 제왕이라면 동아시아, 중동, 오세아니아의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의심할 여지 없이 아시아 최강자임을 증명하는 이 대진표가 말이다.



이란의 전력은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 그러나 강호인것만은 확실하다


8강에서 만날 이란은 알리 다에이, 마다비키아, 카리미 등이 버티고 있었던 예전의 전성시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전력이다. 예선 두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도 파괴력이 예전만은 못함을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이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현재 이란의 에이스인 네쿠남은 영리한 친구지만 예전 마다비키아나 카리미가 보여준 가슴 서늘함은 아닌 것 같다.


최대 난관이 될 준결승 일본전. 이 친구들은 월드컵을 기점으로 스타일이 달라졌다


이번대회 우승여부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판가름 날 것 같다. 전통적으로 일본 축구는 교과서적이고 얌전하며 점유율과 미드필드진에서의 패싱게임으로 상대팀을 제압해 왔다. 그러나 항상 문제가 되었던 것은 문전에서 과감하게 슈팅을 날릴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곤 하던 팀이었다. 이들은 2010년 월드컵 출정식에서 박지성에게 골을 얻어 맞는 순간까지 그런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달라진건 월드컵을 치르면서 부터였다. 이 친구들은 첫경기를 치르기 직전까지 자국팬에게 조차 조롱받는 신세였는데 아마 그것이 그들에게 자극제가 된 것 같았다. 그 동안 가지지 못했던 끈끈함과 거칠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방법에 드디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세밀한 미드필드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우세했는데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방법까지 터득하게 되고 혼다와 같이 문전에서 가차없이 슛을 날리버리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이들은 비로소 단단해 졌다.

이번대회 최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 확실하며 예전과 같이 거칠게 일본을 다루는 것만으로는 이들을 제압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일본팀에서 언제나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선수는 하세베 마코토다. 이 친구는 팀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 넣는다. 공격진이 마음껏 상대 문전을 휘저을 수 있게 미드필드를 정리하며 상대방이 신속하게 미드필드를 돌파하지 못하게 저지하고 수비그물망을 1차적으로 조율한다.

이영래-기성용-구자철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더 진이 하세베 마코토가 버티고 있는 미드필드진을 분쇄해 내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며 어쩌면 이로서 일본의 조직력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은 현재의 팀이 거의 사상최강으로 보여진다.


호주는 확실히 느리고 단조롭다. 결승전 상대로는 제격이다


결승에서 만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호주는 예선전에서 드러났듯 단조롭기 그지 없다. 전반전만 놓고 본다면 한국팀의 완승 분위기였고 그건 호주 감독역시 내심 인정할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 1차전에서 상대한 그리스와도 비슷하게 단조롭고 좌우 크로스와 높이에만 의존하는 공격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전력은 그때만난 그리스만 못해 보인다.  따라서 호주는 한국팀이 왕좌에 등극하기 위한 결승 상대로 제격이다. 적당히 맞대결의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일본보다는 좀 더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한국팀의 현재 전력은 호주, 이란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고 일본과는 호각지세라 생각된다.  박지성-이청용-구자철 라인은 볼 키핑력 뿐만 아니라 센스있는 패싱이 가능한 조합이어서 예선 세경기에서도 드러났듯 순간적으로 상대진영을 허무는 패스와 침투가 가능했다. 월드컵에서는 구자철 대신 기성용-김정우 등이 있었지만 세밀한 패스의 정확도면에서 구자철이 더 괜찮았고 이로 인해 지성-청용-자철의 삼각지대에서 상대방을 허무는 패스가 자주 나왔다. 아마 이 조합은 상대팀에서도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대목이겠다. 이들 외곽에서는 기성용-차두리-지동원 등이 호시탐탐 공간을 노리면서 중거리 슈팅도 장전해 놓고 있으니 딱히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둘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영래는 이번 대회에서 잘해주고 있으나 아직 강력한 임팩트는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이제 그의 위기관리 능력은 8강 토너먼트 때부터  겉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차두리-이영표 좌우 윙백이야 잘해주고 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는데 가장 큰 고민은 두명의 중앙수비진과 골키퍼다. 확실히 곽태휘-황재원 조합은 좀 불안불안하다. 이 친구들이 눈에 보이는 파울을 너무 자주하는 경향이 있기에 더 그렇다. 난 조용형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용형은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는 정말 적격이라 보여지는데 말이다. 조용형-이정수 라인을 기대한다.

정성룡 이 친구는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킥과 펀칭-키핑력은 좋지만 언제나 문제되는 것이 나와야 할 타이밍을 잡는데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호주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노출되지 않았는가 ?  예선전 3실점중 2실점은 중앙수비의 PK헌납, 1실점은 골키퍼 판단미스인데 결국 중앙수비진과 골키퍼의 안정이 한국팀의 우승에 절대적인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


자, 한국이여 이제 ‘왕의 귀환’에 필요한 조건이 다갖추어졌다.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라. 이들을 비켜서 우승하는 것은 맞대결에서 지는것 보다 찝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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