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뻥축구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항상 막판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주로 고객사의 현업, IT담당자들과 개발사간의 프로젝트 개발범위를 놓고 벌이는 언쟁이 대부분이다.

현업에서는 IT를 잘 모르니 자신들이 필요한걸 그냥 얘기할 뿐이고

개발자들은 현업을 잘 모르니 올라온 요구사항이란게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처음엔 둘 사이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막판에 정보시스템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실사용자들은 개발자들에게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는 막판에와서 새로운 기능추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에서야 중요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축구로 얘기하자면 미드필더 없는 축구팀과도 같다.

공수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미드필더는 없이 수비수는 하프라인을 결코 넘지않고

공을 공격진으로 깊게 차내고 골문앞에서 서성거리는 공격수들은 자기 발앞에

공이 오지 않았다고 수비진을 향해 크게 두팔을 벌린다.

어렵사리 어찌어찌해서 끝난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검수 다음날부터

걸레가 되기 시작한다.  좋게말하면 여러천조각을 이어놓은 아메리칸 퀼트같다.

시스템이 더이상 기울수 없는 완전한 걸레쪼가리로 변했을 때 차세대 정보시스템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보통 정보시스템 프로젝트라는 축구경기는 고객사의 현업담당자를 수비수로 두고

공격진에 SI업체나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개발자를 둔다.

우습게도 경기가 잘 안풀리거나 하면 프로젝트 매니저는 공격수를 더 많이 투입한다.

그렇다고 골이 더 많이 터지지는 않는다.

사실 필요한건 미드필더진과 공격수, 수비수간의 유기적인 협력플레이인데 말이다.

경기가 잘 안풀리는 이유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 두 집단이 두뇌플레이가 상당히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수비수들은 우리회사의 중장기적 사업을 고려했을때 향후엔 이러이러한 기능이

이 정도로 필요하겠고 지금은 없지만 향후엔 이런것까지 생길테니 그걸 고려해서

정보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 자신이 가장 불편해하는 기능을 중점적으로 얘기한다.

심지어는 개발자가 이미 이정도는 알고있겠지..라고 생각해서 아주 기본적인 사항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다행히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수비수들은 조금 더

상태가 나은 편이다.  이것은 공격진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꽤 이른시간부터 공격진(개발자들)이 투입된다.

개념적인 설계나 요구사항 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에도 공격진은 뭔가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찾아오는 찬스는 많지 않다.

격론을 거치면서 요구사항과 개발범위, 개념적인 설계가 끝나고 나면

당초예정된 일정을 넘겨버리기가 일쑤여서 공격진은 대못으로 박혀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마감일자를 바라보며 똥줄이 타게된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영화 첫장면의 심지가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개발자들은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반대로 격론을 마친 수비진들은 한결 여유가 생기며 현업에 복귀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비진들은 자신들이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모두 정리해서

공격진에게 패스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공격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다급해진 공격진은 코딩에 돌입하면서 미진한 부분에 대해 요구사항과 업무를

더욱 더 명확하게 자세하게 정의하라고 수비진에 공을 다시 넘긴다.

이 다음부터는 뻔한 스토리다. 

서로가 “너네들하고 다시 이런 프로젝트를하면 성을 갈겠다”고들 한다.ㅎㅎ

미드필드진의 구성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서도 미드필드진이 필요할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미드필드에 대한 투자에는 고객사와 개발사 모두 인색하다.   미드필더진은 때로는 수비 때로는 공격에 가담하며 공수전환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경기 장악력을 높여준다.

이 미드필더진이 바로 System Analyst(시스템분석가)이다.

시스템분석가는 현업의 언어와 개발자의 언어를 모두 알고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간의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서로의 말을 번역하기도 한다.

이들의 1차적인 임무는 먼저 고객사가 맡긴  임무의 전반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현업담당자를 만나기에 앞서 이 업계에서 소문난 정보시스템의 기능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며

이 업계가 몇년후에는 어떤식으로 변화해갈지를 탐지하여 그것을 염두하여 시스템을 그려나간다.

또한 고객사의 부문별 업무담당자들을 만나 그들의 머리속에 든것을 통째로 빼내서

개념화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의 업무담당자들은 대개(미안한 얘기지만) 자신들 스스로가

새로운 정보시스템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의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련한 시스템분석가들은 도움이 안되거나 시스템에 무리한 요구사항을  그 자리에서  알아챌 수도

있으며 현업으르 설득하여 대체방안을 제시하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고하게끔 하는 능력도

지니고있다.

이들의 2차적인 임무는 1차적으로 그들이 정리한 요구사항과 개발범위, 기능 등을

개발자들의 언어와 개념적인 설계로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양쪽 언어에 모두 능통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훌륭한 전문가이어햐 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에 System Analyst만 전담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

IT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이런 역할을 노련한 개발자가 (주로 개발PM, PL) 수행 할 수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에 (축구로 얘기하자면 골게터가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볼을 건네 받는…)

좀 더 큰 그림과 유연한 설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놓치고 만다.

  • 미드필더진은 얼마나 필요할까 ? : 공격수나 수비수만큼의 숫자가 필요하다.
  • 누가 미드필더가 되나 ? : IT역량도 역량이지만 의사소통능력과 개념화 능력이 뛰어난 오픈마인드 소유자
  • 어디서 운영하나? : 기업의 IT부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능통해야한다.  솔직히 운영과 개발은 아웃소싱이 되어도 상관없다는게 나의 주장이다.  

토탈싸커와 압박축구

미드필더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을 내어 얘기를 좀더 하자.

요즘의 정보시스템을 보면 정말 실타래같다.    도대체 이걸 사람손으로 모두 개발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정보시스템들이 많다.   또한 이제 정보시스템 없이는 망할 기업들도 많다.  메인서버가 서는순간부터 손실이 눈덩이처럼 쌓이며 비명을 지를만한 기업은 이제 얼마든지 있다.

간단해 보이는 Dell의 맞춤형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사들이 얼마나 머리가 아팠는가…

이제 수비수들도 공격에 나설때다. 코너킥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최종수비수들이 적극 가담해야 한다.

공격수들은 볼을 빼앗기면 그 자리에서부터 수비에 돌입하고 상대방의 오버래핑을 차단하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올 수 있어야 한다.

사실은 요즘들어 주위의 여러 프로젝트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실체를 알아보니

결국 수비와 공격진간의 뻥축구로 인해 프로젝트 기한을 넘기고 책임공방에 여념이 없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는 밝히기 곤란하지만 대략 위와 같은 문제로 결국 곪아 터진 건들이었다.

그래서 그냥 혼자 푸념을 어디 늘어놓을데가 없을까 하고 있다가 이렇게 몇자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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