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사이 뮤지컬은 좋아하는 문화활동의 한 쟝르로 굳어진 듯 하다. 내 주위에도 뮤지컬에 미친 자들이 몇몇 있다. 그렇다면 나는 뮤지컬이란 쟝르는 안좋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나 역시 뮤지컬을 끔찍하게 좋아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시들해진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나는 예전에 봤던 뮤지컬의 환상을 깨줄만한 확실한 작품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것 같다. 여기 어렸을 시절부터 좋아하던 일곱편의 뮤지컬 영화와 즐겨듣는 곡들을 소개한다.


1. Mary Poppins : A Spoonful of Sugar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05-A-Spoonful-of-Sugar.mp3|titles=05 A Spoonful of Sugar]

내 기억으로 메리 포핀스는 내가 국민학교를 들어갔을 무렵의 어느 눈내리는 겨울 주말 저녁에 아버지가 (거의 최초로) 나와 형을 데리고 가서 보여줬던 영화였다.  지금 네이버의 옛날 신문을 통해 찾아보니 정확히 1975년 12월에서 1976년초를 관통하는 연말연시에 개봉되었던 신문광고(왼쪽)을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우리 일행은 신문광고의 시간표에서 보듯 오후 5시 영화를 보고 나와서 깜깜한 밤에 시내를 걷게 되었는데 내친김에 아버지는 우리 형제가 가장 좋아하던 짜장면을 사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니까 그날은 거의 땡잡은 날이었다.

아마도 이날이 내 생에 최초로 뮤지컬 영화를 본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리 포핀스란 영화는 어린 나에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노래가 나오고 만화가 나오고 영화도 나오는 이런 스타일의 극은 난생 처음으로 구경했으니 말이다.마나 이날의 인상이 강했으면 거의 35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을 해낼까

난 최근 몇 년전에 메리 포핀스의 DVD를 다시 구입했고 가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보고있다. 아마 어린시절에 본 메리 포핀스를 비롯한 뮤지컬 영화의 고전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그 영화들은 언제나 그렇듯 낭만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었으니 말이다.

메리 포핀스는 1964년에 세상에 나와 우리나라엔 10년이 훨씬 지난 후 개봉되었다. 사실 이 시기는 뮤지컬 영화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메리 포핀스의 주인공 줄리 앤드루스는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 배우였다. 연기와 춤 노래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는 몇 안되는 배우였으니 말이다. 줄리 앤드루스는 같은해 제작된 (어쩌면 메리 포핀스보다 더 유명한 영화인) 마이 페어 레이디에도 주인공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녀는 메리 포핀스를 선택했다한다. 이 두 영화가 같은해에 제작되지 않았다면 노래가 안되는 오드리 햅번 대신 줄리 앤드루스가 뮤지컬 영화 전체를 휩쓸뻔도 했다. (나중에 줄리는 마이 페어 레이디를 놓친것을 통탄했다고도 한다)

메리 포핀스에는 좋은 곡들이 참 많이 나온다. ‘침침츄리~’같은 곡들은 영화를 대표하는 곡이다. 이 곡과 함께  줄리 앤드류스가 부르는 A Spoonful of Sugar는 정말 유쾌하고 낭만적인 곡이다. ‘한스푼의 설탕이 약보다 낫다'(맞는얘긴지는 모르겠지만) 라는 내용인데 그렇게 경쾌한 느낌일 수가 없었다.(ㅋㅋ 지금다시듣고보니 한스푼의 설탕이 약을 넘긴다는 내용이로군요 )


2. Hair : Aquarius /  Let the Sunshin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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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까지 못해본 남자 중 마지막 장면


얼마전 ’40세까지 못해본 남자’라는 유치한 제목을 가진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코미디 영화답게 등장인물들이나 하는 짓들이 매우 희극적이었고 영화 제목답게 야한 장면들도 나왔는데 압권은 맨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주인공이 드디어 자신의 짝을 만나 ‘거사’를 치르게 되는데 처음해본 남자에게 여자가 어땟냐고 침대에서 물어보자 남자는 그 대답으로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나와 떼지어 이 노래를 합창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참으로 적절한 대답이 아닐수 없어 한참을 웃었다.

아마도 이곡은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뮤지컬 헤어의 대표곡이다. 이 영화는 1979년 거장 밀로스 포먼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반전운동과 히피들이 우글거리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나로서는 아주 친숙한 소재 (왜냐하면 좋아하는 음악들이 대부분 이시기의 락음악이므로)가 영화 전반에 깔린다.

이제는 뮤지컬 광팬이 아니라서 헤어가 뮤지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긴 내공이 모자라지만 현재까지도 뮤지컬 무대에 올려지는 것으로 보아 이렇게 장수하면서 사랑받는 뮤지컬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혹시 이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밀로스 포먼이 만든 영화를 꼭 한번 찾아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마 이 영화는 구해보기가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3. 남태평양 : Happy Talk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12-Happy-Talk.mp3|titles=12 Happy Talk]

동네에서 가장 가깝게 자리잡은 대형마트가 이마트여서 우리 부부는 주말에 이마트에 가는게 ‘공식일정’중 하니일 정도다. 그런데 내 기억으론 몇년전 부터 이마트 매장내에서 귀에 익은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 그 멜로디는 친숙하기 보다는 사실 귀에 거슬리는 멜로디였다.  내가 궁시렁 거리자 와이프가 옆에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 중 하나에 우스꽝스런  ‘해피 이마트’ 가사를 붙여놓은게 너무 짜증나기 때문이었다.

이마트라면 돈 깨나 있을텐데 굳이 괜찮은 곡을 빌어다가 이렇게 망쳐 놓는 이유를 도저히해할 수 없어 다음부터는 이마트를 오지 말까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그건 너무한 처사라 불만만 쏟아내고 말았었다. (그러니 이 곡은 지금도 매장에서 나온다)

이 곡은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에서 등장하는 곡으로 아마 이 영화는 역시 초등학교때 TV를 통해 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태평양이란 영화는 연말연시 특집편성때 심야에 단골로 틀어주던 뮤지컬 영화중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필수적인 뮤지컬 영화들을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이미 완벽히 마스터한 것 같다. 이 영화가 특히 낭만적이었던 것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남태평양의 어느 파라다이스같은 섬에서 벌어지는 이국적인 로맨스가 그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초딩이 좋아하는 전쟁이라는 소재에 이국적인 열대의 섬에서 그것도 절세의 원주민 아가씨와의 사랑이라니…. 후우~

이 영화는 이미 여러본 봤지만 몇년전 예스24에서 추억의 뮤지컬 영화 DVD를 거의 공짜수준(아마 3천원 정도였던가?)에 파는 바람에 이런 저런 DVD를 모두 사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안방극장에서 상영하면 좋을 낭만적인 뮤지컬이다.


4.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Maria


Natalie Wood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06-Maria.mp3|titles=06 Maria]

와우~ 토니가 마리아를 노래할 때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 마리아로 등장한 나탈리 우드의 자태가 그런 노래를 애절하게 부를만큼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1961년에 등장했는데 같은 시대의 여배우들과는 약간 풍모가 다른 나탈리 우드는 분명 한시대를 앞서갔던 (아마 70년대의 모습을 이때 이미 보였던 듯 하다) 여신이었다.  이 영화 역시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이미 몇번은 보았고 여기 나오는 America, Tonight 같은 대표 넘버들보다도 Maria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사춘기 시절에 본 나탈리 우드를 노래한 이 곡만큼 내 심금을 울리는 곡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알게 된 것은 나탈리 우드가 이 영화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고 이 때문에 그 당시까지 외모+연기력+노래와 춤 등의 3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여배우 1위에 올라있던탈리 우드는 나의 리스트에서 제거되었다. Tonight에서의 그 간절한 노래가 나탈리 우드의 것이 아니었다니 말이다.

알려졌다시피 이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이며 레너드 번스타인이 음악을 맡은 뮤지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중 하나이다. 사실 이 작품은 지금도 무대에 활발하게 올려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못본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보기 바란다. 등장인물들의 칼같은 댄스와 노래를 말이다. 확실히 이 작품은 내가 오늘 소개하는 다른 여섯편에 비해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남녀간의 사랑이 이토록 심각한 거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걸 볼 당시는 어린이 였으니) 작품이다


5.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 Superstar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2-10-Superstar.mp3|titles=2-10 Superstar]

오늘 소개하는 다른 여섯편에 비해 유일하게 영화가 브로드웨어 무대 뮤지컬에 비해 열세인(?) 작품이다. 그래도 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영화로 중학생때 처음 접했다. 사실 독실한(독실했나?) 가톨릭 집안에서 한주라도 성당을 거르면 중대한 죄악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내 기준으로서 이 영화를 처음 틀었을때의 예수와 제자들의 그 불경한 모습들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그 복장들하며 그 댄스와 표정들이라니…이건 뭐 예수가 그런 거지떼들의 수장과 같이 보이는 그런 모습이 처음엔 달갑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 그런데 잠시후 내가 아는 익숙한 장면들이 나왔다. 예수가 성전에 들어서면서 경내에 들어선 잡상인들과 새장수들, 환전상들을 내치는 장면이었다.  그래 내가 성경에서 보았던 것들과 비슷했다. 예수는 신을 불경스럽게 모독하는 그들에게 일갈하듯 노래하며 그들을 내 쫓았다. 그때나온 이 노래와 합창, 춤들은 그 뒤로 내 머리속 깊이 각인되었고 모든것이 교과서적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최초로 갖게 해준것 같다.


6. Sound of Music : Maria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1-04-Maria-1.mp3|titles=1-04 Maria 1]

오늘 소개하는 영화중 유일하게 줄리앤드류스의 영화가 두편 선정되었다. 메리 포핀스 이후 그녀는 뮤지컬 영화에 길이남을만한 대작에 참여하는데 그게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사실 메리 포핀스 이전부터 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월남전이 한창일 때 월남에서 카세트테이프 레코더와 음악이 녹음된 카세트를 수십개 보내오셨는데 그 중 하나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사운드 트랙이었었으며 이때문에 나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 음악과 사이먼앤 가펑클을 수십번은 들었었다.

아예 집안에 계속 흘러나오는 백그라운드 뮤직이 이들일때가 많았다. 그러니 이 영화를 텔레비전으로 처음 보았을 때 그 음악들이 모두 친숙했음은 말할것도 없다. 내가 중학생이 되기 이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테이프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10여년이 흐르고 난뒤 뮤지컬 영화를 어느정도 모두 섭렵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되돌아보니 이 영화야말로 정말 모든 면에서 우월했던 것으로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다른 뮤지컬들이 서너곡의 히트넘버를 보유하고 있을 때 이 영화는 어느 노래를 선곡해야 할지 모를만큼 히트곡이 넘쳤고 조연이나 단역들이 부르는 노래들 까지도 모두 수준이 높았었다. 오늘 소개하는 이 Maria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그 마리아와는 같은 제목이지만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 토니가 나탈리 우드를 그리워 하는 사랑의 노래인 마리아가 아니라 수녀원의 수녀들이 골치덩이인 마리아를 대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회의하는 장면을 그린 노래니까 말이다.

여기 등장하는 수녀들은 분명 영화의 주연-조연이 아닌 단역들이지만 정말 훌륭한 퍼포먼스와 조화로운 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뭐랄까 보통 뮤지컬에서 노래를 시작하면 노래가 스토리, 연기로 이어지면서 극이 계속 진행된다기 보다는 독립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마리아라는 노래는 수녀들의 고민과 회의과정을 정말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다.

뮤지컬 영화 역대 최고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7. 사랑은 비를 타고 : Singing in the Rain

[audio:http://www.demitrio.com/wp-content/uploads/2010/12/16-Singing-In-The-Rain.mp3|titles=16 Singing In The Rain]

혹시 뮤지컬 공연은 광적으로 보러다니는 뮤지컬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영화의 이 장면을 보지 못한 젊은세대 분들이 계신가 ? 그렇다면 무조건 이 영화를 보라. 뮤지컬 팬이라면 죽기전에 반드시 머리속에 기억해야할 명장면이다.  어린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아버지와 함께 이 장면을 보다가 아버지가 먼저 감탄사를 내뱉으시며 진 캘리와 같은 놈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것 같다고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사실 나도 그때 말은 안했지만 아버지와 거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오래동안 이 영화는 뇌리에서 잊혀졌다가 대학생이 되어 호기심에 구경한 영화동아리의 Clockwork Orange 상영회때 이 영화의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 났다.  사실 클락워크 오렌지때의 기억이 워낙에 강렬해 Singing in the Rain이라는 일련의 단어 배열은 두 종류의 느낌으로 기억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하나는 오리지널 영화의 낭만과 로맨스적 느낌이고 두번째는 클락워크 오렌지때의 폭력적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쨋든 오늘은 낭만과 로맨스적 느낌때문에 이글을 쓰게 된 것이니 그에 집중해야 겠다. 이 영화에 나온 진 캘리는 30년전 아버지와 나의 예상대로 전무후무한 존재가 된 듯 하다. 노래와 춤, 연기의 삼박자를 완전히 갖춘 그런 배우는 이제 없다. 얼마전 뮤지컬 영화 DVD들을 사모으면서 이 영화도 사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지금보아도 진 캘리라는 배우가 비속에서 펼치는 저 퍼포먼스는 정말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와 대중문화의 명장면중 하나로 기억될만한 정말 대단한 작업이었다. 후우~ 어렸을때 내가 진 캘리의 절반정도만 해도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나뿐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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