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 나도 드디어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KT를 통해서 3G 16GB버전과 WiFi 16GB버전 두개를 예약해 놓고 기다리다가 11/30일 오프라인 매장에도 물건이 풀리는 바람에 두개의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최종적으로 WiFi 32GB버전을 KMUG에서 샀다.  아이패드가 우리집에 들어온 그날 막바로 그 녀석은 거실을 점령해 버렸다.  이로써 거실이나 방에서 이런 저런 기능을 하던 맥북과 아이폰4는 적어도 집에서 만큼은 찬밥신세로 전락해 버렸고 서재에 위치한 우리집 컴퓨팅의 기함인 iMac 역시 어느 정도 자신의 역할을 아이패드에 떼어주게 되었다.

내가 아이패드를 사게 된 것은 사실 다른 실용적인 목적보다 이런저런 호기심이 강해서였다.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는 사실 아이패드가 근본적으로 그들과 다를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화면만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아이패드를 살 것인가 하는 것을 결정할 때도 이전의 경험을 참조했다. 난 32GB의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데 용량의 대부분을 음악으로 채워 넣고 있었다. 물론 100개가 넘는 앱도 설치했지만 앱은 그리 큰 용량을 차지하지 않았으므로 아이패드의 주용도가 음악감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16GB면 충분하리라 짐작했었다. 그러나 기존 아이패드 사용자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책과 앱들이 만만찮은 용량을 가지고 있으니 처음 살 때 확보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귀찮아 질지도 모른다는 충고때문에 마지막에 가서 용량을 32GB로 정하고 말았다.

마지막 선택은 3G냐 WiFi냐 였다. 이건 정말 끝까지 장고했는데 3G가 필요한 이유는 ‘가끔 들고 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결정은 WiFi였고 정말 밖에서 가끔 인터넷 연결이 필요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가서 탈옥을 하고 아이폰4의 태더링 기능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내 아이패드의 주된 역할은 이런 것이었다

  • 거실이나 집안에서 주로 사용한다
  • 개인용이 아닌 가족 모두의 공용기기로 활용한다
  • 주된 사용처 1 : 게임 – We Rule, We Farm, Trade Nations 등등
  • 주된 사용처 2 : 웹서핑이나 메일, 트윗질
  • 주된 사용처 3 : 잡지나 책읽기
  • 주된 사용처 4 : 영화보기



We Rule for iPad 화면



iPad가 도착한 바로 그날 처음으로 Sync를 하고나자마자 iPad는 와이프의 손에 넘어가 원래부터 아이폰에서 하던대로 익숙하게 We Rule, We Farm과 같은 게임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달가량 전부터 아이폰에서 익숙하게 그 게임들을 해오고 있었지만 아이패드에서 게임을 하고보니 나나 아내나 모두 아이폰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시원하게 대화면에서 펼쳐지는 왕국의 전체 모습과 아이패드에 최적화된 기능들이 아이폰보다 모든 면에서 나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화면만 커졌을 뿐인데 어찌 이럴수가 있는가.

We Rule, We Farm을 비롯한 게임과 전용앱들의 힘인 탓이다. 만약 인터페이스가 아이폰과 같았다면 대화면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으리라. 이러한 점에서 분명 스마트폰과 타블렛 앱들은 똑같은 앱에서 다른 UI경험을 선사한다. 안드로이드 타블렛들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미 수만개의 앱들이 아이패드에 최적화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타블렛 간에도 서로 다른 해상도를 가지게 될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스마트폰 앱들은 구색면에서 거의 애플의 앱스토어에 육박하고 있지만 타블렛 부분에서는 다시 처음부터 앱스토어를 따라잡아야 할것이다.



다음의 메인화면. 이건 데스크탑 화면과 같은 느낌이 아닌가



웹서핑면에서 아이패드는 아이폰 보다는 데스크탑 컴퓨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아이폰에서와 같이 화면을 확대하지 않고도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장점이다. 예전같으면 거실에서 TV를 보다 문든 뭔가를 검색할 일이 생겼을 때 맥북을 집어 들었다면 이젠 아이패드를 집어든다. 아이폰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모바일 전용 페이지에 표시되는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었고 PC와 같은 화면을 보자면 어느정도 확대를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잡스가 말한대로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맥의 중간 정도에서 양쪽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중간 정도를 제공해준다. 단지 화면 크기만 커진 것으로 말이다. (물론 앱들도 다르지만 말이다)  아이패드를 구입하고 나서 이런저런 잡지와 책들을 구입하고 관련 앱들을 설치해서 보고 있는데 이 역시 새로운 경험이다.  iBooks, 킨들을 비롯한 ‘서적’에 관계된 앱들은 아이폰에도 있지만 이 역시 지하철이나 버스등에서 시간을 때울 때나 쉽게 꺼내보기 좋을 뿐 거실이나 사무실 등에서는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이패드가 느끼게 해준다.



Wired 12월호. 몇가지의 다른 네비게이션 체계를 제공한다. 이 화면은 세로로 기사들을 정리하는 기능


소문으로 듣던 Wired 잡지앱을 설치하고 12월호를 구입했다. 이 잡지는 창간 초기에 1년간 구독해 봤던 기억이 있다. 그 때 기억으로 Wired 이전엔 컴퓨터면 컴퓨터잡지, 비즈니스면 비즈니스, 시사면 시사에만 포커스를 맞춘 잡지만 있었는데 Wired는 이 모두를 버무린 아주 신선한 포맷으로 인터넷 세대에 어울릴만한 그런 잡지였고 톡톡 튀는 앞서가는 그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아이패드로 옮겨온 Wired 역시 다르지 않았다. 디지털 잡지 답게 그저 종이를 스캔해서 올리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아이패드라는 기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인터액티브한 방식의 편집은 ‘역시 Wired 구만’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아마 이 녀석이 디지털 잡지의 기준점을 어느 정도 잡아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이 잡지는 아이패드의 가로형태에 최적화 되어 있고 컨텐츠들을 한눈에 둘러보기 위한 여러가지 네비게이션 장치들을 제공한다.



와이어드의 가로형태 네비게이션, 좌우로 스크롤하면서 페이지 전체를 조감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Wired를 다운로드 받으면서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12월호 하나의 용량이 무려 315MB 정도였다는 것이었는데 이 시점에서 32GB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잡지 몇종류와 책 수십권만으로도 아이패드의 용량이 모두 차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다.



새로 창간된 잡지 프로젝트. 버진 그룹의 야심작이 될 터이다


Wired와 함께 얼마전 창간된 버진 그룹의 ‘Project’도 사보았다. Wired와는 약간 다른 모습이지만 이 역시 가로형태에 최적화된 디지털 전용 잡지로창간호 답게 풍부한 내용과 인터액티브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추측컨데 일반 단행본도 그렇지만 잡지야 말로 아이패드의 덕을 톡톡히 볼 거란 느낌이 든다. 지난 며칠을 아이패드에서 잡지를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것 같다.



프로젝트 잡지의 기능체계, Wired와 차별화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국내 잡지앱인 더 매거진은 아직 와이어드 정도의 수준은 아니나 국내 컨텐츠가 목마른 사용자들에겐 단비같은 앱이다. 게다가 여기서 제공하는 잡지들이 모두 무료라니 황송하기 까지 하다.  이 매거진들은 세로형태로 아직 종이로 된 잡지들의 이미지 정도를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난 이정도로도 충분하다 생각된다.

몇 가지 잡지들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아이패드의 용량을 정할 때 이들 컨텐츠의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것 이라는 것과 9.7인치라는 화면이 전체 페이지를 한번에 읽기 위한 최소한의 사이즈라는 것,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채용된다면 정말 금상첨화겠다라는 생각이다. 사람의 눈이란 것이 참 간사한것 같다. 두달남짓 아이폰4를 경험하면서 금새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눈이 익어버려서 그 유용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눈이 아이패드로 넘어오니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패드2에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채용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앱들은 더욱 더 무거워 지게 될 것이고 트래픽은 증가될 것이며 아이패드의 용량은 64GB로도 결코 충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절묘하게 줄을 타고 있는 애플이기에 이 부분은 잡스가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만한 항목이다. (예전같으면 아마 아이패드 1세대부터 채용했을 것이다. 넥스트스탭의 화면 포스트스크립트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말이다. 잡스는 처음부터 고화질 화면에 집착해왔고 지금 이러지 않는것은 대단한 자제력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옛날과 같은 공상가이기 보다는 철저한 비즈니스 맨으로 변신했다)

아마 7인치 정도의 크기라면 일반 책들은 몰라도 잡지를 읽어내는데는 스마트폰에서 포털사이트의 메인화면을 보듯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하는 노력을 들여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을듯 싶다.



더 매거진 앱의 트래블 잡지화면. 일반잡지를 스캔해 놓은 듯한 포맷이지만 만족스럽다


iBooks를 비롯한 ‘책’앱들이 속속 아이패드로 들어오는 중이다. 굳이 iBooks가 아니라도 책을 읽을 방법은 다양하다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책을 위한 앱이 여러개로 분산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내 경우엔 책에 대한 앱은 두개 정도로 통일시켜서 가려고 한다. 외국책은 아무래도 iBooks가 유력하겠지만 국내서적의 경우 어느 한군데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구입해야 할 듯 하다. 음악과 달리 책은 앱을 선택하면 책들이 그 앱에 메여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indle for iPad의 모습, 맥에서 읽던 책들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아이패드는 파워포인트 블루스와 거의 비슷한 무게지만 많은 분들의 지적대로 한손으로 오래 들고 읽기에는 약간 무겁게 느껴진다. 사실 지하철에서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들고 읽어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하철 문고판형 서적이 존재하는것 아닌가.  정말 지하철에서 서서 책을 들고 읽는 사람이라면 문고판 타블렛(7인치를 의미)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풀사이즈의 책을 책상이나 무릎에 두고 읽는 것을 즐긴다면 아이패드는 딱 적당한 크기이다. 앞으로 아이패드2가 어느정도의 무게를 줄여서 나타나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정도 크기와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여야 할텐데 말이다. 만약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9.7인치보다 더 컴팩트한 타블렛이 답일지도 모른다. 지난번 잡스가 7인치 타블렛을 가리켜 ‘Dead on Arrival’이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서 7인치 타블렛을 선보이는 것은 기대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나는 잡스의 성격이라면 그런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좀 더 작은 타블렛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잡스는 언제나 뻔뻔스러우니까 )

어쨋든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 느낌은 한마디로 ‘좋다’이다. 정말 풀사이즈의 책을 읽는 느낌이니까.



Air Video, 이 녀석은 iPad에서 정말 놀라운 앱으로 작용한다


애초에 Air Video란 앱이 있었다. 이 앱은 캑이나 PC에 영화나 동영상들을 잔뜩 넣어두고 실시간으로 스트리밍을 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앱이었고 나 역시 자주 애용했다. 다른 앱과 달리 이 앱은 iPad 버전을 따로 만들지 않고 고맙게도 하이브리드 형태로 앱을 변모시켜 한번만 구매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양쪽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애초에 내가 iPad에 동영상을 넣어두지 않을 것을 예상해서 용량을 적게 잡은 것도 다 Air Video때문이었다. 이 앱에 대해 칭송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아이패드를 위해 따로 인코딩을 하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고 한글자막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면서 실시간으로 인코딩을 하면서 스트리밍을 해주기 때문에 9.7인치라는 화면을 가진 아이패드를 가지고 침대에 누워서 지난주 보지 못한 ‘자이언트’를 보는데는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 앱은 겨우 2.99$ 정도로 살 수 있지만 실제로는 64GB짜리 iPad를 사야했을 것을 12만원 정도가 저렴한 32GB로도 충분하게 해준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앱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애플티비에 공식적으로 앱 설치가 가능해지고 Air Video가 애플티비에 설치 될 수 있다면 나는 애플티비를 살 것이다.침대에서 자기전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할 때 역할을 했던 맥북은 이제 아이패드로 대체되었다.



NASA의 실시간 TV, 중대발표를 한다나해서 봤는데 정말 모르겠더라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사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멋대가리 없는 두꺼운 베젤과 4:3화면에 적잖게 실망했었다. 그런데  16:9정도의 화면이야 말로 동영상 시청을 제외하고는 책이나 웹서핑에 있어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 같고 베젤 역시 실제로 사용해 본 결과 저 정도 두께가 적당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이 두가지 비난은 쏙 들어가 버렸다.

내가 앞으로 나올 새로운 아이패드에 바라는 점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정도밖에 없다. 아이폰 등 이미 카메라가 주렁주렁 달린 기기들이 많은 만큼 이 녀석으로 화상통화를 바라지도 않고 이걸로 사진을 찍으려고 들이댈 일도 없을 듯 하다.

아이패드 등 타블렛을 사려고 마음 먹은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지금 아이패드를 사라. 거실에서의 컴퓨팅 환경이 달라질 것이다.


P.S

iPad를 사고보니 케이스와 스탠드가 고민이다. 이 녀석을 책상이나 탁자 소파위에 내려놓고 내려다보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9-도로 내려다 보는게 아니니 약간 경사진 스탠드가 필요함을 느꼈다. 소파에 누워서 가슴쪽에 올려놓고 보려해도 필요하고 침대에 누워 볼때도 필요하다. 구글을 뒤지다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은 스탠드도 있더라. 이건 마치 아이패드를 위한 쿠션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내 생각도 바로 이렇다. 거실에서 사용하려면 이런 형태가 오히려 딱딱한 스탠드를 배에 올려놓고 눕는것 보다 훨씬 자연스럽겠다는 느낌이 든다.

사용하지 않고 이 녀석을 똑바로 스탠드에 세워놓고 충전을 하거나 영화를 볼때 필요한 북스탠드같은 딱딱하고  가로든 세로든 똑바로 세워줄 수 있는 녀석도 필요하다. 평소에 액자같은 역할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혹시라도 들고나갈때 스탠드와 케이스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것도 필요하고 말이다. 사실 아이패드 사기 전보다 사고 난 후 악세서리 고민이 더 크다.

정리하자면 난 대략 3종의 스탠드가 필요한 것 같다. -.-

언제나 그랬지만 케이스는 별로 안땡긴다. 안그래도 무겁다는 판국에 무게를 더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위 사진말고 딱딱한 스탠드중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녀석은 Twelvesouth사에서 나온 Compas다.  여러각도로 거치할 수 있고 작게 접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제품은 유명세가 있다보니 낯뜨겁게도 거의 흡사하게 카피한 반값 중국산 제품들이 시중에 많다. 낯이 뜨겁다는 것은 이 제품사진을 버젓이 걸어놓고 실제로는 카피제품을 판다는 것이다. 쯔쯔~ 카피품이 23,000원 정도하고 정품은 6만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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