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사실 오는 길은 아니고 살짝 돌아 온건데…어쨋든 안동에 들러 찜닭을 먹고가기로 하고 대구에서부터 전속력으로 한시간만에 안동까지 주파했다.  울 와이프는 사실 닭보다는 저 당면사리와 감자 매니아다. 우리는 서울에서도 종종 찜닭을 먹어주는데 이집 저집 다녀봐도 당췌 맛있게 하는 집이 몇 없다. 서울에 찜닭 열풍이었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 집이 있었는데 이제는 찜닭을 하는 집도 줄어들어서 집근처에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찜닭을 굳이 안동까지 가서 먹어야 하는가 ?  내가 서울에서 찜닭을 많이 먹어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확실히 찜닭만큼은 안동과 서울의 차이는 심한 것 같다.

그래 여기가 찜닭골목 입구다.  예전엔 그저 시장통의 골목일부 였는데 이제는 대문에 닭의 모형을 걸어 놓을 만큼 확실히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안동에서 찜닭골목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므로 찾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그야말로 찜닭집 간판이 양쪽으로 끝까지 쭈욱~ 도열해 있다.  몇개나 되는지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당장 눈으로 들어오는 것만 50여개는 족히 될 것 같다.  우리부부는 아줌마들이 붙잡는걸 뿌리치고 유유히 나아갔다. 매번 가는 집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오후 6:30…찜닭 먹기 좋은 시간이다.

이런…우리 부부가 즐겨 찾는 현대찜닭 앞인데 이미 10여팀이 줄을 서 있다.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우리도 줄을 섰다. 십분여가 흐르자 사람들이 더 많아져 우리 뒤에도 10여팀이 줄을 서게 되었고 이제는 뒷집과 옆집에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바로 저 아주머니 둘이 식당 바로 밖에서 찜닭을 만드는 분들이다. 거의 한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분들의 손놀림을 보았는데 정말 찜닭만드는 기계같이 행동하였고 단 1분도 쉴틈이 없었다. 아마 이집을 비롯해 모든 찜닭집들이 아마 예전엔 시장통의 평범한 닭집이었으리라 … 지금 시장골목의 지붕이 덮여있었지만 예전엔 노출된 채로 밖에서 작업을 했을 거다. 이집은 내부가 매우 비좁다. 테이블도 4~5개가 고작이다. 그래서 앉아 먹기가 매우 어렵다.

사진을 잘 보시라. 커다란 후라이팬 하나가 닭한접시이다. 저렇게 불이 다섯개여서 동시에 다섯그릇까지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주문손님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반조리 상태에서 내려놓고 다시 새걸 올려 놓고를 복잡하게 반복하는 바람에 실제로 동시에 만들고 있는 찜닭은 한 8개쯤 되는 것 같았다. 이해가 안되시나 ? 두손으로 4개의 공을 저글링 하는것 같이 5개의 불로 8개의 찜닭을 저글링(?)하는 내공을 저 아주머니가 보여준다. (내 참…)

저 찜닭의 재료들을 보라. 가게안에서 아저씨는 감자를 쉬지 않고 깎고 있었고 닭을 손질하여 한마리씩 비닐봉지에 묶어놓은  상자를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주기적으로 와서 내려놓고 있었다. 산더미같이 쌓인 저 당면은 어떻고.. 닭한접시에 어림잡아 우리가 마트에서 구입하는 당면의 절반정도를 넣는것 같았다. 닭이 아니라 당면만 먹어도 두명이 배부를만한 양이다.

한시간 정도나 기다렸는데 우리 바로앞에서 아주머니가 ‘오늘 장사 끝’을 선언하셨다. 이미 주문에 들어간 닭찜만 20개이니 우리가 먹으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단다. 오랜만에 왔는데 현대찜닭도 이제 많이 배가 불러진 것 같다. 예전에도 무뚝뚝했지만 손님을 쫓아내는 수준 까지는 아니었는데 역시 되는 집의 전형적인 배짱장사를 단골집에서 당하고 나니 기분이 그리 개운치는 않았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우리는 바로 앞 밀레니엄 찜닭으로 갔다. 우리 뒤에 서있던 10여개 팀도 순식간에 흩어졌고 우리 뒷편에 있던 수원서 왔다는 아가씨는 ‘전화 미리해서 와도 된다해서 왔다’고 항의했지만 가게 아주머니 들이 모두 나와 ‘오라고 한사람 없다’고 배짱을 부리는 바람에 더 기분 상하기 전에 남자친구와 앞집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밀레니엄 찜닭에 가서도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현대찜닭앞에서 뿔뿔히 흩어진 인원이 근처 식당으로 모두 분산된 탓이다. 이윽고 찜닭이 나왔다.  역시~ 잘 베인 양념맛이 묻어나는 당면만으로도 일품이다. 이 한접시가 22,000원인데 이 정도 양은 둘이 먹기에는 살인적으로 많다. 옆테이블은 남자 두명에 여자 한명의 성인이 붙었는데 한박자를 쉬고나서 겨우 다 해치웠고 그나마 감자는 모두 남겼다. 앞에 있던 커플 역시 절반정도가 지난 후 결국 포장을 해서 갔다.

여긴 다 좋은데 어디나 반마리를 팔지 않는다. 둘이가면 배가 터지거나 중간에 포장해서 올 생각을 해야 한다. 내 생각엔 넷이가서 밥과 곁들여 먹는게 딱 좋은 양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부부도 결국 당면과 감자정도를 거의 다 먹어치우자 도저히 더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난 그래도 닭을 다섯조각 정도는 먹었고 와이프는 한두조각만 먹고 KO되었다. 수완이 좋다면 다른 커플과 연합해서 한마리를 시키는 것도 방법이리라..ㅎㅎ

걱정과는 달리 밀레니엄 찜닭의 맛도 현대찜닭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평준화 된 것인지… 현대 찜닭 바로 옆의 유진찜닭 역시 사람들이 많이 기다렸다 먹는 것으로 보아 이 일대 찜닭 맛이 모두 괜찮은 듯 하다. 어쨋든 찜닭만큼은 서울에서 이정도 하는 곳을 찾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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