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요리 재료때문에 가락시장 다농마트(마트에 없는 재료들이 있다)에 들렀다가 내친김에 차를 몰아 유천칡냉면 풍납동 본점엘 갔다. 그동안 이 동네 저동네에서 먹어본 다른 유천 칡냉면과는 어떻게 다른 맛일까 궁금해서다.

풍납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아니다. 이 곳은 예전에 내가 살던 망원동과 함께 항상 물난리로 유명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곳에 칡냉면을 먹으러 온다는 건 순전히 일부러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포스가 있을까 ? 일단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가게터만큼 넓은 주차장이 역시 이곳이 유명 맛집이란 것을 알려준다.  평일, 그것도 점심때가 지난 2시경이어서 주차장은 한산했고 가게안도 한바탕 태풍이 불고 간 후의 모습처럼 잠잠했다.

음…좋다. 사람이 많아 이러지러 치이고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그 때 보다야 지금이 맛을 음미하며 뒷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배도 고프고 해서 곱배기 격인 특물냉면을 시켰다.

보통이 6천원이고 특은 7천원. 보통 유명하다는 냉면집이 7천원에서 비싸게는 만원을 넘기는 곳도 있으니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 싶다.

냉면을 시키자 보통 냉면집과 같이 뜨거운 육수가 나왔다. 음~ 오늘은 날도 적당히 덥고 육수맛도 적당했다.  물냉면 곱배기를 시켰으니 육수는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아야겠다.

오~! 드디어 등장한 칡냉면.  보통 정통 평양냉면과는 다르게 칡냉면은 꼭 이래야 한다…는 정통성있는 룰은 없다고 본다. 칡냉면의 국물맛은 어린시절 시장통에서 즐겨먹었던 새콤달콤한 물냉면의 그것과 완전 닮아있다.  그리고 시원한 맛을 유지시켜주는 살얼음은 절묘하게도 빨리녹지도 늦게 녹지도 않는다. 나중에 면을 다 먹을 무렵 살얼음은 대부분 녹아 있을 정도를 유지한다.  보통 얼음이 너무 두꺼우면 국물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고 살얼음이 없으면 시원한 맛이 반감되는데 본점이라 그런지 역시 살얼음의 농도조절(?)이 절묘하다.

이 때문인지 면은 항상 약간 덜익은듯 쫄깃하고 단단하다. 아마 차가운 육수와 맞닿아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칡냉면의 면발은 확실히 너무 풀어져버리고 잘 끊기면 맛이 없다. 새콤달콤함은 시원함과 잘 어울린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살얼음이 뜬 정도의 온도에서 마셔야 제대로 새콤달콤 하다는 뜻이다. 양념장의 이 매콤함은 먹고나면 울림의 여운이 긴 징소리 처럼 입안에 지긋하면서도 오래가는 매운맛을 남긴다.(아주 맵다는 소리가 아니다. 맛이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평양냉면에는 매니아 층이 따로 형성되어 있다. 밍밍한 육수와 약간 굵고 잘 끊어지며 메밀향이 가득한 면 등 정통의 맛을 제것으로 여기는 정통파와 새콤달콤한 육수와  가느다랗고 쫄깃한 면을 좋아하는 층으로 나뉘어 있다.  나야 뭐 두가지 모두를 즐긴다.

칡냉면은 냉면으로 따지면 후자에 가깝다. 오히려 맛의 강도는 칡냉면이 새콤달콤한 물냉면 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칡냉면은 누구나 좋아할만 하고 여기 유천칡냉면 본점은 특별히 흠잡을 것 없이 밸런스가 훌륭한 냉면을 제공한다.

유천칡냉면은 많은 분점이 존재한다. 난 아마 서로 다른 다섯개 이상의 분점에서 유천 칡냉면을 먹어보았을 것이다. 보통 본점의 맛은 분점의 그것과 차원을 달리할 때가 많으나 유천 칡냉면 본점에서 먹은 이 맛은 내가 10여년전 구로동 물류센터에서 한여름에 힘든 노동을 마치고 시원하게 시켜먹었던 그 유천 칡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분점마다 약간씩 모자란 구석은 있었다.  항상 면을 덜익힌 곳, 육수가 너무 얼었던 곳, 반대로 살얼음이 없는 육수였던 곳…까지 말이다. 그러나 역시 본점은 모든 조건이 거의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록 곱배기였지만 위와 같이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말았다.  혹시 올림픽대로를 타고 미사리 방면으로 가시는 분들은 잠시 천호대교쪽으로 빠져서 점심으로 유천칡냉면 한그릇 드시고 가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한다.

P.S – 모든 사진은 iPhone 4로 찍었다. 꽤나 깔끔하군. 심심풀이 스냅은 이만한 게 없을듯…항상 바로 옆에 있어 꺼내기 좋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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