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별 생각 없이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봤다. 오~ 그런데 정말 그 시라노가 그 시라노였다. 난 90년대 초반 제랄드 드빠르듀가 주연한 시라노 드벨쥬라끄를 보면서 이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아마 그 때 이 영화를 혼자서 본 것 같은데 속 터지는 시라노에 감정이 이입되어 결론이 어떻게 날지 조바심을 내면서 보았었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은 말 그대로 시라노와 같은 역할을 대행하는 작은 회사이면서 동시에 이 회사의 대표역으로 나오는 엄태웅 자체가 시라노가 되어버린 중첩된 플롯을 가진 영화다.

시라노 드벨주라끄 라는원작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것을 중첩시킨 맛은 이 영화를 감독하고 시나리오를 쓴 이가 녹록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란 것을 보여주고 있기에 영화를 보고와서 누가 감독인지부터 찾아 보았다. 이런이런…김현석 감독… 공동경비구역의 각본을 썼으며 2007년 스카우트의 감독과 각본을 쓴 감독이었다. 어쩐지…이야기 구성이 탄탄하더라니 ..

배우들의 연기는 뒤로 하고 나는 이야기의 구성과 편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앞뒤가 딱딱 들어맞는 탄탄한 구조를 가진 근래 보기드문 한국영화이다.  게다가 시라노라는 모티브에서 따온 주인공의 심정 묘사 역시 엄태웅이 제대로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의 시라노와 다른 것은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와 상대가 친척이라는 점이다.  시라노라는 주인공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록산느 역에는 이민정이 낙점되었는데 여신의 풍모와 깨끗한 이미지를 가져야 할 록산느와 딱 드러맞는 다고 보여졌다. 사실 이전까지 이민정이 나에게 준 이미지는 그저 그런 것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마음에 드는 모습을 하고 나왔다.

원작에서 시라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크리스티앙 역에는 송새벽(조기축구회)과 최다니엘이 나섰는데 송새벽은 최근에 나온 해결사에 연이어 출연했고 이 두편 모두에서 어눌한…비슷한 느낌으로 나오면서 제 2의 대박조연을 예고하고 있다. 이 친구는 백윤식과 같이 한두편의 영화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 까 하는게 작은 걱정이다.

또 다른 크리스티앙 역의 최 다니엘… 크리스티앙이라면 잘생겼지만 감성적인건 전혀 없는 단순 무식형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 여자들 입장에서 보면 먼발치에서 보면 진짜 킹카중의 킹카인데 말 몇마디 주고 받다보면 깨는 스타일이랄까 ? 후우~ 최 다니엘은 거기에 부합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일부러 버벅거린다는 인상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다가왔다. 하긴 외모나 스타일은 100점 만점인데 입만 열면 깨는 소리를 하는 그런 연기를 할만한 배우가 몇이나 될까 ?

포스터에서와 같이 주요 등장인물 네명의 연기력이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밀고 당겨야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될 텐데 최 다니엘이 그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사실 김현석 감독이 밸러스 유지를 위해 최 다니엘에 대한 설정을 조금 더 나이스하게 해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어쨋든 로멘틱 코메디라는 쟝르는 만인이 원하는 쟝르다. 그리고 이 정도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냈으면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아 참 … 원작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나 감독은 록산느가 결국 시라노의 사랑을 알게 된다는것 사실을 영화에 녹여 넣고 싶어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