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압도적인~파워,스피드

어제 메탈리카 공연은 정말 속이 다 후련했습니다.  어제 멍석하나는 제대로 깔았더군요.  올림픽 주경기장도 그렇고 큼직한 무대와 앰프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Master of Puppets 20주년 공연인 것도 저에게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80년대 후반부 이후부터 자꾸 웬지 약해져가는 것 같은 그들의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후기 앨범은 손도 제대로 대지 않았고 정통 메탈에서 이탈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계속 쌓이기만 했었죠.


제 생각으론 메탈리카를 처음 접한 상황에 따라  그 감회나  감동이 각각 다를 것 같습니다.    저야 블로그에서 밝힌대로 황인용의 영팝스를 통해 86-7년에 Master of Puppets를 처음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소위 ‘뜨레쉬 메틀’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열리는 것을 보았었지만  그 시기에 태어났거나 소년기를 거쳐 90년대 중반이나 최근들어 메탈리카를 접하게 된 분들이라면 아마도 메탈리카에 앞서 메가데스나 메탈처치, 헬로윈 등 다른 밴드를 먼저 접했을 수도 있었겠죠.

그때는 이미 헤비한 사운드에 익숙해진 후였겠죠.

당시 수험생이었던 저는 쥬다스 프리스트, 아이언 메이든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중이었습니다.  그것도 대단했죠.   아니 그런데  어느날  Master of Puppets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겁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음색이  기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걸 알 수가 있었죠.     

귀청이 찢겨질 듯한 압도적인 파워,  그 엄청난 스피드에도 불구하고 칼로 무쇠를 한칼에 벨듯한 그 절도있는 밴드의 조직력,  여태껏 들어본적 없는 벌떼가 붕붕거리며 몰려오는 듯한 베이스의  파괴력…어느것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얘네들 라이브 하다가 힘들어서 죽는거 아냐?’라는 말도 종종 했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20년전 그 모드로 라이브를 한다니 그걸 어찌 가서 보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

공연이 시작되고나서 일제히 일어섰다

단, 체력에 자신이 없어서 스탠딩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

이날…가신분들은 느꼈겠지만 한낮에 비가 한차례 어중간하게 오는 바람에 진짜 후덥지근 했습니다.

메탈리카의 본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에 돌아가시지 않을까 긴장하기 까지 했으니까요…

아내와 처남까지 3명이었는데 생수 5병과 아이스케키 5개를 각각 소비했습니다.

체력이 떨어질까봐 부지런히 주워 먹었습니다.  오후 4시에 도착한 터라 저녁도 쫄딱 굶고 봐야 하는 처지 였으니까요.

오프닝 : Tool !! ~오  괜찮아 괜찮아

6:30이 되자마자 Tool은 입장객에 상관없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전 그들의 음악을 접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  오 ~ 그들의 음악계에서의 포지션이나 관록은 들은바가 없었는데 음악으로 몸소 보여주더군요.  

그들의 엇박자가 메탈리카의 강력한 비트와 달라 적응이 안되는 분들도 있었겠지만 저는 첫곡을 들으면서  기념품 가게에서 Tool의 티셔츠를 사지않은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대매너와 곡의 분위기, 사운드, 정신없는 엇박자… 그들이 헤드 라이너급 밴드라고 소개된 것이 허명이 아니더군요.

정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메탈리카가 이제 강호의 모든 고수가 인정하는 소림이나 무당과 같은 명문정파의  장문인이라면 Tool 역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룰만한 실력을 가진 사파의 우두머리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아마 Tool의 사운드가 메탈리카의 아류였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웠을 텐데 전혀 다른 방식의 사운드를 그들 나름대로의 해법대로 풀어가는 걸 보니 거의 일갑자에 가까운 그들의 내공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에는 조심스럽게 단독공연을 한번 해도 꽤나 인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후우~ 팬들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장한다. ~ 아 라이브 무대에서만 느껴지는…

본공연 : 메탈리카 – 좋은 공연은 뭔가가 느껴진다

제가 여러 콘서트와 라이브 무대를 돌아댕기면서 느낀 것은 좋은 공연은 몸과 마음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바로 팬과 밴드의 호흡이죠… 이것만큼 절실한 것이 라이브 공연에서 또 어디있을까요…  라이브 무대의 밴드멤버들은 자기들 앞에 지천으로 깔린 팬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로 호흡합니다.

팬들이 내뿜는 포스가 크면 클수록 밴드는 본래 실력외의 내공을 보여줄 수 있죠.  그냥 지나치면서 코웃음을 쳤던 말인데…어떤 밴드의 라이브 공연의 감상과 문구가 생각납니다.  ‘라이브도 스튜디오와 같은 연주를 보여준다’…. 솔직히 이건 자랑할만한 카피는 못됩니다.

스튜디오 앨범과 같은 연주를 보여주려면 그냥 앨범을 듣는게 낫겠죠. 

이런면에서 어제 공연은 정말 끝장이었습니다. 

팬들의 집중력, 몰입도는 어디에도 비할바 없이 매우 좋았습니다.

마치 지난 8년간 굶주렸던 배를 개걸스러게 채우듯이 지난 8년간의 아쉬움을 어제의 2-3시간에 몽땅 토해내더군요.  정말 놀랬습니다.   제가 밴드 멤버였더라면 정말 등에 소름이 몇번이고 쫙쫙 끼쳤을 겁니다.

팬들 역시 소름끼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시작할때도 그랬지만 갑자기 Pink Floyd의 Meddle앨범에 수록된 One of these Days의 인트로를 연주하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가 돌연 곡을 Orion으로 바꾸어서 주욱 밀고 나가는데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Master of Puppets가 연이어 나오자 정말 모두들 발작하듯 따라 불렀습니다.   2-3만명이 큰 소리로 따라부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사실 내내 따라불렀죠…)

제임스를 비롯한 멤버들은 처음 두곡 정도가 지나자 상의가 필요없고 거추장 스럽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그 때부터 모드가 완전 20년전으로 돌아갔죠.   투어의 마지막 공연이었기 때문에 모든것을 잠실벌에 몽땅 뿌리고 돌아갔습니다.

Enter Sandman이 라이브에서 그렇게 위력적인 곡인줄은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팬들이 가장 열정을 보인 곡이 아니었나 싶네요.    8년전과 마찬가지로 메탈리카 멤버들 역시 매우매우 만족한 모습이었습니다.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팬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었을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그들은 무대 곳곳을 돌아다니며 드럼스틱과 피크들을 계속 뿌려대면서 인사를 다니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멤버 모두가 한마디씩 했죠.  라스 울리히가 결국 Mother가 들어가는 욕설(너무 좋아서 나오는 욕 ㅎㅎ)과 함께 새앨범이 나오고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죠.

실로 엄청난 무대였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의 장엄한 라이브 무대에서 내상을 입고 운기조식하고 나서 이제서야 글을 쓰니까요 ^^

Hey~ 야외 라이브 무대 어떻게 안되겠니 ?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예술의 전달같은 공연장도 좋지만 정말 멋들어진 야외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어제의 잠실 메인스타디움만 해도  약간 어중간한 구석이 없잖았습니다.

관중은 2-3만명으로 많았지만 웬지 꽉 짜인 그런 느낌과 몰입감을 배가 시킬 수 있는 그런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퍼뜩 생각나는 곳이 …서울이라면 용산이 어떨까 합니다.

반환하는 미군기지 말이죠.    그정도 크기라면 정말 멋있는 공연장 하나 나올것 같습니다.

3만명은 들어갈 수 있는 반지하구조의 그런 공연장 말이죠.   공원 역할도 하면서 공연을 위한 부대시설을 완벽하게 갖춘….그건 꿈일런가요?

그런 공연장이 완공되면  기념으로 한 일주일간 릴레이 라이브 무대를 꾸미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쟝르를 떠나서 최고의 밴드들로 말이죠~

이미 뿔뿔히 흩어진 멤버들의 재결합 공연도 좋겠네요…ㅋㅋ

지난 라이브 에이드때와 같이 말이죠…

제가 나이 50이 되도 그런 공연이 있다면 일주일 내내 가서 살겠습니다만…

^^ 이상 한여름밤의 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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