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9/1 미디어이벤트)

By | 20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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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가 끝났다. 며칠전 9월 1일 이벤트를 예상하는 포스팅을 했었다

이번 이벤트 결과를 사실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 새로운 셔플, 나노, 터치가 발매되고 클래식은 그대로 남았다
  • 셔플 : 1,2,3세대의 장점을 하나로 취합. 2GB 49$ 한종류만 발매
  • 나노 : 셔플과 거의 비슷한 크기와 멀티터치 채용, 가격은 그대로
  • 터치 : 아이폰4에서 전화기능만 빠진형태 (GPS도 안보인다)
  • 아이튠스 : 버전 10발매, 새로운 아이콘, Ping(음악소셜네트워크)기능 추가 등
  • iOS : 4.1 근일내 업그레이드, 게임센터, 아이튠스의 기능추가 등, iPad를 위한 4.2는 11월
  • Apple TV : 99달러, 기존 크기의 1/4, 스토리지를 없앰, 에어플레이

이틀전 포스팅에서 애플이 결국 원하는 것은 iOS 생태계의 확장이며, 이를 위해 아이팟 터치의 가격이 중요하고 나노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아이폰4의 모든 사양을 채택해내기 어려울것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애플은 오히려 예상과는 반대로 199$이던 터치의 최저가를 다시 2년전 수준인 229$로 끌어올렸고 그 대신 아이폰4에 근접하는 터치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나노는 계속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고 셔플만 유일하게 가격을 10$ 하락시켰다. 아마 저가전략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했거나 높은 가격으로도 고객들을 끌어모을 자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부품가격들 때문일 수도 있다. 와우~ 그러나 오늘 발표한 나노는 정말 멋졌다. 터치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iPod Shuffle 사용자 삽입 이미지셔플은 1,2,3세대 셔플의 장점만을 모두 계승한 기기라 보면 된다. 버튼도 가져왔고 작은크기도 유지했으며 보이스오버 등도 그대로이다. 15시간을 연속재생할 수 있는 배터리도 불만이 없고 가격은 10$가 더 내려가서 2GB가 49$이다. 이전엔 3개모델이었지만 이제 1개로 줄었다. 가격이 더욱 내려가서인지 조카들에게 선물하기도 부담없어 보인다.
iPod nano 사용자 삽입 이미지기가 막히게 잘 빠졌다. 아이폰4를 주문해 놓고 있음에도 또 사고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기기다. 8GB, 16GB 두가지 종류이며 가격은 종전과 같은 149$, 179$이다. 배터리는 24시간 음악을 재생할 수 있고 나이키 에어, FM라디오가 달려있다. 아쉽게도 카메라는 빠졌지만 큰 불만은 없다. 1.5인치 화면에 240*240의 해상도이니 해상도도 좋은수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가장 주목할 부분은 인터페이스다. 이건 마치 iOS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멀티터치를 통해 화면을 회전시킬 수도 있고 홈스크린의 존재나 앱형태의 기능배열도 직관적이다. 혹시 미래의 iOS 사용자들을 위해 미리 트레이닝 시키려는 의도가 아닐지… 하여튼 뭐 좋다. 아마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은 아이폰 등에도 빠르게 적응할 것이니까
왼쪽 사진의 크기를 좀 보라. 이건 거의 셔플 수준아닌가. 4cm정도의 크기에 21그램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라면 그건 가격이다. 기존 가격보다 10~20$정도 더 저렴했으면 어떨까 싶었는데 계속 20만원대를 유지하게 되었다. (발표를 보는내내 나노 역시 iOS의 일원이 아닐까 계속 의심했다)
iPod touch 사용자 삽입 이미지전화기능을 뺀 아이폰4라 불러도 무관하겠다. GPS도 생략된 것 같지만 다른것은 거의 동일하다. 아이폰과 다른것은 무게와 두께이다. 무게는 101그램, 두께는 겨우 7.2mm수준이다(아이폰4는 137그램, 9.3mm) 오늘 이벤트에서 내가 가장 주목한 기기였는데 아쉽게도 가격은 229$, 299$, 399$로 떨어지기는 커녕 최저가 기종은 199$에서 오히려 올라버렸다.
그러나 저 사양들을(레티나 디스플레이, 전/후면 카메라 등) 감안한다면 그리 비싼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나는 내심 사양을 조금 더 낮춘 제 2의 저가 터치가 나와서 나노의 가격대를 메워도 괜찮을 것으로 보았다. 예를들어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정도를 제거한 채로 말이다.
오늘 키노트에서 잡스는 iOS생태계에 대해 내가 어제 포스팅한 내용과 비슷한 접근을 보여주었다. 많은 숫자들 중에 그는 생태계에 1.2억대가 있으며 아이팟터치가 iOS생태계의 주요일원이며 이제는 아이팟 제품들중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기종이 되었다는 얘기를 했다. 또한 iOS 생태계에 매일 23만대의 기기가 새롭게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빼놓지 않았던 내용은 터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용게임기라는 얘기였다. (약간 손발이 오그라들기는했지만…-.-) 그리고 터치에서 다운로드한 게임만 15억개라는 자료도 제시했다. 그 역시 iOS생태계의 확장에 전략적 우선순위가 있으며 터치는 휴대용 게임기와 경쟁할 것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중장기적인 예상이었지만 이번엔 적용되지 않았다)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라인업도 아직은 작년과 동일하다. 애플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판단했거나 부품가격의 하락을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일 수도 있겠다. 아마 가격하락을 예상한 나조차도 내 주장대로 모두 가격이 하향조정되었다면 아마도 놀라면서 시기가 조금 빠른것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쨋든 아이팟 터치는 매력적인 기계이다. 만약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이폰4를 사지 못하고 갤럭시s 나 다른 안드로이드를 가진 사용자들에게는 30만원짜리 레티나디스플레이 아이팟터치는 강력하게 어필할 것 같다.

Apple TV 사용자 삽입 이미지

One more Thing… 순서에서 발표된 Apple TV는 사실 내 예상보다는 빠른 등장이었다. 아마 오늘 같이 발표된 99센트짜리 드라마 대여때문에 조금 일찍 등장한 것 같은데 뭐 순서는 어쨋든 상관없다. (잡스는 one more thing..에서 thing을 hobby로 바꿨는데 아직 ‘thing’으로 발표하기는 이른 수준인것을 본인도 인정한다는 뜻일게다) 오늘 발표된 애플티비는 기존 애플티비와 내용면에서는 달라보이지 않았고 아이폰처럼 App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없었지만 일단 가격은 99$로 ‘속는셈 치고 사보자’라고 해도 될만한 수준이다. 내 생각에 오늘 키노트에서 진정한 가격하락을 이루며 iOS에 진입한 기기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내 생각에 이 기계의 내부는 아이폰에서 각종 센서들과 플래시 메모리, 카메라,배터리 등등을 제거한 간단한 ‘아이폰’일 것이다. 애플은 향후 OS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계를 App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TV로 만들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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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의 저 썰렁한 리모트 대신 X-Box에 쓰이는 것과 같은 컨트롤러를 추가할지도 모른다. 막바로 콘솔게임기로 둔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내심 Apple TV가 업데이트 된다면 콘솔게임기들을 가시권내에 두고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아이폰 등은 언제라도 컨트롤러를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번에 애플TV를 통해 업데이트 된 반가운 기능은 ‘에어플레이’다. 흔히 우리가 에어튠즈라고 부르는 기능인데 기존엔 맥과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제 아이팟 터치에 들어있는 노래들을 애플티비를 통해 그대로 거실에서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ㅎㅎ 애플은 소리소문없이 콘솔게임기와 스마트TV를 겸한 iOS기기를 시장에 밀어넣은 셈이 되었다. 그러나 불행한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녀석이 효용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아이튠스 뮤직스토어가 없는 나라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iTunes 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잡스가 말하길 CD모양의 아이콘은 이제 의미가 없단다. 그래 그말이 맞다. 아이튠즈 10은 음악을 상징하는 CD그림을 빼냈다. 이번 업데이트의 가장 큰 부분은 Ping이라 불리우는 음악소셜 서비스다. 원리는 트위터의 그것을 닮아있다. 애플은 그동안 사용자들을 통해 음악 메타데이터와 관련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합법적으로 축적해왔고 그 개개인의 경험치는 수백억개가 쌓여서 데이타베이스에 저장되었으며 그 결과로 지니우스 서비스를 시작했었고 이제 그걸 소셜네트웍으로 발전시켰다. 이미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단연 애플이 유리하다. 사용자들이 보유하고, 가장 많이 듣고, 좋아하는 곡들의 DNA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공연정보까지 이번에 추가시켰다. (아마도 애플은 예전에 돌았던 소문대로 결국 공연티켓 사업에도 바을 들여놓은 가능성이 이로써 커졌다) 이런식으로 나간다면 애플은 종국에는 거대한 음악포털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경쟁자들이 이를 넘어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부문은 할 얘기가 많으니 다음에 또 다루기로 하자)

iOS 버전업

새로운 기기들과 서비스가 추가되었으니 당연히 iOS가 버전업 될 것이다. 아이팟 터치, 아이폰은 4.1로 다음주에, 아이패드는 11월에 4.2로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iOS 생태계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해 가지는 결정적인 잇점은 OS 버전업에 대한 것이다.
애플은 언제든지 일사불란하게 일년에 몇번이라도 iOS를 업데이트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최신기기들 전체에 대해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수십개의 이해집단으로 구성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며 계속해서 ‘기동력’을 의심받게 될것이고 언제나 iOS에 한발씩 뒤지게 될것이다 (적어도 3개월 정도는 말이다)
에필로그

애플은 장기적으로 아이팟 사업이 줄어들고 있고 뭔가 근본적인 변화를 줄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팟사업은 2008년을 정점으로 이제 슬슬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그 변화의 시점이 지금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고 ‘안정’적인 길을 택하여 지금까지의 구조를 좀 더 유지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애플이 주도권을 쥔 이후로 예전과는 달리 혁신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잡스가 십수년전에 비해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애플은 iOS 생태계를 확장하는 일 외에도 이 생태계에서 소비할 컨텐츠와 서비스들을 정비해야 한다는 기본 숙제를 가지고 있었다. 오늘 iOS 패밀리에 애플티비가 소리소문없이 추가됨으로써 애플이 위의 두가지 숙제외에도 다양한 iOS 기기들의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란 숙제도 안게되었다. 그건 각 기기들에 대한 역할,기능 밸런싱 (이건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종족간 밸런싱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일과 같을것이다)과 상호작용을 통한 시너지효과 (에어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창출 등이 해당된다.

아 참…
1. 오늘 애플에서 한 생중계 인상깊었습니다. 중간에 좀 끊기는 부분도 있었지만 몰려들었을 사용자들을 감안한다면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화질도 좋았구 말이죠. 전체화면으로 봐도 괜찮았을 정도로요. 애플에서 이벤트도 중계하고 자신들의 향후 서비스와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고..어쨋든 도랑치고 가재잡는 효과를 거둔거 같네요.

2. 기대를 모았던 오늘 초대 가수엔 기네스 펠트로의 남편이자 콜드 플레이에서 보컬과 피아노를 맡은 크리스마틴이 나왔습니다. 뒤에서 이동하는 무대라도 나와 밴드 전체가 연주하면 오죽 좋았겠습니까만 이 친구 혼자만 나와서 피아노치면서 노래를 불렀죠. 첫곡은 옐로우였는데 어제 소주로 과음한 듯한 목소리에 제가 다 마음을 졸였습니다.

3. 스티브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오늘처럼 버벅거리는 것은 처음봤습니다. 뭐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여전히 잘하는 거였지만요. 어쨋든 연습시간이 모자랐는지 계속 시나리오가 적힌 노트를 뒤적이기도 했고 나노 시연때는 한동안 화면을 거꾸로 들고 서있기도 했죠. ㅎㅎ 호사가들의 구설수에 오르겠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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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애플,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9/1 미디어이벤트)

  1. 정도령

    얼마 전에 Airport Express를 사서 Airtunes를 사용하고 있는데 괜히 샀구만. 그냥 Apple TV 하나 있으면 PC에 있는 동영상도 스트리밍 해서 볼 수 있는데.. 쩝.
    그나저나 Denon같은 애들은 아예 AV리시버에 Airport 기능을 넣어서 나올 예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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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아니 애플티비는 당분간 국내에 출시되기 어려울거야.
      이 기계는 하드웨어로 수익을 내는 그런게 아닌거 같아. 콘솔게임기같이 기기에서 남기는것이 아니라 컨텐츠에서 남기는 모델같거든. 첫번째 버전은 기게값을 고스란히 받았었는데 그담부터는 가격이 갑자기 쫙~ 빠졌었지.
      그때문에라도 나라마다 기계값이 완전 달라짌후도 있을거고 샵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

      그래 데논이나 제펠린이 나온거 보면 거기에 뭔가가 달린단 소린지는 잘 모르겠더군. AP기능이라기 보다 Wi-Fi에 에어플리에만 지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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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kecake

    “일단 가격은 99$로 ‘속는셈 치고 사보자’라고 해도 될만한 수준이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진입장벽을 바닥까지 내려두고 결국은 디스플레이와 박스가 결합한 매체를 가지고 나올 것 같습니다. 셋탑박스든 TV든 관계 없다 얘기한바 있는 곧 이어 선보일 구글TV를 좀 더 지켜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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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이제 전쟁터가 계속 다른곳으로 확대되고 있죠 ㅎㅎ 재미있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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