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괴물을 봤습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괴물평을 올려주시는 바람에 사실 저는 할말이 별로 없네요.

분명한건 괴물에 대한 기대치가 개봉이전에 너무 높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 분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얘기도 간간히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최고였습니다.  저 역시 많은 스포일러와 감상평들을 모두 접하고 영화관에

찾았지만  선입견을 갖지 않는 내공, 이른바 ‘불선신공’이 거의 반갑자에 이른 상태라서 괴물에 대한

환상과 선입견은 이미 버린지 오래였습니다.

역시 봉준호 감독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한두명이 아닌 가족전체를 각각의 주인공으로

집단등장 시켰고 러닝타임이 아주 긴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  각 주인공의 캐릭터와 그들의 입장을

하나하나 잘 살려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살려냈는데요.  극중의 배두나의  질질끄는 성향도 그랬고

송강호의 아무 생각없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그 무대포적인 발상, (이건 살인의 추억과 맥락이 닿아있군요)

박해일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거나

이 모든것을 자신의 업보로 여기며 가족 전체를 이끄는 변희봉의 리더십

마지막에 아빠와 달리 총명스럽고 모성애가 유달리 강한 고아성 (가족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이 5명의 집단 주인공체제의 아이디어는 못만들었으면 영화를  위험에 빠뜨릴수도 있었습니다.

보통 실패한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주인공급의 캐릭터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과도한 설명을 하다가

이야기의 맥락을 완전히 놓치고 표류하다가 허무하게 끝나버리고 관객은 나와서도 왜 저 주인공이

저런식으로 했어야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만…

봉준호 감독은 중간중간에 이들 캐릭터의 성격들을 설명합니다.  예를들어 배두나는 양궁대회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우유부단함을 보여줬고 결정적인 호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송강호는 도입부에서 오징어를 굽거나 시도때도 없이 자는 모습으로 일단 무기력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고 변희봉이 꾸벅꾸벅 조는 그의 옆에서 그에 대해 가족과 관객에게 설명합니다.

제각각이었던 가족의 단결과 그들의 공통된 아픔은 합동분향소 씬에서 드러나고 그들의 간절한 소망은

괴물을 추격하다가 매점에서 잠시 쉴때 나타나죠 (현서가 부스스 일어나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군요)

CG가 만들어낸 괴물은 가장 괴물답게 행동합니다.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고 랜덤하게 움직이고 지능지수가 낮은 동물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죠.  

(저는 사람과 같이 행동하고 지능적으로 두뇌싸움을 벌이는 헐리우드 괴물은 정말 질렸습니다.)

그렇게 5:1의 대결로 압축되는 구도를 처음에 확립시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여기에 봉준호 감독이

여러개의 메시지를 추가로 던집니다.   미국의 개입과 음모론적인 이야기들, 그 상황에서도 뭔가를

바라는 구청과장, 한몫잡아 카드빛을 갚으려는 박해일의 대학선배, 명분으로 움직이지 않는 거렁뱅이,

냄비같은 언론, 대강대강 넘어가려는 경찰…그야말로 인간사의 천태만상들이 계속 드러나죠

관객들이 뻔한 예상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판을 뒤집는 솜씨 또한 좋았습니다. 

이제 봉준호 곁으로 어중이 떠중이가 죄다 몰려들텐데 다음 영화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군요.

이 쯤 되면 다음영화부터는 영화가 산으로 올라가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됩니다.

가장 좋은건 주위에서는 그냥 분위기만 잡아주고 참견이나 압력이나 입방아는 삼가는 것이

작품을 위해서나 관객을 위해서나 영화산업을 위해서 좋을텐데요.

영화를 보고나오는데 감동에 앞서 이런 걱정이 먼저 밀려오니 저도 참 괜한 걱정한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박찬욱 감독이나 다른 유망주들이 그들의 성공작 이후 자본가나 상업주의 등에 밀려 그들의 100%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걱정은 됩니다.

전 이영화에 별 4.5개를 주겠습니다.  (5개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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