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요리비전과 하동관

By | 20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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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관 특유의 맑은 육수곰탕. 특이하게 유기그릇에 담아낸다


1.
요즘은 음식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맛집 아닌곳이 없고 TV가 거쳐가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맛있다고 소문난 집인데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맛은 절대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저마다 맛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어린 시절 나는 어른들의 ‘시원하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뜨거운데도 시원하다 그러고 매운것도 시원하다 하고 찬것도 그대로 시원하다 하며 심심한 맛도 시원하다 하니 도대체 그 ‘시원하다’라는 표현은 언제 사용하는 것인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2.
음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책과 인터넷, TV프로그램으로 넘쳐난다. 도대체 매주마다 쏟아져 나오는 맛집 소개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때문에 정작 맛있는 집은 부각되기 보다 많은 맛집들 사이로 묻혀버리는 느낌이다.  허영만 선생의 식객은 음식 가이드 중에서도 발군이다. 이미 허영만 만화의 팬이된지 30년이 넘었던 터라 그에 대한 믿음은 확고했고 식객또한 그러해서 20권까지 소장하고 있고 아마 완결된 나머지 책들도 조만간 집의 책꽃이에 꽃혀있게 될 것이다.
3.
내 나름대로 음식에 대한 정보를 보고 판단하는 기준은 ‘연륜’이다. 리포터나 글쓴이의 입이나 손끝에서 나오는 정보를 읽기보다는  맛을 판단하기에 적당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역시 음식을 많이 접해본 사람만이 음식 내면의 깊고 얉은 맛을 구별해 내기 쉽다.
4.
가끔 공중파 프로그램이 재미없어질때 EBS로 채널을 돌리곤 하는데 지난주 쯤에 딱 걸린 프로그램이 있었다. ‘EBS 요리비전’….오…다른 음식 프로그램과는 다른 형태로 호들갑 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데 사회 여러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식객으로 등장하여 그 지방을 여행하면서 음식의 재료를 잡거나 채취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수작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50부작으로 올해 초 완결되었고 주로 식재료를 소재로 우리가 알만한 사람을 식객으로 등장시켜 그 음식을 탐방하러 떠나는 형식이다.
5.
지난 목요일 오전 요리비전의 ‘곰탕, 재를 넘다’편을 보고있었다. 경북 의성, 전라도 나주, 서울 등 세 지방의 곰탕을 소개했는데 의성 장터의 뽀얀 육수에서부터 침이 넘어가기 시작하더니 나주의 맑은 육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 대목에서 이성을 상실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는 서울에 있으니 당장 그걸 먹으러 의성과 나주로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짐짓 포기하던 차였다.
그러던중 마지막 순서로 서울의 하동관이 소개되면서 육수맛을 내는 여섯가지의 고기와 그를 얇게 저미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명동에 있는 친구에게 막바로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오늘 점심은 하동관에서 먹자고 하고는 곧바로 집을 나서 열한시반이 조금 넘어 하동관앞에 도착을 하였다.
6.
하동관은 좀 특이한 곳이다. 여유를 부리며 먹을 겨를도 없거니와 바쁜 시간에는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곳이라 여기에서 맘이 상해 돌아간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그 맛은 나머지 부분을 상쇄시킬만 하다.  뜨겁게 달아오른 유기그릇으로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위로 파를 듬뿍 뿌려넣고 여섯가지의 고기를 음미하면서 넘기는 맛이란… 특히나 맑고 깊은 육수는 남기는 것이 죄악이라고 생각될 정도여서 그 친구와 난 국물한방울 남기지 않고 조모리 만족스럽게 해치워버렸다.
이미 하동관은 알고 있었지만 요리비전을 본 후 먹는 맛은 또 달랐다. 마치 음식의 이해도가 깊어진 느낌이랄까 ? ㅎㅎ
7.
이날은 비가 내렸다. 만족스럽게 한그릇을 해치우고 친구와 노천까페에서 비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원한 아이스 모카를 마시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몸이 아파 조퇴해야 겠다는 얘기. 그때 와이프는 하동관 곰탕을 먹어봤을 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밥도 못먹고 몸도 아프다는 아내를 데리고 하동관 강남분점으로 갔다. (물론 나도 뻘쭘하게 있기 뭐해서 한그릇 시켰다-배가 찢어지는줄 알았다 -.-)  아내 역시 맨날 우유탕만 먹다가 제대로된 곰탕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목요일의 곰탕기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8.
며칠전 요리비전을 몽땅 다운로드 받아 미국드라마 보듯 보기 시작했다. 정말 참기 힘든 대목이 여러번 나왔다. 그 요리를 위해서라도 그 지방을 여행하게끔 만드는 그런 흡인력이다. 광양에 가면 꼭 거기나온 불고기를 먹어야 겠다는걸 다짐했고 대구에 갈일이 있을때 (때마침 11월에 대구 강의가 있다!!) 꼭 진골목에 들러 대구 육게장을 먹어야 겠다는 굳은다짐(-.-)을 했다.
혹시 요리비전을 보신적이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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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EBS 요리비전과 하동관

  1. 정도령

    난 울나라 지상파중에 최고의 채널이 EBS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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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응 맞다. TV를 보면서도 바보가 되는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유일한 채널이라고 할 수 있지. 스포츠중계 채널도 빼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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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늙은여우

    오 하동관 이런 알찬 정보를…꼭 가봐야겠네요.

    아울러 요리비전도 다운을…(언제 다 받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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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 요리비전도 다운받아 보시고 하동관도 한번쯤은 가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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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현철

    언제 함번 거기가서리..밥 먹어야겠네요..저두 요새 계속 전국을 돌아다녀서리.어제 마지막으로 백담사에서 놀고 집에 500년만에 들어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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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아하 그렇구나~ 난 평창인데~ 담주에 우리동네로 와 네가 부탁한거 해놓았으니 같이 한적한 시간에 점심이나 먹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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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indy

    정말 인정하는 몇 안되는 맛집이죠. ㅎㅎ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맛하나는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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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좀 더 친절하고 여유있는 분위기였더라면 만점을 주고 싶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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