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논쟁…눈뜨고 못볼 수준

By | 2006-07-26

오대산 월정사중심의 환수위원회, 서울대, 고궁박물관의 3파전이 되어버린 소유권분쟁을 보기에도 민망했는데 어제 서울대가 이 책들에 서울대규장각 소유임을 의미하는 도서인을 날인했다는 뉴스를 보고나서 정말 기가막혀서 몇자 적는다.

고궁박물관의 특별전을 위해서 서울대에서 실록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하는데 아직 어디에서 보관할지 정해 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울대가 임의로 날인 한것도 문제지만 문화재에 직접 날인한다는 것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  (혹시 내가 잘못 안건 아닌가?  진짜 책에 날인한것인가?) 

그렇다면 전 보관처였던 도쿄대의 도서인도 날인이 되어있겠군 ? (허허)

수준이합니다… 요즘에도 이런 뉴스가 나오다니요…

무령왕릉 발굴 참사 이후로 가장 어이없는 뉴스네요.

(무령왕릉 얘기는 관두겠습니다.  이미 사학계를 주름잡았던 그때의 주역들은 그 얘기만 나와도 지금도 죽어마땅한 씻지못할 과오임을 이미 인정한 상태니까요)

저는  환수위원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처지이지만 순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수위원회가 순리대로 행동했고 이성적으로 대처했음에 일단 그간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동경대와의 협상에서 동경대가 반환이 아닌 ‘서울대에 기증’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국내로 돌아온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아무말 없이 철수한 부분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3차 협상을 마치고 또 다른 약탈문화재를 찾아 나선 협상단 -출처:오마이뉴스

그 자리에서부터 서울대와 티격태격했다면 둘다 똑같은 취급을 받았을 텐데  일본에서 그런 추태를 보이지 않은 것은 정말정말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으리라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기심보다는 전체 국민정서와 열망때문에 그랬을 테구요.

그리고 그 순리라는 것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원래 있던 곳에 있는 것이 가장 가치를 발한다고 말이죠.    가끔 유적지를 돌아보다가 원래의 문화재는 대도시의 박물관에  가있고  그 자리를  모조품이 차지하고 있는것을 보면 조금 서글퍼 지기도 합니다.     해당 유적지가 국보급 문화재를 보관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이해할만 하나 그외의 이유라면 그 감상포인트가 반감될뿐더러 해당 지역이 오래동안 보유하고 지켜낸  그 지방 모든사람들의 자랑거리를 가져간 것이니까요.

현재 서울대가 소유하고자 하는 논리들은 대략 2개입니다.  일단 동경대가 서울대에 기증한 것이어서 받은거고 원래 실록은 왕실소유로서 보관책임은 규장각이고 전란중에 분실되거나 빠진 책들은 다시 규장각에 오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규장각 보관이 맞다는 논리죠.

그러나 그런 논리들은 너무 약합니다.  그래서 서울대도 계속 이런저런 논리들을 만들어 내는 중이죠.  

동경대가 서울대에 준것은 ‘기증’입니다.  ‘반환’이 아니죠.   동경대 입장에서는 무난한 일처리였습니다.  환수위의 논리에 밀려 요구대로 ‘반환’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주지 못하겠다고 끝까지 버틸 것이냐에서 딱 중간 정도인 ‘기증’을 선택한 것이죠.    그렇게 되면 동경대도 뭔가 선심을 쓰는 듯한 인상이 될테니까요.

그 기증의 선택이 서울대였습니다.  환수위하고는 무관했죠.

환수위는 내용이야 어쨋든 국내로 돌아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 정도에서 돌아왔습니다.  보관의 문제는 국내에서 해결하면 될 것이었으니까요.   어쨋든 동경대에게서는 ‘반환’이라는 자백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환수위로서는 실질적인 ‘반환’의 의미였고 동경대도 자존심이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반환하는 것이라 무난한 일처리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대의 기증받았다는 주장은 동경대의 ‘기증’입장을 옹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문제가 있습니다. 

두번째로 규장각에 대한 서울대의 주장도 조금 졸렬하기까지 합니다.  지금 왕실은 없어졌고 규장각은 조선시대의 왕실소속의 규장각도 아닙니다.   지금에와서 그때의 룰을 운운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그들 자신들도 잘 알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오대산 월정사에서  이를 보관할 역량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꾸  이런식으로  억지 논리를 펴는 것이  도움이 될지 정말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규장각 소인을  책에  직접 찍어버렸다는 사실은 ‘정말 이들이  단단히 돌았군’하는 생각만 들게 하네요.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끔 서울대가 억지논리를 쓰면서 실익을 챙기려고 하는것이 정관계에서 실제로 받아들여 지거나 묵살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도 학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정관계 고위 인사들 자체가 서울대 출신이 아직 많으니까요) 

이 모든걸 생각해뵈 마음 한구석이 괭~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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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조선왕조실록 논쟁…눈뜨고 못볼 수준

  1. 별바람

    나라의 소중한 문화재산을 다른나라에 뺏긴것도 부끄러운일인데, 다시 그걸 돌려받자마자 내가 찾았네 네가 찾았네..이건 네가가져 이건 내가 가질께…하면서 헐뜯고 싸우는걸 보면 참 한심합니다.

    저런 부류들 신경끄셔야 오래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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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ㅜ.ㅜ 그러게요. 저도 웬만하면 신경 끄려고 했는데 소인을 찍었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뚜껑이~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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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emitrio

    http://boom.naver.com/SubSectionMain.nhn?iFrame=BoardRead&categoryId=2&articleNum=20060620004234407

    TV로 환수위원회 입장을 들을 수 있군요…실제로 말을 들으니까 이해가 좀 더 쉽군요.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서울대와 조용조용히 했으면 합니다. 대의명분은 충분하지만 서로 너무 물고뜯으면 환수위마저 싸잡아 똑같은 사람 취급받을 테니까요…

    원래 진흙탕에 들어가있는 상대방을 잡으려면 나도 진흙탕에 뛰어들어야 하는 법입니다만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똑같이 진흙을 뒤집어 쓴 두명으로 보일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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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바람

      어휴어휴 나라에 명예로운 일을 자기네들 잇속챙기려는것으로 이용하려하는 저런 작자들은 보기가 싫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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