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 스페인 vs 포르투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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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비야의 결승골

스페인이 이베리아 반도의 라이벌 포르투갈을 1:0으로 제압했다. 비야의 기가막힌 왼쪽침투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챠비의 그림같은 힐패스가 들어갔다. 전형적인 스페인의 득점루트. 그러나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우리와 일본과의 축구대결이 항상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껄끄러움이 있듯 네덜란드-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 등 인접국끼리의 대결은 모두 그런것 같다.


포르투갈은 선발명단에 193cm인 장신 스트라이커 알메이다 카드를 뽑아들었다. 신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스페인을 상대로 높이와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였다. 스페인의 선발명단은 특이하지 않았다. 비야와 토레스를 최전방에 두되 비야는 왼쪽 윙포워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그 뒤를 챠비를 중심으로 이니에스타가 거의 프리롤에 가까운 형태를, 샤비 알론소가 공격을 보좌하면서 1차적인 미드필드 저지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 바로 뒤에는 부스케스가 서있었다.

초반에 포르투갈이 스페인을 상대로 어떤 포메이션을 전개할지가 관심사였는데 그들은 대담하게도 거의 대인마크에 가까운 형태를 선보였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다른 팀들은 패싱게임에 농락당하지 않기 위해 수비라인을 뒤로 물려서 4명씩 두줄로 세우거나 아니면 반대로 좁은 공수간격을 유지하면서 수비라인을 미드필드 부근까지 바짝 끌어올려 패싱게임을 저지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첫번째 방법은 무링요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방법이었고 조별예선에서 스페인을 격파한 스위스의 방법이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수비전술이었고, 두번째 방법은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사용한 방법이었다. (결과적으로 패했지만) 두 방법 모두 지역을 지키면서 그물을 펼친것과 같이 상대방의 공격수에 조여드는 협력수비 형태였는데 포르투갈의 대처방법은 이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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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호날두라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던것 같다

거의 대인방어 형태를 취했던 것은 1:1에서 스페인의 개인기에 말려들지 않을 자신이 포르투갈에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는 경기내내 상당한 효과를 본다. 스페인은 경기의 뚜껑이 열리자마자 아직 정돈되지 않은 포르투갈의 수비를 헤집고 왼쪽에서 중앙쪽으로 파고들면서  각각 비야와  토레스가 위협적인 유효슛을 한차례씩 날렸고 에르아르두 골키퍼는 가까스로 이 두개의 결정적 슈팅을 쳐낸다.
사실 스페인의 초반공세는 이 두장면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포르투갈의 수비가 정비되자 스페인의 패싱게임이 정체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10여차례까지 미드필드에서 논스톱으로 이루어지던 패스는 포르투갈에 번번히 차단당하면서 빠른 역습에 휘말려들기 시작한다. 알메이다는 타겟형 공격수였지만 스피드나 발재간 몸싸움 능력 등에서 푸욜과 피케를 괴롭혔고 호날두는 물론 시망과 코엔트랑에 까지 지속적인 시달림을 당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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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는 평가전부터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고 그걸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은 기어 변속이 필요했지만 전반전 내내 한템포 처진 패싱플레이로 답답함을 자초했고 거의 대등한 상황으로 전반전을 마치게 된다. 양팀의 볼 점유율, 슈팅 등 숫자로 드러나는 경기내용은 스페인이 앞서 있었으나 사실상의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스페인이 왜 포르투갈을 버거워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반들어 약간 이른 시간에 델 보스케 감독은 중대한 결심을 내린다. 동시에 포르투갈의 케이로스 감독도 전술에 변화를 주기로 한다. 양팀은 각각 토레스와 알메이다를 빼고 요렌테와 다니를 투입하는데 스페인은 패싱게임을 어느정도 포기하는 대신 이제까지의 팀컬러와는 다른, 양쪽 윙포워드와 윙백들이 가담해 크로스를 올리고 장신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지였고, 포르투갈은 최전방에 호날두를 세워놓고 양쪽의 빠른 발을 이용해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전반전에 포르투갈의 빠른 측면침투를 의식해 거의 공격으로 나서지 못했던 왼쪽 윙백 카프데빌라가 드디어 포르투갈 진영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이미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했던 오른쪽의 라모스는 더욱 대담해 지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2회전이 시작된 것이다.
요렌테가 교체되어 들어가자 마자 스페인은 포스트 플레이의 시범을 보였다. 중앙에서부터 길게 올려준 볼을 요렌테가 달려들면서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양팀의 훌륭했던 균형추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 누군가에게서 첫골이 터질것만 같은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조별예선 3경기에서 포르투갈의 무실점을 이끌었던 카르발류와 알베스는 요렌테를 견제하기 위해 중앙으로 집중했고 코엔트랑과 코스타는 측면을 위협하는 스페인 윙백들을 견제하기 위해 벌어졌다.

스페인의 공격편대에겐 그 정도 틈이면 충분했다. 챠비와 이니에스타 비야는 주변의 엄호를 받으며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중앙으로 들어온 침투패스를 챠비가 지체없이 힐패스로 오프사이드라인을 간발의차로 통과하는 비야에게 정확하게 전달했다. 비야는 왼발로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가 막아낸 볼을 재차 오른발로 차넣어 결국 균형추를 깨뜨렸다.
요렌테라는 승부수를 투입하여 포르투갈을 흔든지 단 5분만이었고 결국 스페인의 득점공식으로 넣은 것이었다. 델 보스케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 대결에서 델 보스케가 판정승하는 순간이었다. 포르투갈은 한골을 허용한 후 시망과 페페를 빼고 멘데스와 라이드손를 넣으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전반전과 달리 공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압박은 오히려 스페인의 패싱게임을 돋보기에 해줄 뿐이었다.
경기는 그 상태로 끝났고 포르투갈의 선수들은 내 예상보다는 꽤나 담담하게 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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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가 살아나는게 관건, 요렌테 카드는 처음인데 괜찮았다 그게 위로가 된다

비야는 오늘의 골로 총 4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게 되었다. 비야의 골을 곱씹어 보면 대단히 순도가 높고 컨디션이 좋을때 나오는 골이었다. 스페인으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고 토레스까지 본연의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 최상의 상태가 되겠다.


스페인은 조별예선과 16강전을 통해 많은 숙제를 받았다. 스위스와 같은 질식수비에 대처하는 방법이 거의 없는것 같이 보여졌으며 공격 템포조절을 통해 상대수비진을 붕괴시키는 방법에서 브라질에 한수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포르투갈과 같이 거의 대등한  A급 팀의 수비진을 상대했을 때 스페인 특유의 파괴적인 모습이 반감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델 보스케 감독이 슬기롭게 헤쳐냈지만 말이다)
2006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8골을 몰아넣으면서 3연승을 거둬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던 스페인이 16강전에서 간신히 조별예선을 통과한 프랑스에 3:1로 무참하게 패배했던 기억을 떠올려볼때 현재의 스페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약간씩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때의 멤버 대부분이 지금의 멤버와 비슷하다.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는 어렸던 선수들이 이제는 한층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겠다. 일단 스페인은 8강전에서 파라과이를 만나게 되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가 일본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스페인을 괴롭힐 가망성은 거의 없다.
파라과이는 120분간 뛰면서 너무 많은 체력을 쏟아 부은데다가 이미 8강이라는 전인미답의 목표를 달성한데서 오는 안도감이 겹쳐 정말 ‘유쾌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스페인을 제대로 상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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