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 네덜란드 vs 슬로바키아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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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로벤...챔스리그 수훈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역시 대회직전 컨디션이 중요

네덜란드의 경기하면 미드필드의 지배력을 바탕으로한 파괴적이고 파상적인 공세, 빠른 전개, 완강한 수비, 예술과 같은 트래핑 등이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네덜란드의 팀 컬러가 실리축구로 완연하게 바뀌었다. 네덜란드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맹활약한 로벤과 스나이더의 컨디션이 그대로 주욱 이어지고 있는 상황.

지난 경기에서 교체출전했지만 강렬한 활약을 보여주었던 로벤이 선발출전함으로써 안그래도 스로바키아에게 버거운 네덜란드의 공격력이 더 배가된 느낌.  양팀은 공수간격을 좁히고 미드필더에서 슬슬 탐색전을 벌였다. 마치 3천미터 인라인스케이트의 초반 경기를 보는듯 저속기어를 유지하면서 공간과 기회가 생기면 양팀이 서로 공방을 한두차례씩 주고 받으면서 지속적인 탐색전을 벌이듯 말이다.

이런 스타일은 이전의 네덜란드하고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공간이 생기기라도 하면 질풍같이 고속기어로 변속하고 상대방 진영으로 쇄도하는 네덜란드의 공격력 만큼은 여전했다.

전반전 중반 무렵 슬로바키아의 공격을 차단한 네덜란드는 스나이더가 오른쪽으로 달려들어가는 로벤을 보고 한번에 길게 올려주었고 로벤은 챔스리그에서 그랬던 것 처럼 오른쪽을 파고들다가 왼발로 슬슬 가운데로 치고나오면서 순간적으로 벼락같은 왼발슛을 작렬~ 그대로 슬로바키아의 골네트를 가르고 만다.  마치 얼마전 끝난 챔스리그에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로벤이 두번이나 보여주었던 골장면을 리플레이 시켜놓은듯 했다.

지난 경기에서도 로벤은 같은 방식으로 (비록 골은 연결되지 않았지만) 상대방 골포스트를 맞추면서 그것이 득점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았던가. 로벤의 그러한 특성을 유럽의 거의 모든 수비수가 몇번이고 보았을 텐데 번번히 같은 방식으로 로벤에게 골을 허용하는 것을 보면 정말 뭔가 달라도 다르긴 한가보다.

한골을 허용했음에도 슬로바키아는 냉정을 잃지않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전반전을 보낸다. 마치 후반전에 있을 커다란 태풍(이탈리아전에서 후반에 그랬던 것 처럼)을 재현하려는 듯이 말이다.  후반전 20분까지 양팀은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그 사이 슬로바키아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두번이나 찾아오지만 골키퍼의 두번의 수퍼세이브로 슬로바키아의 공세는 무산된다. 로벤과 반 페르시가 같이 등장하는 네덜란드의 경기를 몇번 본 적이 있지만 두선수 모두가 날라다니는 경우는 잘 본적이 없는것 같다. 로벤이 날아다니면 페르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페르시가 날아다닐때를 보면 로벤이 벤치에 앉아있는 경우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페르시는 후반 20분남겨놓고 훈텔라르와 교체되는데 매우 불만에 섞인 모습으로 폐예노르트에서 자신을 키웠던 옛스승에게 이런저런 말을 던지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동시에 슬로바키아 역시 이탈리아전에서 깜짝 결승골을 터뜨린 코푸넥이 들어간다. 드디어 슬로바키아 타임이 찾아오는 것인가 ? …..

그러나 미드필드 왼쪽에서 슬로바키아 선수중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스크르텔이 파울에 이은 불필요한 항의를 하는 사이 네덜란드는 잽싸게 스크르텔이 없는 공간에 패스를 연결했고 카윗을 거쳐간 패스는 무인지경에서 달려드는 스나이더의 쐐기골로 연결되고 만다.  슬로바키아로서는 기어를 변속해 볼 시간도 없이 쐐기골을 얻어맞고 만것.

사실상 여기서 경기는 종료되었고 인저리 타임때 얻어낸 페널티킥을 비텍이 성공시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했다.  솔직히 경기는 견딜 수 없이 졸린 나머지 전반전 한때는 졸기까지 했다. 네덜란드… 이제 드디어 파상적으로 몰아붙이는 공격축구에서 실리적인 축구로 완전히 변한 것인가 ?

안정적인 승리를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웬지 드보아 형제가 출전하고 필립 코쿠가 경기를 조율하면서 베르캄프의 멋진 트래핑과 오베르마스의 질풍같은 사이드라인 질주와 야프 스탐의 철옹성같은 수비와 싸움닭같이 상대방을 쓸어내던 다비드와 클루이베르트의 파괴력있는 슈팅이 그립기도 하다. 그때 그멤버중 지금 대표팀에 남아있는 선수는 반 브콩코스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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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골을 터뜨린 스나이더와 카윗..

승부는 객관적인 전력대로 끝을 맺었고 아마도 4강의 길목에서 브라질을 맞이할 듯 하다. 네덜란드는 브라질과의 은원관계가 꽤나 깊은 편이다. 가장 가깝게는 히딩크가 이끌던 1998년 4강전에서 브라질과 만나 1:0으로 끌려가던 경기에서 클루이베르트의 골로 승부를 승부차기로 끌고갔으나 아깝게 패배했고 직전 대회인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8강전에서만나 그 대회 최강의 공격두오였던 후마리우-베베토에게 후반들어 연속골을 얻어맞고 패배직전까지 몰렸다가 두골을 연속으로 따라붙어 2:2가 된후 종료10분전 브랑코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침몰한다.

달라진 네덜란드 축구가 브라질을 상대로 이번엔 승리할 수 있을까 ?  일단 브라질이 칠레를 이기고 난 뒤의 일이될 것이다. 칠레는 브라질에 역대전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긴 했으나 이번 대회 전력은 만만치가 않다.

P.S – 월드컵 직전 챔스리그 결승까지 활약한 로벤과 스나이더의 활약이 월드컵으로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팀은 그런면에서는 좀 아슬아슬했다. 결국 이근호가 컨디션 난조로 탈락을 했고 박주영이나 이청용 역시 부상과 피로누적 등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역시 선수 면면도 중요하지만 대회직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중요한듯. 박주영의 컨디션이 지난연말-올연초 정도만 되었더라면 아마 판도가 달라졌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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