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블로그를 찬찬히 들여다 보니… 이건 거의 축구에 미친사람 같구나…

프로야구나 MLB쪽 글도 많이 있어야 하는데 프로야구 원년부터 응원하던 LG(전 MBC청룡)나 넥센(전 삼미) 모두 최근 10여년간 나락에 빠져 점차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친구들 경기를 계속해서 볼 용기가 없다. 보고있자니 분통이 터져서 말이다. 넥센같은 경우는 그나마 한줌 있는 선수들을 매년 차례로 빼앗기지 않나 유니폼 색깔은 해마다 정반대로 달라지지 않나 … 그나마 지금 김시진 감독이 이정도 해주고 있는게 정말 다행이고 어디서인지 모르게 투수들이 꾸역꾸역 등장하고 있는게 대견스럽기는 하다.

엘지같은 경우는 생활에 까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기업이다. 대딩시절 나는 주제넘게도 삼성같은 회사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늘에 대고 맹세를 했으며 (순전히 야구때문에 말이다), 두산 역시 거들떠 보지도 않을뿐 더라 그 회사에서 나오는 맥주와 음료를 절대로 되도록이면 마시지 않겠다고 혼자 결의한바 있었다.

첫직장이 엘지가 되었을 때 그래서 난 기뻐했다. 이건 뭐 회사차원에서 조차 야구 응원을 지원해주고 총무팀에서는 공짜 야구티켓을 주며 야근때 일은 안하고 엘지경기 보고있는 날 지나가는 상무님이 격려까지 해주시니 나에게는 꿈의 직장이었다.

그 즈음 엘지는 사상 최강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고 예전  MBC시절부터 팀의 레전드로 대접받던 김용수는 뒷문을 잠그는 소방수였다. 김용수가 던지는 모습을 보고 언제나 ‘저 아저씨 내가 꼭 마우스피스를 하나 사주고 말리라’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박찬호도 LA로 건너갔고 그 시기의 난 거의 밤낮을 야구중계에 미쳐살았었다. 밤엔 한국 프로야구를 보고 새벽과 낮엔 MLB를 보니 거의 모든 활동시간을 야구로 때울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그 시기의 나는 정말정말 미친놈이었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내가 이름을 모르는 프로야구 선수가 있다는건 내스스로 모욕이었다.  나에게 처음보는 프로야구 선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멀리 불펜에서 뛰어나오는 선수의 실루엣만 보고도 그가 누군지 단번에 이름을 대는 것이 나의 자존심이었다.  주변 동료나 선배, 상사들은 지금 저 투수가 강판되면 누가 나오게 되냐고 나에게 먼저 물어봤고 나는 지난 며칠간의 불펜 운영에 대해 잠깐 얘기한 다음 결국 OOO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대답을 하고나면 화면에 바로 그 선수가 등장하는 그런식이었다.

아마 내가 야구에 맛이 간건 아마 21세기로 넘어가는 그 몇년을 전후해서였던 것 같다. 삼미는 우여곡절을 거쳐 그 당시 현대라는 최강팀으로 변모했었지만 그 나머지 상황들은 확실히 나를 좌절시켰다. 김병현이 월드 시리즈에서 거듭 홈런을 맞은 것이나 박찬호가 텍사스로 이적해서 죽을 쑤는 모습, 엘지가 이순철 감독이 오고나서 부터 풍비박산이 나고 선동렬은 일본에서 노쇠하고 이종범은 부상당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더이상 TV앞에서 낄낄대도 괜찮은 신입사원이 더이상 아니었다는 것도 문제였다. 오히려 몰래 숨어서 메이저리그나 보는 녀석들을 단속해야 할판이었으니…


훗~ 신입사원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난 회사에 항상 글러브와 공을 두고다녔다. 글러브 두개와 공을 가지고 점심시간에 공터로 가면 나머지 하나의 글러브를 잡아보려는 회사 동료들이 줄을 섰다. 왜 그렇지 않은가…남자애들이란…공한번 멋지게 포스 미트에 던져넣는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이던가…

게다가 공 잘받아주는 포수가 힘없이 오는 공도 뻥뻥~ 소리나게 받아주면 그보다 스트레스가 더 풀리는 일은 없으리라…집에는 항상 알미늄 배트가 있었고 난 틈날때마다 마당에서 항상 배트를 휘두르곤 했다.


이제는 늙어서 야구연습장에서 15개의 공을 모두 치고나면 헉헉거리고…그나마 그 공들을 다 맞춰내지도 못하며 …왼쪽 타석에서는 허무하게 스쳐가는 공들이 배트 끝에서 느껴지고… 넥센에서는 계속 처음보는 투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걸 보고… 이병규의 현재 수비위치 같은것도 정확하게 모르는 나를 느낄때마다…너무 야구에 소홀해졌음을 느낀다.

아예 난 처음부터 스포츠 기자나 할걸 그랬나 ? 후우~ 그것도 쉬운일은 아니겠지 ?


이번 월드컵은 중간에 붕 뜬 두시간 반이 오히려 포스팅할 여유를 가져다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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