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청에서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언제나 예선 3라운드이다. 두경기를 동시에 치르니 어느 경기를 봐야할지 몰라 계속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오늘까지 끝난 D조 까지의 3라운드 경기에서 제대로 팀과 선수의 장단점을 짚어낼 수 있는 수준으로 경기를 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스코어에 맞춰 계속 채널을 돌렸다.

A조

▶ 프랑스 vs 남아공 1:2

그동안 프랑스가 겪어왔던 각종 잡음들을 이 한경기로 음미해 볼 수 있었다. 일단 아넬카가 선수단에서 빠져나갔다는것.  사건의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에브라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 그와 뜻을 같이 한다고 알려진 에릭 아비달도 선발명단에서 제외된 것. 그리고 두선수가 끝까지 못나온 점.

왕따설의 장본인인 그루튀프가 말루다 대신 선발 출장해서 아름다운 가격으로 전반전에 퇴장을 당해 ‘역시 뭔가 문제있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점. 말루다가 보란듯이 후반전에 나와 추격골을 터뜨린 점.

무기력한 경기로 남아공에 두골을 헌납하면서 끌려다닌 점.

남아공은 하마터면 16강에 진출할뻔도 했다. 저하늘의 별처럼 수많았던 찬스들을 두번만 더 살렸더라면 말이다. 적어도 전반전에 한골을 더 넣고 3:0으로 마쳤더라면 그게 가능했을런지도 몰랐다. 그랬더라면 프랑스로서는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치욕이 되었을 것이고 도메네크 감독은 제쳐두고라도 이런 부분이 선수들을 자극했던 것 같다.  전반전이 도메네크 감독의 마지막 라인업이었다면 후반전은 고부, 앙리, 말루다가 투입되는 예전 그 라인업이었고 비록 10명이었지만 한차원 높은 클래스가 무엇인지 시전하기에는 충분했다.

말루다의 추격골로 남아공의 노력은 종을 쳤다. 프랑스 역시 그 정도면 된거 같다고 생각했을 테고 말이다.

역시 남아공으로서는 한차원 다른 클래스를 실감할 수 밖에…

후반전의 프랑스는 아스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갈라스, 디아비, 앙리에 양쪽 윙백의 사냐와 클리시까지… 프랑스 축구의 대권은 1998년 우승멤버들에게 넘어가게 되었는데 앞으로 프랑스가 어떻게 환골탈태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 우루과이 vs 멕시코 1:0

당초 우루과이를 16강 전력으로 예상하지 않았고 이번대회들어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16강 상대로 낙점되길 바랬다. 멕시코는 아무리 봐도 근래들어 최고의 전력이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 16강전에서 만나기 부담스러운 상대가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최종전 역시 당연히 멕시코가 승리해야 했지만 심리적으로는 비기기만해도 올라가는 우루과이가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고 멕시코는 비록 16강 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하기는 껄끄러웠을 테지만 그래도 옐로카드를 받아든 멤버들이 많은 만큼 그리 무리하지 않고 잘 끝냈다고 생각된다.

우루과이에는 박주영의 팀동료 디에고 페레즈가 주전멤버로 뛰고 있는데 아마도 16강전에서 만날 박주영에 대해 팀동료들에게 부지런히 설명해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페레즈 이 친구는 모나코내에서도 주전이긴 하지만 세기가 좀 떨어지고 패싱에 대한 정확도 등이 낮아 나한테는 매번 욕을 들어먹는 친구다. (우루과이의 주전이라니 다행이다)


B조

▶ 아르헨티나 vs 그리스 2:0

그리스로서는 일단 걸어잠그면서 역습을 통해 승리를 노리는 소극적인 전술이 필요했을 테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지만 7:3의 점유율 차이와 12개의 유효슛 등 2진이라고는 해도 메시가 포함된 압도적인 공격력을 견뎌낼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거의 전멤버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며 매우 이상적으로 조예선을 치뤘고 그에따라 체력적으로도 한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4일뒤에 16강전을 치르는 반면, 아르헨에게는 이틀의 시간이 더 주어지기 때문에 거의 베스트 컨디션으로 16강전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멕시코전은 결코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 메시의 팀동료 마르케스가 메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며 도스산토스와 벨라(출장은 불투명), 에르난데스, 바베라 등 아르헨의 양측면을 괴롭힐 만한 빠른 공격수들이 즐비한 만큼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된다


▶ 한국 : 나이지리아 2:2

사실 경기전 체격좋고 유연한 아프리카 팀들에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던 기억이 나 불안했었고 그 불안이 어느정도 현실로 드러났지만 그래도 비겨서 너무 다행스럽다. 나이지리아가  이날 너무 못한것이 맞고 사실 우리도 그리 잘한게 아니라서 제 3자가 볼땐 실수가 난무하는 졸전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16강전에서 만나는 우루과이전에서는 이보다 나으리라 확신한다.

난 우루과이가 칠레나 파라과이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미예선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경기는 백중세가 될 것이다.


C조

▶ 잉글랜드 vs 슬로베니아 1:0

한마디로 밀너-데포 카드가 적중한 한판이었다. 결국 거의 모든 위협적인 상황이 밀너로부터 나왔고 골은 데포의 발끝에서 나왔으니 말이다. 다만 루니의 쓰임새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슬로베니아는 미국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무기력했으며 공격의 짜임새가 정교하지 못해 위협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잉글랜드가 밀너-데포카드를 제외하고는 잘한게 없다. 오히려 상대방의 부진에 감사해야할 따름. C조는 네팀이 모두 16강에 갈 수 있는 찬스가 있었기 때문에 두경기가 모두 끝나봐야 16강이 결정될 상황이었다. 슬로베니아나 종료직전 동점골이라도 터뜨려준다면 미국이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잉글랜드는 그 자리에서 탈락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슬로베니아는 지고있었더라도 종료직전까지 16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반대쪽 경기에서 인저리타임에 터진 도노번의 골로 졸지에 예선에서 탈락해야 했다.

잉글랜드의 최근 경기력을 감안했을 때 난 이 경기를 비긴다고 봤었고 잉글랜드의 탈락을 예상했다. 데포의 카운터 어택 한방이 모든걸 갈라버렸다.


▶ 미국 vs 알제리 1:0

사실 C조 3라운드 경기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특히 이 경기가 그랬다. 결정적인 찬스들이 있긴 했지만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알제리는 미국의 속도를 약간이나마 떨어뜨리는데 성공하면서 경기템포를 난전상황으로 만들었다. 알제리 역시 미국에 승리하면 16강의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결사적으로 달려들었어야 했지만 어쨋든 공방전은 지루했다.

경기시간 90분무렵 이미 16강 진출은 잉글랜드와 슬로베니아로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웬걸…미국이 종료시점이 되자 슬로베니아전에서 그랬던 것 처럼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알제리는 그걸 제지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분위기 상으로도 금방 골이 터질것만 같은 상황….정말 거짓말 같은 골이 종료 수십초전에 도노번의 발끝에서 나왔다.

미국의 전형적인 패턴인 오른쪽 측면돌파와 공격수들의 문전대시…2차적으로 달려드는 미드필더들의 대시…이 2차적인 대시에 알제리는 또다시 바티골을 먹어버렸고. 미국은 탈락에서 갑자기 조 1위로 올라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버렸다. 정말 대단한 결과~ 혀를 내두를만한 공격이었다.

미국은 호쾌함이 돋보이지만 세경기에서 드러났듯..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이 단점으로 인해 그들은 계속 타크호스로 분류될 뿐 한레벨 더 올라서지 못하는 것 같다.


D조

▶ 독일 vs 가나 1:0

이미 A,B,C조에 속한 남아공, 나이지리아, 알제리가 줄줄이 예선탈락한 상황이었고 뒤쪽에 남은 코트티부아르는 탈락이 확정된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나는 마지막 아프리카 주자로서 부담감이 컸다. 세르비아가 거의 탈락이 확정된 호주를 잡고 독일이 가나를 잡으면 가나마저 탈락, 아프리카 올킬 상황이 개최대륙에서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상황을 말할 것 같으면 결론적으로 가나는 그 수많은 찬스에서 독일의 골네트를 네번쯤은 갈랐어야 했다. 볼점유율은 독일이 높았으나 결정적인 찬스는 가나가 더 많았고 슈팅숫자 역시 가나가 많았다. 그러나 가나는 그 찬스들을 나이지리아가 그랬던 것 처럼 모조리 다 날려버렸다.

독일은 슈바인슈타이거의 수비부담이 컸다.  뮬러와 포돌스키, 외질의 백업이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독일의 1차 수비저지선은 번번이 힘없이 뚫렸고 가나는 중앙을 위주로 독일의 포백이 모여있을 때는 좌우 측면을, 분산되었을 때는 중앙돌파를 효과적으로 병행하며 독일을 완전히 허물뻔 했다.

찬스를 놓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법. 지난 세르비아전에서 범상치 않은 몸놀림과 패스를 보여주었던 외질은 일단 골키퍼와 여유있게 1:1로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버린 후, 후반들어 페널티외곽에서 정확하고 강력한 킥을 골대 구석을 보고 찔러넣어 탈락할 뻔한 독일을 구했다.  독일은 16강전에서 불구대천의 원수, 잉글랜드를 만나게 되었는데 잉글랜드는 독일에 이긴다 하더라도 또 하나의 불구대천 원수인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이 예상되어 이번대회 최고의 흥행카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나는 2006년 예선전에 만났던 미국을 16강전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미국으로선 가나에 대한 복수전이 된다.


▶ 호주 vs 세르비아 2:1

경악스러운 사실은 탈락이 확정적이라고 생각되던 호주가 세르비아를 2:0으로 앞서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만약 독일이 한골을 추가하여 가나를 2:0쯤으로 이기고 호주가 세르비아를 3:0으로 이겨버린다면 ? 골득실차는 같지만 다득점으로 호주가 나가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그 고지는 멀지 않아 보였다. 이런 혼전이 또있을까 ? 좀전의 C조 역시 인저리타임에 1,2위가 결정되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84분에 터진 세르비아의 골은 이런 기대를 완전히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고 반대로 세르비아가 2:2로 비기면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 이게 무슨 드라마냐) 갑자기 세르비아는 뛰어야 할 이유를 찾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미친듯이 인저리타임을 뛰면서 보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 D조 4팀 모두가 한끝차 살떨리는 승부~!!

양팀은 모두 떨어졌다 -.- (세르비아 바보~ 비디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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