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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대회직전까지 많은 고초를 겪었다. 아마 본선에 진출한 32개팀중 출전 전부터 자국팬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저주를 받았던 팀은 일본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런 분위기 대로라면 3연패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것도 대패를 예상했다.
1차전 일본의 승리는 사실 전형없는 동네축구 같은 것이었으나 그것은 설움을 당하고 있는 벼랑끝에 선 일본선수들의 울분의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처참하게 무너졌기 때문에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묘할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 팀이 처참하게 무너지길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네덜란드에게 비기거나 혹시라도 이길 경우 사촌이 논을 산 모습을 앞으로 일주일동안 바라보고 있을 걸 생각하면 너무 씁쓸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분명 선수비 후역습 형태로 나올것이 분명했는데 어떤 식의 수비를 선택하는의 문제였다. 올 챔스리그에서 바르샤를 상대로 무링요가 보여준 대로 수비를 뒤로 물린 형태에서 시작할지,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샤를 상대할 때와 같이 수비를 오히려 끌어올린 후 공수 간격을 20미터도 안되게 유지하여 공간 자체를 없애 버리는 방법 등 두가지에서 말이다.
전반전 일본은 후자의 방법을 들고 나왔다. (한국팀은 전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방법은 훌륭하게 먹혔다. 게다가 일본은 한국팀 처럼 긴장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더 이상 잃을것 없는 외인구단 같이 보였다.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은 1차전과 똑같았다. 네덜란드는 덴마크전에서 자살골을 얻어내기 직전까지 보여줬던 답답함을 그대로 이어받아 일본전에서도 별 다른 해법이 없음을 보여줬다.
오히려 간간히 오른쪽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본의 역습에 혼쭐이 나며 전반을 마쳤다.
경기 점유율은 7:3 정도로 거의 반코트 경기에 가까웠지만 일본의 투지는 놀라웠다  네덜란드가 경기는 주도했지만 영양가가 전혀 없었고 슈팅숫자도 3:5로 오히려 일본에 뒤졌다.
후반전 드디어 네덜란드의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 문전 경합에서 흘러나온 볼을 스나이더가 예의 그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일본의 골네트를 가른 것인데 사실 일본의 골키퍼가 막아낼 수 도 있었던 (펀칭방법의 잘못) 골이었다. 이때부터가 사실 주목할만 했다. 일본이 대량실점을 하지 않고 이대로 마치려고 수비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만회를 하기 위해 앞서 나가다가 추가골을 허용할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일본은 남은 시간동안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공격적으로 하고 그때부터의 게임을 지배했다. 중앙수비수인 툴리오가 타겟 스트라이커 자리에 까지 올라가면서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고 양쪽 윙백인 코마노와 나가토모까지 자리를 바꾸고 최전방 윙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반코트 게임을 벌이기 시작했다. 워낙 완강한 일본의 공격이 계속되다 보니 네덜란드는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고 이미 지쳐버린 반 더 바르트와 슈나이더, 반 페르시를 엘리아, 아펠라이, 훈텔라르로 바꾸면서 역습을 노렸다.
일본이 위험수위에 가까울 정도로 공격에 매진하는 틈에 엘리아와 아펠라이가 골키퍼와 1:1 찬스를 맞기도 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일본의 맹공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중앙수비수 툴리오가(-.-) 길게 넘어온 것을 왼쪽으로 떨구고 교체되어 들어간 오카자키가 돌아서 침투하며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위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고 그것으로 일본의 공격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일본은 비록 패했지만 A급 팀인 네덜란드를 맞아 아시아 팀의 힘과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한국을 대신해서 말이다. 게다가 마지막 경기인 덴마크 전에서의 가능성도 시사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비록 첫경기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동네축구같은 모습으로 비아냥을 들었지만 이 한경기로 다시 모든것을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일본에 대해서는 아직도 감정적으로는 복잡하지만 마지막 덴마크전에서도 나름 선전하길 약간만 기원하겠다 (아~ 이 벤뎅이 속이란)
p.s – 이 경기를 보고 우리도 아르헨 경기에서 이 정도 경기를 하고 졌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내내 했다…에효
p.s – A급 팀들이 그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네덜란드도 여전했다. 네덜란드 역시 현재까지는 2006년의 파괴력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시간이 갈 수록 살아나는 경향도 없잖으니 그건 좀 더 나중에 결론 내릴 일이다.  현재까지로서는 독일과 브라질 정도만이 명성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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