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전 되새김질

By | 2010-06-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지성...와우~...전혀 다른 클래스...

저는 토요일에 가족과 정선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리스전 승리를 지켜보았죠. 모든것이 상상했던 대로 돌아가서 너무 기뻤습니다. 원정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이겨본 적은 처음이 아닌가 싶네요. 이미 하루 이상이 지났지만 저 스스로는 로그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경기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일단 경기 뒷맛을 먼저 음미해 볼까요 ?
좋았던 뒷맛 몇가지
첫번째로 좋았던 것은 부상이 없다는 점이죠. 우리 전력을 고스란히 두번째 경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경기가 비교적 깨끗하게 흘러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두번째는 옐로카드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를 제외한 B조 3개팀은 각 1장씩 받아들었습니다.
세번째 좋은 뒷맛은 두골차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입니다. 골득실을 따질때 매우 유리하겠죠.  네번째로는 교체선수들의 컨디션 점검이었습니다. 김남일-이승렬-김재성 선수가 짧기는 해도 첫경기에 나와 분위기를 경험해 봤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첫경기는 모든게 다 깔끔했죠.  나이지리아가 이왕 패하려면 좀 더 많은 실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아주 약간 부담입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팀의 스타팅을 놓고 보면 4:4:2에 가까웠습니다. 박주영-염기훈의 투톱에 이청용-박지성을 양쪽 측면에 위치시키고 김정우-기성용을 중앙 미드필더에 올려놓은 형태로 말입니다. 예상대로 수비진은 차두리-이영표조합이 풀백으로 나섰고 조용형-이정수가 중앙수비에, 정성룡이 키퍼를 맡은 것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박지성은 중앙성향으로 박주영 아래쯤에 위치할 때가 많았고 염기훈은 무려 세자리를 커버했습니다. 박지성이 공격에 치우치면 자신이 그자리로 내려갔고 기성용이 올라오면 그때도 그렇게 했습니다.  원래 자신의 포지션인 왼쪽 날개를 소화해 내면서요. 염기훈이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뛰어다닌 것이 납득이 가는 얘기지요. 결국 한국팀은 박주영 원톱에 박지성이 뒤를 받치는 형태로 간간히 기성용이 공격으로 올라오기도 하는 그런 스타일로 경기를 끌어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정수의 첫골, 한국이 오히려 세트피스 시범을 보이다

며칠전 그리스전  예상에서 말씀드렸듯 평소와 다른 노림수 등이 큰 경기에서 먹혀들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한국팀은 거의 예상했던 대로 라인업이 꾸려진 반면 그리스는 노림수를 썼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멸하는 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허정무 감독이 안정세보다는 초반 강공을 펼치면서 경기흐름을 처음부터 우리쪽으로 가져왔고 그리스 선수들이 아직 얼어있는 상태에서 빠른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그것도 중앙수비수인 이정수에게 세트피스로 먹었기에 타격이 좀 더 컸겠죠.  
여기에서 더 좋았던 것은 한국팀이 수비라인을 뒤로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였다는 겁니다. 그리스는 어차피 포백으로 나선데다가 한골을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격으로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고 이것이 수비진의 균열을 가속화 시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정우, 미드필더를 깨끗하게 청소하다

그리스는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대부분 전방으로 한번에 올려주는 공격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때문에 공수의 간격이 벌어졌고 그나마 공격시의 세컨볼을 거의 모두 한국팀에 내주게 되었죠.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는 공격때문에 김정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김정우는 나머지 미드필드를 깨끗하게 청소했습니다. 마치 2002년의 김남일을 보는듯 했죠. 한국팀은 김정우까지 가세해 거의 쓰리백같은 견고한 수비를 펼쳐냈습니다.  이번대회직전까지 김정우의 성장을 보면서 가장 불안하게 여겼던 수비형 미드필더의 근심을 한번에 날릴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박주영의 가공할만한 제공권다툼. 거의 모든 볼을 따내다.

전방에 있는 박주영은 길게 넘어오는 패스 거의 전부를 받아냈습니다. 키가 큰 선수들 사이에서 엄청난 점프력으로 볼을 따냈고 그 볼을 기민하게 움직이는 주변의 한국선수들이 모두 점유했죠. 박주영은 비록 결정적인 골찬스 몇개를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그리스에게는 커다란 위협이 되었습니다.  박주영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이런식으로 공중볼도 곧잘 따내는데 지금이 가장 좋은 컨디션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팀의 역습은 예상한대로 ‘모나코의 박주영’을 연상시킬만 했죠. 전반전 후반의 결정적인 1:1찬스 역시 그런방식이었습니다. 수비시에도 박주영-박지성 라인은 제자리를 지켰고 공격을 차단 한 후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대기한 박주영이 드디어 스타트를 끊음과 동시에 박지성의 스루패스가 기가막히게 그리스 수비진을 꿰뚫었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은 스피드 싸움에서 그리스 수비진을 이겨내며 골키퍼와 1:1찬스를 만들어냈죠. 모나코에서와 달랐던 것이라면 한템포 빠른 시점에서 대각선으로 슈팅을 하지 않고 좀 더 끌고 들어았다는 것만 달랐다고 할까요.
후반전에서도 상대 중앙수비 두명을 모두 따돌리고 차두리의 크로스를 그대로 헤딩슈팅으로 연결한 센스는 정말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주영을 MOM으로 꼽고 싶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차두리

보통 큰 경기에서는 미친선수(?)가 하나 나와줘야 경기가 원활하게 풀리는데 그 미친역할은 차두리의 몫이였군요. 차두리는 그리스의 왼쪽 주공격수인 사마라스를 완전히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활발한 오버래핑에 그림같은 돌파와 크로스를 보여주면서 오른쪽 수비라인의 의문점들을 모두 해소시켰습니다.
폭주기관차의 부활이라고 해야할것 같습니다. 반대쪽의 이영표는 예의 그렇듯 아주아주 견고했고 지능적이었죠. 전반 초반 왼쪽을 깊숙히 돌파해내고 나서 코너킥보다 더 좋은 지점에서 지능적으로 얻어낸 프리킥이 첫골로 이어졌으니 말이죠.
박지성은 양팀을 통틀어 클래스가 한단계 위임을 보여줬습니다. 상대방의 패스를 가로채는 모습이나 여유있게 중앙수비 두명을 달고 왼쪽으로 들어가 다시 반대편으로 슈팅을 하는 모습은 그가 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멤버중 하나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었고 매우 아름다운 골이었습니다.  후배인 박주영에게 결정력과 침착함을 시범보이는듯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스 11번 빈트라, 패배의 결정적인 역할을 계속 해냄. 박지성의 멋진 슈팅~

한국팀에게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박지성의 골 이후 한국팀은 약간 풀어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리스에게 그 위험하다던 코너킥을 무수하게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는 11개의 코너킥과 14개의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그때를 즈음하여 기성용대신 김남일이 투입됩니다. (74분) 그리고 그리스 공격진이 김남일-김정우 콤비에게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반 한국팀의 수비, 최전방 선수들까지 대거 참여~

결정적인 승리의 원동력 : 체력
이날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승리의 원동력은 체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같은 시간에 그리스 선수들보다 더 많이 달렸을 뿐 아니라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항상 수적인 우위를 점했고 후반전 끝까지 전반전같은 스태미너를 보여주었거든요.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체력훈련이 이번에도 결실을 보는군요.  
축구가 아무리 조직력과 기술의 대결이라지만 미친듯이 많이 뛰는 상대팀 앞에서는 장사가 없거든요. 2차전의 열쇠도 바로 여기에 있구요 ^^
한마디로 깔끔하고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말이죠.
이제 남은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인데요. 그 두팀간의 경기를 분석하면서 대응방법과 예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기분좋은 주말~주초였습니다 ^^
Facebook Comments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