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역할 : 내용의 시각화

도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슬라이드 작성의 결정적인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개념들을 시각화 해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점 때문에 도형을 이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글자를 도형이나 그림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은 파워포인트의 어드밴티지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텍스트만으로 작성된 아래 슬라이드를 보자. 우리회사의 고객분류 체계를 1등급부터 7등급까지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청중들은 이 슬라이드를 읽으면서 자신의 상상력에 따라 아래의 개념을 각자 머리속에 구체화 시키거나 아니면 복잡한 나머지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도형을 이용하면 아래와 같이 이들 내용을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추상화 시킬 수 있다. 피라미드 형태로 그려진 도형은 청중의 머리속에 거의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효고객의 구분과 신규고객의 진입 시점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확률이 높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처럼 도형은 기존의 텍스트와 함께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기쉽게 그려내는 역할을 하며 이것이 도형의 주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위에서 든 예와 같이 추상화가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시간의 고민과 아이디어가 결집되어야 비로소 시각적인 모델 하나가 탄생한다.
수년간 파워포인트를 다뤄온 기획자나 지식노동자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면서 어려워 하는 영역이다. 나 역시 글을 도형으로 시각화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영역중 하나이며 앞으로 이 연재에서 자주 다뤄질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이 영역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아쉽게도 오늘은 도형의 첫번째 역할보다는 두번째 역할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두번째 역할 : 구도의 정의

Hybrid Slide (하이브리드 슬라이드) :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겸하는 슬라이드로 지금까지의 연재를 통해 소개한 ‘파워포인트 블루스’방식의 슬라이드를 지칭한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간단하고 내용의 밀도가 극히 낮은 슬라이드와 우리가 회사생활에서 작성하는 글자로 가득한 빽빽한 슬라이드의 중간형태를 띠고 있다. 지금까지 3년째 연재를 지속해 오고 있지만 ‘파워포인트 블루스’식의 슬라이드 명칭을 고민끝에 이제서야 명명했다

하이브리드 슬라이드는 보통 하나의 슬라이드내에 여러가지 키워드와 내용을 많이 담게 된다.  이전의 연재를 통해 스티브잡스의 슬라이드 14장을 하이브리드 형태 한장에 담았던 일을 기억하는가 ?
우리의 슬라이드 한장엔 청중이 명심해야할 키워드가 10여개가 담길 수도 있다. 이렇게 복잡한 슬라이드를 누군가 읽게 될때 작성자가 의도한 바 대로의 순서와 키워드를 제대로 파악하게끔 작성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잡스의 슬라이드는 청중이 잘못 파악할만한 내용이 거의 들어있지 않으며 그 키워드를 보여주는 슬라이드는 순서대로 넘어가기 때문에 청중들은 편안하게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슬라이드 한장내에서도 몇가지를 얘기할 것인지 어떤 순서와 형태로 내용을 파악해 나가면 이해가 쉽겠는지, 어떤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청중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난 이러한 역할을 도형이 어느정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위해 도형을 사용한다.
이것이 도형의 두번째 목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래와 같은 슬라이드이다. 아직 내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상태이지만 어떤방식으로 내용이 전개될지는 예측해 볼 수 있다. 모르긴해도 아래 슬라이드는 전체적으로 3단계에 걸친 얘기를 하려는 것 같으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추론하자면 이렇다. 왼쪽의 세가지는 결국 가운데의 내용으로 결집이 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뭔가 새로운 두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이 도형만을 놓고 보면 청중은 3단계의 이야기가 왼쪽부터 3개-1개-2개로 전개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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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의 예를 보자.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왼쪽 일곱개의 사안중 짙은 색으로 표시된 두개는 기준을 통과했고 나머지 다섯개는 그렇지 못했다. 계속해서 오른쪽 박스 두개는 통과된 사안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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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두가지 예제에 내용을 채워넣고 다시 보도록 하자.  첫번째 예제는 세가지의 현상으로 시사점을 정리했고 다시 이를 통해 국내와 해외 시장의 전략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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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의 예제는 예상대로 일곱가지의 대안 중 두개의 대안이 휴대성과 연속사용이라는 필터를 통과했으며 그 두가지 대안의 자세한 사항을 기술한 모습이었다. 이제 도형의 두번째 역할이 이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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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티브잡스와 같은 슬라이드 형태에서는 도형의 두번째 역할은 거의 필요가 없다.  슬라이드 내에서 청중이 읽어내야할 키워드는 오직 한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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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의 첫번째 역할인 내용의 시각화는 도형이 내용자체를 말하고 있는 반면에 두번째 역할에서는 내용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다만 구도만 잡아주고 청중의 시선만 안내할 뿐이다. 따라서 이는 생략이 가능하다. 나는 동료들에 비해 이러한 목적의 도형을 즐겨사용하는 편인데 이 역시 지나치면 슬라이드내의 복잡성만 가중 시킬 뿐이다. 따라서 도형을 생략하고도 청중이 헤메지 않도록 설명할 자신이 있다면 도형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다.

그러나 구도를 잡아주지 않고는 청중이 오해할 확률이 높을 때  도형을 표지판, 안내선 삼아 청중의 시선을 이끌 필요가 있다. 매킨지와 같이 주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이용해 컨설팅 결과물을 내는 글로벌 컨설팅사의 경우 다양한 구도가 담긴 수백가지 형태의 슬라이드 템플릿을 정의해 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패턴을 사전에 정의해 놓을 수는 없다. 내용과 아이디어에 따라 슬라이드의 구도는 무한대로 변화가 가능하니 말이다. (아래그림 : 매킨지의 예)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위의 매킨지의 사전정의된 구도들은 나 역시 늘 펼쳐보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그것들을 이용한다기 보다는 구도에 대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고자 할때 이용한다. 도형을 구도를 잡는 역할로 이용하고자 할때 가장 주의해야 할 원칙은 역시 ‘단순함’이다.
청중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구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잡하면 곤란하다. 나는 주로 아래와 같이 슬라이드를 좌우로 크게 나누어 왼쪽엔 챠트나 표 등 사실에 근거한 데이타를 두고 오른쪽엔 그 의미를 설명하는 간단한 구도를 즐겨 사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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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간단한 구도에서는 도형을 생략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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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3단계에 걸친 특정기기의 진화단계를 설명하려는 구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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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래와 같은 구도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사용해 봤음직한 형태이다. (나 역시도 과거에 자주 사용했다)  슬라이드 한가운데 핵심적인 표어나 키워드가 크게 들어가고 4면에서 그 키워드를 떠받치는 형태이다.  구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만 웬지 이 슬라이드 한장이 뭔가를 종결짓는 듯한 느낌이어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장의 슬라이드를 늘어놓고 본다면 이해가 더 빠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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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고서 전체의 이야기 흐름을 아래와 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듯이 노트에 그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큰 그림을 먼저 그려놓고 슬라이드 전체를 분할하곤 한다. (실제모습은 아래 그림보다 더 길게 나오곤 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구도는 슬라이드의 맨 나중이나 결론, Chapter의 끝이 아니라면 좀 처럼 나오지 않은 구도이다. 웬지 슬라이드간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슬라이드 한장한장이 아닌 문서 전체의 구도를 길게  잡은 다음 그것을 가래떡을 썰듯 잘라서 전체 슬라이드를 구성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이야기의 흐름이 원활해 질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보면 슬라이드의 영역이 서로 겹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직전 슬라이드의 맨 마지막부분을 다음 슬라이드 첫부분에서 받아 계속 이어간다는 뜻이다.
비록 비슷한 내용이 앞뒤 슬라이드에 걸쳐있을 지라도 청중은 이야기가 잘리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금까지 3년여 동안 연재했던 파워포인트 블루스의 예제 슬라이드를 다시 보면 오늘 소개한 도형의 두번째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예제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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