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의 단상들…

By | 2010-06-03

한국팀의 수비전형은 나쁘지 않았다. 무링요가 시범을 보인대로 수비라인을 뒤로 물린채로 시작, 대인방어 대신 지역을 커버하는 형태.  그러나  부상을 염려해서인지 인터밀란처럼 악착같은 맛은 좀 떨어졌다. 역시 오범석이 선발출장. 아마도 아르헨전에서는 차두리보다 오범석을 생각한다는 의도가 보였다.

스페인은 이니에스타나 파브레가스가 있었지만 일단 2진급으로 시작, 후반에 비야-페드로-챠비-실바 등 미들진과 공격진에 대거 주전 투입. 역시 뒤로 물려놓은 수비에 고전. 아마 한국팀이 계속 집중력을 발휘했었다면 0:0으로 끝날 상황. 그러나 점유율 75:25라니 가공할만하다. 후반전엔 완전 바르샤의 경기를 보는듯한 착각. 챠비가 아르헨티나 국적이 아닌게 다행이다.

스페인 역시 무링요가 선보였던 밀집, 지역방어를 어떻게 뚫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허정무 감독은 무링요의 수비전법을 그대로 채용한듯 했다.

걱정했던 박주영의 컨디션은 오늘 나쁘지 않았다. 결정적인 침투 돌파가 두세차례 나왔고 결정적이 있었더라면 골도 2개쯤은 만들어낼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무리를 해서라도 공격전술을 시험하지 않았던 것은 허감독을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선수교체 역시 3명이나 여유가 있었던 상황인데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역습상황에서 한국팀은 한두차례 자신들만의 전술을 공개했다. 좋은 패스연결. 그러나 노출을 꺼리는 듯 이내 단순한 롱패스로 일관. 아마 본선에서는 조금 달라질듯.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압박을 더 강력하게 하지 못했다.

염기훈을 두고 허감독이 장고를 거듭할 듯 하다. 쓰임새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정우는 다시 말하지만 계속 좋아지고있다. 잘하면 김정우의 발끝에서 첫골이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이다)

기성용이 지금까지의 평가전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중반에 나온 중거리슛이 박주영에 맞지 않았다면 승부를 볼 수 있었던 상황. 프리킥 역시 오늘 각도가 좋았다.

박지성 자리에 김재성이 들어갔는데 내 생각엔 박지성을 감안한 전형을 연습한듯하다. 즉, 김재성은 자신이 박지성 역할을 대신 수행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자기 자리에서 예정대로 움직였다. 이청용도 오늘 좋았다. 전반엔 김정우-기성용을 뒤에두고 박지성(김재성)을 가운데 둔 삼각형 대형으로 최전방에 박주영 원톱과 좌우에 염기훈-이청용을 둔 4-2-3-1형태.
후반에 안정환이 들어가면서 최전방에 안정환을 세우고 후방엔 김정우-김남일을, 공격미들이자 볼 배급에  기성용 그리고 안정환을 좌우에서 이청용-박주영이 번갈아 보좌하는 포진을 보였다. 아마 이 포진에서 안정환만 박지성으로 바꾸어 놓으면 거의 그리스전의 스타팅이 될듯. 박주영 원톱에는 변함이 없을듯 하다. 아마 박주영 바로 아래쪽에 이청용-기성용-박지성이 자리를 계속 바꿔가면서 상대를 유린하는 스타일이 유력~

조용형-이정수 센터백 조합도 오늘 나쁘지 않았다. 점차 안정세. 이영표의 왼쪽 수비는 절대안정.
골키퍼는 정성룡이 좋은데 오늘 골을 먹은게 좀 마음에 걸린다. 아마도 허감독은 이운재를 계속 기용하지 않을까 생각.

이제 자자~

제일 걱정되는 것 : 허정무 감독이 실전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재미없게 경기를 할까봐 걱정됨. 져도 좋으니 통쾌하게 하자~ 다음 월드컵에서 잘하면 홍명보가 대표팀 감독에 취임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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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스페인전의 단상들…

  1. 버드나무

    전력의 노출을 염려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솔직히 죽기살기로 경기를 해야할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2년에 잉글랜드를 상대로 우리나라가 어디 죽기살기로 경기를 하지 않았던가요..

    이번 월드컵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많이 접게 되게 하는 경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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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저도 그걸 전력노출을 꺼리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ㅜ.ㅜ 사실 4년전 아드보카트 감독때에도 끝까지 뭔가가 있는줄 알고 기대를 하다가 허망하게 주저앉았었죠.
      2002년을 기점으로 선수들의 모드가 확실히 달라진것 같습니다. 예전에 죽자사자로 했는데 (뭐 지단이 그래서 김남일에게 당했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자신들도 적당히 몸을 사리는게 보이네요. 2002년때를 돌아보면 잉글랜드나 프랑스가 평가전 모드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도 그 방식에 적응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도 실전에서 죽을 쑤면 정말 더 실망이 크겠죠~ 에효~ 그래도 전 마음을 어느정도 비워놓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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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도령

    100% 동의. 안정환은 조커 노릇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재성도 부상 후 제 기량을 못 보여주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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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일단 첫단추를 어떻게 끼우는지 보자고~ 다른 첫경기에서 아르헨과 나이지리아가 비기기라도 하면 또한 대혼전으로 접어들지 않을까 생각됨.
      2006년때와 마찬가지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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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늙은여우

    스페인전은 올스타전, 자선기금을 위한 친선게임처럼 느껴질정도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저그 4드론 전략도 아니고, 노출된다고 그냥 단번에 대비책이 나오고 패배로 직결되는게 아니라면

    비싼 돈 들여가며 치른 평가전에서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게 아닌가 정말 많이 아쉽네요.

    말씀처럼 본선에서는 지더라도 화끈하게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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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그래도 다행인건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 기성용 등 많은 선수들이 유럽리그를 경험한 덕분인지 실제경기에서 이전처럼 ‘쩌는현상’, ‘다리가 후들거리는 현상’ 등 은 좀 줄어들것이라 예상합니다.

      스페인전은 마치 양팀이 수비와 공격연습을 하듯 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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