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의 느낌

By | 2010-05-24

박지성, 박주영의 골로 적지에서 일본을 2:0으로 완파했습니다. 여기에 단상을 몇개 적어볼까요

일단 일본은 오늘 안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출정식인데 라이벌에게 홈에서 완패, 그것도 영패를 당했다는 것은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팀은 몸까지 사리는 모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솔직히 오늘과 같은 일본팀이라면 본선무대에서 망신을 당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오늘 경기보다 더욱 압박이 심한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만나면 손한번 써보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그나저나 한국팀은 살살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도 불구, 이제 유럽물을 먹은 멤버들이 많아져서 인지 엄청 여유있는 플레이를 했고 적재적소에서 골 또한 제대로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점도 몇가지 있었죠.

1) 이근호의 지속적인 침체
저는 작년부터 월드컵 투톱으로 이근호-박주영라인을 의심해 본적이 없습니다만 박주영의 최근 부상과 이근호의 계속되는 부진이 정말 신경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주영은 작년말과 올해초 프랑스 리그에서 보여준 활동성을 되찾는다면 좋겠습니다. 이근호는 한국팀내 몇 안되는 game changer 역할을 해야 합니다만 저돌적인 돌파와 공간침투가 최근엔 실종된 듯 보여져서 제일 걱정입니다.

2) 수비형 미들, 괜찮을까 ?
오늘 김정우는 MOM을 받을만 하게 잘 뛰었습니다. 일본의 미드필더와 공격진을 깨끗하게 쓸어내더군요. 몇년전보다 기량이 확실히 나아진듯 보입니다. 제가 대표팀에서 가장 걱정하는 포지션이 바로 수비형 미들인데요. 김정우, 김남일 라인이 유럽-남미-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해서도 오늘과 같은 활약을 보여줄 지 항상 조바심을 내고 있는 중입니다. 만약 그게 여의치 않다면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고전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구자철도 부상에서 회복되면 계속 시험해 봐야합니다

3) 허감독님, 역습전술은 가지고 계신가요 ?
오늘 뭔가 손발을 맞춘듯한 역습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전력노출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역습루트 몇개는 남아공에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전반은 김정우 혼자, 후반엔 김남일이 가세해서 수비형 미들을 중심으로 전형을 바꾸어 실험했었는데 이들 두명이 공격차단 후 역습루트를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전력이 강한 상대들이다 보니 역습루트 개척이 가장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단이고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보여준 빠른 역습에 의한 대각선 슛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게다가 왼쪽에서 수비를 교란시키면서 넓게 벌려가며 뛰어갈 이근호를 생각하면 역습에 의한 득점,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이 한국팀의 주된 득점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기성용의 침체
오늘 이청용은 좀 슬슬하는 느낌이었고 컨디션이나 볼다루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는데 기성용은 좀 신경이 쓰입니다. 사실 기성용의 패스와 중거리슈팅이 살아나준다면 박지성-이청용-박주영을 막아내야 하는 상대팀이 정말 곤란해 할겁니다. 오늘 보여준 킥력, 패싱력 모두 예전의 기성용이 아니었죠.
이러다간 자신만만한 어린 새내기들에게 출전기회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후반전 투입된 김보경-이승렬이 잘했고 움직임, 침투력 모두 뛰어났습니다.

5) 옥의 티
정성룡은 오늘 전반적으로 잘했지만 크로스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 실수가 눈에 걸리더군요.
차두리는 전진패스 성공률만 높인다면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선수가 될텐데 말이죠

박지성은 군더더기가 전혀 없었습니다. 중앙수비 두명도 나쁘지 않았구요. 이영표는 언제나 맡은 임무를 믿음직하게 수행해서 좋습니다. 김재성의 최근 활약은 이근호에 대한 근심을  덜어주는 듯 하고 이승렬-김보경-구자철 새내기 3인방은 누구라도 대형사고를 칠 기세여서 좋습니다.
염기훈은 저에게 늘 ? 마크가 붙는 선수고 오늘도 제가 생각한만큼만 결과가 나와서 특별히 실망스럽지는 않지만 탈락 후보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6월 4일의 스페인전이 엄청 기대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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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한일전의 느낌

  1. 정도령

    박지성 말마따나 일본축구는 퇴화하는 것 같더군. 이젠 개인기에서도 한국에 밀리는 거 같고.. 심지어 비주얼도 한국에 못따라가더라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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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예전 나카타 히테토시나 미우라가 있을때만 못해. 게다가 오카다 감독은 표정이나 행동, 말하는 것 모두가 정말…. 안습…이더군
      일본축구팬들의 자조적인 반응도 이해할만 해. 내가 일본사람이었어도 정말 암담했을거야. 그래도 이정도로 기대감이 없으니 분발해서 일을 낼지도 모르지. 원래 축구란게 그렇잖아~ 이탈리아 애들 2006년에 그 멤버로 우승한거 봐. 유럽예선에서 거의 탈락직전까지 몰렸던 팀이라고. 그렇게 자국팬들한테 까였는데도 말이지.
      (하긴 감독이 다르긴 하지…리피감독은 그 당시에도 참 괜찮은거 같았거든. 오카다와는 비교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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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령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