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다시 고구려 논쟁이 일고 있군요.   주몽에  연개소문,  나중에는 태왕사신기까지 나오겠죠.

며칠전부터 안시성전투에 대한 논란이 보도되고 있더군요.   연개소문이 안시성전투를 직접 지휘했다 안했다를 두고 난리더군요.   저는 드라마는 보지 못했는데 탤런트 유동근씨를 생각하면 예전의 ‘용의 눈물’에서의 이방원이 생각나서 차라리 당태종 이세민역이 나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답니다.

그래도 그정도 카리스마 있는 역이라면 그나마 어울리겠군요.   이번 드라마 연개소문의 원작이 유현종씨의 ‘대제국 고구려’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자문역이 김용만씨란 얘기를 듣고 또한 놀랐죠.    이 두사람이 예전에 저를 연개소문으로 끌고들어간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데 더욱 놀란건 유현종님과 김용만님의 고구려에 대한 내용은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오늘 제가 읽었던 그 두분의 책과 또한 추천할만한 책 몇가지..그리고 읽지는 못했으되 관심있는 책을 소개하기로 하죠.   모두 연개소문과 관련해서 읽기 시작한 것들입니다.

연개소문의 입문 – 대제국 고구려 (전6권) 유현종 저

1975년 동아일보에 4년간 연재되었던 ‘연개소문’을 작자인 유현종씨가 내용을 보강하여  2000년에 내놓은  작품입니다.   

뜬금없이 우리나라 고구려사 책을 읽어보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잡았던 책인데 제대로 잡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본소에서 ‘광개토대제’란 책을 빌려보고있다가 책이 절판되고 대본소에서도 사라지는 바람에 중간에 맥이 빠져 방향을 전환한것이 ‘연개소문’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제대로 잡았다고 표현한 것은 이 책을 읽은 뒤로 끝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생겨나서 사실 확인차 관련 서적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서두는 무너진 연씨 가문의 후예인 소문이 광개토대왕비의 위용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 뒤로부터는 정말 질풍같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펼쳐지죠.

다 읽고나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고 피가 끓어 오르는 듯한 격한 감정과 함께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그런 내용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국사책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 너무 많은 것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유현종 작가 자신도 책의 서두에 밝혔듯이 그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글을 읽고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바로 그 부분이 오늘날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야기 거리입니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와 환단고기

신채호 선생의 글이란건 ‘조선상고사’를 말하는 거겠지요.  이 책의 영향으로 ‘환단고기’와 같은 책도 나왔습니다.  이 책을 보면 우리민족이 단지 당하고만 살아온 것이 아니라 승자입장에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 주체가 고구려인건 당연하구요.  그중에서도 주인공은 연개소문이죠.  김부식이 연개소문을 영웅이 아닌 영류왕 시해자로 그려냈고 조선시대의 유생들도 연개소문을 대역무도한 반역자로 인식했다면  신채호 선생은 그것을 과감하게 뒤집어서 연개소문을 우리 역사의 최고 영웅으로 꼽고 있죠

당시의 처지에서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필요했겠지만 오늘날의 냉정한 사학자들은 뚜렷하게 증명되지 않는 것은 단지 참고만 할 뿐입니다. (그건 좋은 현상이지요)

생각해보면 이러한 민족사학은 어려운 처지일때는 필요하지만 반대로 잘살고 있을때는 이웃나라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발상입니다.  

이념적인 대립이 사라진 현재에 와서 보면 모든 국가간 분쟁의 단초가 역사의 해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역시 그런 맥락이라고 봅니다.    독재자나 힘있는 나라가 역사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첫번째 시도가 바로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부터입니다.

조선상고사를 읽으면서 그 장쾌한 기술에 갈채를 보내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믿고싶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끼면서도 결국 냉정해져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죠.

이덕일의 오국사기(전3권)

이덕일씨는 역사의 대중화에 한 몫하고 있는 분입니다.   딱딱한 필체에서 벗어나 좀 더 읽기쉽고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고 있어서 술술 잘 넘어가죠 ^^

이덕일씨의 최근 책을 내는 속도를 보면 정말 놀라운데요.  게다가 그 주제들도 다양하기 이를데 없군요.  어느 한부분의 역사적 주제를 그 나름대로의 단면으로 잘라내어 설득력있게 재구성한 책들이 많습니다.

오국사기도 그중 하나죠.  우리가 흔히 삼국시대라고 말하는 고구려-백제-신라에 중국과 일본을 보태어 그 당시의 동아시아 전체의 판도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자 한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 나라에만 치우쳐서 서술하지 않고 끝까지 냉점함을 유지한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작가는 부지런히 다섯나라를 번갈아 오가면서 각국사이의 관계를 일일히 짚어내기에 분주하죠

물론 연개소문 이야기도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집니다.  대신 그의 얘기에만 촛점을 맞춘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인물들도 다같이 주인공이란 점이 다르죠

마치 역사스페셜의 한장면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덕일씨가 실제 역사스페셜의 자문역인데요…맞나요?)

김용만의 새로쓰는 연개소문전 (단행본)

이 책은 지금 드라마 연개소문의 자문역인 김용만씨가 저술한 연개소문전이 되겠습니다.  김용만씨는 고구려 문제와 고대사의 전문가이고 많은 저서가 고구려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 책은 위의 책들과 또 다른데요.  ‘연개소문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제목이 더 맞다고 하겠습니다.   연개소문과 당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여러사료들을 논리적인 근거로 내세우고 자신의 견해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자칫 딱딱하게 설명해야 하는 주제를 다큐멘터리 해설과 같이 요점을 짚고, 중간에 흥미로운 주제들을 등장시켜 잘 무마하고 있죠.    아래와 같이 말이죠

-천리장성은 장벽이 아니었다!

-고구려가 먼저 당을 공격했다!

-연개소문, 이세민을 쫓아 만리장성을 넘다?

제가 볼때는 연개소문에 대한 대중적인 해설서로서는 최고의 책인것 같습니다.  

읽지못한 책들…

아래사진 왼쪽은 유현종의 ‘연개소문’입니다.  ‘대제국고구려’와 같은 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옮기면서 조금 손을 본 모양입니다.  권수도 한권이 늘었군요.  같은 책이라면 사서볼 이유는 없겠죠.   

오른쪽은 신일 고등학교 교사인 박혁문씨의 ‘연개소문’입니다.   박혁문씨의 블로그를 보면 드라마의 이환경 작가가 독창적인 내용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책을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에필로그

위에서 언급한 책들을 주루룩 보고나면 연개소문에 대한 개념은 스스로 어느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되네요.   연개소문 그가 역적이든 영웅이든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한 역사의 자의적 해석은 매우 위험할 것 같습니다.   최근의 방송 드라마는 현대 상업주의의 최정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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