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어제 아침 일어나자 마자 제가 한일은 아이팟터치를 집어들고 스코어를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침에 회의가 있어 경기를 볼 엄두가 안났었거든요.  와우~ 제 눈을 순간적으로 의심했습니다. 3:1 !!
‘무링요가 해냈군’ …저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또 10여분을 더 잤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자 마자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튀어나가 아이맥을 시동했고 웹하드에 접속해서 경기 동영상을 찾았습니다. 누군가가 경기 종료 30분도 안되어서 경기전체를 올려놓았더군요. 감사해라~
칫솔을 입에 물고 다운을 받고 그걸 다시 팟벗으로 아이팟에 맞게 인코딩을 걸어놓은 다음 세수를 하고와서 아이튠에 넣어 동기화를 걸었습니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긴다음 아이팟을 빼와서 전반전부터 보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죠. 출근길에 전반전을 다보고 퇴근길에 후반전을 모두 봤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에 앉아서 마저 다 볼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늦은거 느긋하게 보기로 한거죠. 퇴근길에 야구연습장에 들어 좌우 타석에서 두번씩 공을 쳤는데 이틀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더군요.

와우~ 무링요의 대응방법은 일단 제 예상을 빗나가있었습니다. 저는 엘클라시코 2차전에서 레알이 보여준 전방위압박 + 수비라인 끌어올리기를 참조하거나 사비+메시 라인에 강력한 대인방어망을 칠줄 알았는데 오히려 수비라인을 약간 뒤로 물리고 대인방어가 아닌 지역방어로 촘촘하게 바르샤의 공격진을 맞이하고 있더군요. 바르샤에 대비한 특별한 처방(안티풋볼 비판도 감수할만한)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1,000킬로미터나 버스로 이동한 바르샤 선수단의 피로와 맞물려 무링요가 쳐놓은 그물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죠. 피스톤처럼 사방으로 패스를 뿌리던 챠비가 순식간에 스텔스기가 되었고, 메시는 고립되었으며 즐라탄은 선발명단에 있기나 한건지 의심될 정도로 둔했습니다.
그나마 최근들어 한창 주가를 올리고있는 페드로 로드리게스에게 의외의 인물 맥스웰이 돌파하여 패스가 연결되었고 그것이 바르샤의 선취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인터밀란은 바르샤가 쳐놓은 오프사이드 덫에 무수히 걸려들었지만 ‘이러다가 한번만 제대로 걸리기만 해라’라고 생각하는 듯한 인터밀란의 역습에 실제로 슬슬 걸려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스나이더의 동점골이 터져나왔습니다.

후반들어 인터밀란은 압박의 라인을 조금 더 끌어올려 바르샤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집중력을 상실한 듯하게 보이던 바르샤는 실책을 연발하며 역전골과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습니다. 이날 1골 2도움 등 모든골에 관여한 밀리토는 공격과 수비에서 엄청나게 뛰어다닌 나머지 결국 후반 중반정도에 가서는 다리에 계속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스나이더 역시 어마어마하게 많이 뛰어다녔죠. 마이콘 역시 말할것도 없었습니다.

비록 바르샤가 아스날전과 같은 톱니바퀴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패배했지만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면 전세를 뒤집을 수 있고 또한 그럴 능력을 충분히 갖췄기에 3:1의 패배는 아직 모릅니다.

이날 경기는 무링요가 메시를 막는 해법을 우리 대표팀에게 제시할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 더 관심이 높았는데 밀리토, 쟈네티, 캄비아소의 기량을 확인하고 나니 여전히 한숨이 나오더군요. 무링요가 보여준 메시를 막는 해법이란것도 인터밀란같은 상위 클래스 팀에게나 어울릴만한 것이었습니다. 수비와 미드필더들의 기량이 세계정상급이라야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죠. 기가막히게도 그 시범을 같은 아르헨대표인 캄비아소와 쟈네티가 보여주니 한숨이 나올밖에요.
 
후반 한때 이들이 잠시, 정말 단몇초밖에 안되는 시간만 메시를 그냥 놔둔 적이 있었는데 메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력하고 정확한 왼발슛을 퍼붓더군요. 세자르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이 들어갈뻔 했습니다.  그걸보니 정말 인터밀란의 수비수들이 90분내내 그 3초를 제외하고는 집중력있게 메시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날 인터밀란 수비의 백미는 챠비로부터 나가는 패스길을 원천봉쇄 했다는 겁니다.  최전방에 있어야 할 밀리토같은 선수가 쥐가 나도록 뛰어다닌 덕분이었죠.

2차전도 같은 방법으로 그럴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지만 무링요의 성격상 2차전만큼은 걸어잠그는데 무게를 두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뭐 이날과 같이 수비진을 뒤로 물려서 걸어잠그는 것도 충분히 통한다는게 입증이 되었으니 여기에 플러스 알파 정도를 하여 단단히 지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 참~ 중앙수비수인 루시우도 칭찬해야 겠습니다. 첼시전에서 그랬던 것 처럼 이번엔 즐라탄을 꽁꽁 묶는데 성공했으니까요. 바르샤로서는 즐라탄과 메시를 제외한 제 3, 제 4의 공격루트가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니에스타가 그립더군요. 페드로도 잘했지만요.

레알로서는 바르샤가 깨진게 고소하기도 하겠지만 자신들이 내친 스나이더와 로벤이 챔스에서 연일 골을 넣고 맹활약하는 걸 보면 조금 씁쓸~~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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