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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 제시한 위에 보이는 그림을 기억하는가?  지금까지 나는 ‘분석과 판단’, ‘이야기의 구성’에 대해 지난 일곱차례의 연재에서 설명하였다. 기획자의 진정한 경쟁력과 가치는 이 두가지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내공이 충만하게 갖추어진 기획자라면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외공의 성취는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의 많은 동료와 부하직원, 후배들이 그들의 프레젠테이션과 보고서를 들고와 나에게 조언을 구해왔다.  또한 나는 수많은 회의와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남들의 발표를 듣고 그들에게 질문한다.  그들의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내가 지적하고 싶었던 대부분의 것들은 문서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기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두마디로 조언해서 되지 않을 이야기의 구조에 대한 얘기,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 등에 대한 문제가 대다수 였기 때문이다. 문서작성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겉으로 드러나는 기술은 (이걸 외공이라 하자) 단시간내에 스킬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반면 판단력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술은 오랜시간 경험을 가지고 체득해야 하는 기술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것도 판단력과 이야기의 구성에 좀 더 중점을 두라는 의미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한꺼번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이들 두 스킬트리를 학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 두가지는 ‘많이 경험하라는 것’과 ‘관련서적을 읽어라’하는 것이다.

직접 하라 그리고 보라

뻔한 결론 같지만 자신이 직접 작성하고 발표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은 필수적이다.  책에서 본 내용은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가물가물해 지는 법이다.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 모두 마찬가지이다. 많은 경험은 문서작성에 있어 ‘스피드’를 가져다 주고 프레젠테이션에 있어서는 ‘여유’를 준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무수히 경험하길 바란다. 분명 그 과정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프로 바둑기사가 자신의 대국을 복기하는 것 처럼 성공했든 실패했든 자신의 문서와 발표내용을 복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음번엔 다른 시도를 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모든 경험들은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키는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가 ‘파워포인트 블루스’를 연재하고 이것을 다시 책으로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무수한 실패와 반성이 뒤따랐기 때문이었다. 가장 최근의 작업에서도(1주일도 안되었다) 나는 실패를 경험했었다. 한두사람의 얘기만 듣고 보고서의 방향 자체를 잘못 잡았던 것이었다. 지금까지 연재를 통해 누누히 강조해 왔던 ‘주문을 제대로 받아라’란 부분을 또 다시 간과하고 말았던 것인데, 이 때문에 한달가까이 작업한 내용이 거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에게 보고서를 주문했던 상사에게 ‘제대로 주제를 전달하지 못한데 대한’불만을 표출하고 말았을 수도 있었다.  아마 매번 그런식이었으면 발전도 없었으리라.  그러나 보고서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지 않고 착수한 데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늦게나마 보고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과 다시 얘기를 하고나니 이번에는 더 나아질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다.
많은 경험을 갖는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찾는 것이야 말로 발전의 지름길이란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자신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남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좋은작품은 좋은 작품대로, 나쁜 작품은 나쁜 작품대로 영감을 제공한다. 아마 나쁜 작품들은 이미 자신이 속한 회사나 조직내에서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염두해 가면서 동료들의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품평해보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고수들의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면 아래의 두 사이트를 주목하길 바란다.

SlideShare : www.slideshare.net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Share는 문자 그대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모두와 공유하는 소셜 네트웍 서비스이다. 국내 이용자들의 문서도 많다. 여기에 공유된 모든 슬라이드들이 Best Practice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이디어가 고갈된 기획자들에게는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자원의 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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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 www.t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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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로 이 분야에 대해 널리 알려질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들을 연사들이 나와 발표하는 형태의 소셜미디어이다. 엘 고어 전미국 부통령이나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론,  유명한 프리젠터인 세스고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연설과 프레젠테이션을 접할 수 있다.
SlideShare가 슬라이드만을 보여주는 정적인 공유라면 TED는 연사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생동감있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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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막이 있는 강연도 많다. TED에서 강연하는 세스고딘의 모습

위의 두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전문가들의 슬라이드와 강연을 보는 것 외에도 직접 여러 전문가들의 강연을 직접 보러다니는 것도 좋다. 집에서 듣는 음악과 라이브 공연의 느낌이 같지 않듯, 직접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보는 생동감은 온라인으로 만나는 슬라이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국내 사이트인 세미나 메신저(www.seminarmessenger.com)는 이러한 기회를 (거의)무료로 제공하는서비스이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보통 평일 밤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므로 한번쯤 시간을 내어 부담없이 참석해볼 만 하다.

문서작성과 프레젠테이션 서적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그리고 이와 비슷한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능숙하게 숙달하는 것은 문서작성의 필요조건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부류의 서적들이 있다. ‘따라하기’, ‘기능사전’, ‘디자인’이다.
‘따라하기’ 서적들은 말 그대로 몇가지 문서 예제를 자세한 설명에 따라 작성하면서 전반적인 기능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완전 초보자들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파워포인트 문서작성의 핵심은 도형, 텍스트, 표 기능을 능숙하게 다룸과 동시에 이들 요소를 슬라이드내에서 빠르게 배치,정렬하는 것이다. ‘따라하기’ 책을 고르는 요령은 제시된 예제가 이러한 핵심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다.
두번째 종류는 ‘기능사전’ 책인데 이러한 책들은 문서작성시 막히는 대목에서 사전처럼 찾아보면 유용하다. ‘기능사전’타입의 책은 목차가 도형, 텍스트, 표, 챠트 등 기능별로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다.

위의 두가지 타입의 책들은 파워포인트에 입문하고 몇 개월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보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기능을 익히느라 쩔쩔매지만 한번 익히고 직접 실무에서 문서를 몇번 작성하게 되면  책보다는 온라인 도움말을 더 자주 찾게 된다.
초보자 단계를 벗어나 파워포인트의 기능들이 익숙해 질 무렵이면 좀 더 고차원적인 부분에 대해 욕구가 생기는데 이 때 가장 많이 탐독할만한 서적이 ‘디자인’서적이다.  이들 책은 매우 유용한 팁들이 가득하지만 또한 대부분이 ‘모양새’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 연재에서도 계속 언급하였지만 ‘모양새’만 예쁘게 만드는 디자인과 내용을 살리는 시각화, 디자인은 엄밀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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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면에서 Slide:ology(한빛미디어, 2010,넨시 두아르떼)와 같은 책은 차별적이다. 다른 슬라이드 디자인 서적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 등장하는 슬라이드들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엘레강스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책이 특별한 것은 그러한 디자인에는 모두 이유가 있으며 그것이 이전에 비해 얼마나 더 설득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슬라이드 작성에 대한 또하나의 개념서, 사상서라 할만 하다.
(이와 함께 여전히 ‘프리젠테이션 젠’을 추천한다. 이 책은 이전에 자주 다뤘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이상 문서작성에 대한 세가지 종류의 책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다.

프레젠테이션 스킬셋의 초점은 슬라이드 작성을 제외한 ‘발표’이다.  청중들에게 말하는 방법, 시연하는 방법, 매너, 준비해야하고 사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한 내용말이다. 물론 이 분야에도 전문서적들이 많다. 그리고 각각의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모두 옳다. 그러나 대부분이 단편적인 ‘프레젠테이션 팁 모음집’인 경우가 많고 프레젠테이션 사상을 확실히 정립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부분에 대해서는 책은 많음에도 특정한 책을 추천하기 주저하게 된다.

기획자의 4가지 Skill-Tree : 에필로그

6-7년전쯤 우리회사의 주간회의 시간이었다. 일전에 내가 많은 노력을 들이고도 실패했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다른팀의 A팀장이 발표를 하게 되었다. 조직/업무 개편을 통해 그 업무가 다른팀으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 발표를 바라보면서 나는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발표를 했을 때 나는 슬라이드 작성과 발표에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 결국은 경영진을 설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A팀장이 앞으로 나가 슬라이드 첫페이지를 열었을 때, 나는 속으로 웃고 말았었다. 슬라이드가 내 기준으로는 너무 조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A팀장은 말주변도 없었다. 더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이전에 내가 발표했던 내용과 결론도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실패를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보고서는 15분만에 통과되었고 별다른 논란이 일지도 않았다.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아마 그날 이후로 나는 내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A팀장의 보고서를 다시 들춰보면서 비록 작성은 서툴지언정 논리와 결론, 근거만큼은 명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고 앞으로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 명확해 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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