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보기

내가 볼프강 페터슨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게  대학 1학년인걸로  기억한다.  

집에서 약 15분을 걸어가면 삼류 극장이 있었는데   이때 나는 혼자 영화 보기를 즐겼었다.

그래서 주말 낮이나 저녁때면 혼자 슬리퍼를 끌고 반바지에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몇푼의 돈과 담배를 들고 집을 나서곤 했다.

빠르면 1주일 늦어도 2주마다 프로그램이 바뀌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일 극장을 찾았다.    그러다보니 극장직원들 대부분과도 안면이 있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란게 없었기 때문에 극장 프로그램은 동네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참조하거나 전화를 걸어 물어보곤 했다.

늦더위가 막바지였던 토요일 어느날 저녁때 집을 나섰다.  그때 프로그램이 바로 Das Boot (한국에서는 특전U보트)였다.

3류극장에 걸리기에는 무거운 영화라 손님이 없었다.  물론 동시상영이라서 다른 영화 한편도 있었지만 무엇인지 기억은 안난다.   Das Boot가 두번째 영화였는데 첫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가 결국 나밖에 남지 않은걸 알게되었다.

그런 기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극장 주인아줌마가 들어와서 나 혼자인것을 확인하고 영사실의 아저씨도 나한테 볼거냐고 물어본 다음에 군말 없이 영화를 그냥 상영하기로 했다.  내가 돌아서는 극장 주인 아줌마에게 한마디 던졌다.  

“저어 담배피면서 봐도 되요?” -> 이런 당돌한 질문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네 그렇게 하세요”

난 콜라를 홀짝이며 담배를 피우면서 혼자 이 영화를 봤다.

이런 경험은 특별해서 영화까지도 내게는 특별하게 기억에 남게 되었다.

볼프강 페터슨의 광기

이 영화를 본지 10년후에야 이 영화에 대한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봤다.   난 이 영화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때가 1981년이었다.  스타워즈가 특수효과를 처음 세상에 자랑한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였던 시점이란 말이다.

Das Boot는 정말 지극히 사실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감독이 말하려고 했던 ‘전쟁 그자체’에 대한 스토리는 관객이 같이 체험하는 것 만큼 사실적이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기 마련인데 그런면에서는 확실히 최고점수를 주고싶다.  게다가 배우들의 그 연기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수염이 점점 덮수룩해지는 부분들까지 신경을 썼다더라.  

이 즈음에서  감독의 광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느 감독이든 자신의 번득이는 광기를 담은 영화들이 있다.   자기가 모든 스탭의 만류를 물리치고라도

꼭 해내고싶은 장면, 느낌, 화면의 분위기 말이다.   이 영화가 그랬다.

이런 타입의 영화는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샤이어인이 갖는 집중력과 편집증, 지옥같은 강행군,

파김치가 되는 스탭, 그리고 그 뒤에서 조용하지만 섬뜩한 광채를 발하고있는 감독의 눈이 있다.

대부 1,2와 지옥의 묵시록에서 보여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광기도 이와 비슷한 종류였고

빌리 엘리어트를 감독한 스티븐 달드리도 유쾌하지만 타협할 수 없는 광기를 보여줬었다.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허무하기까지 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 감독의 차기작이 과연 무엇일까가

가장 굼금해졌다.  페터슨은 이 영화가 두번째였지만 실질적인 메이저 무대의 데뷔작이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내 기대가 산산히 깨지기 시작했는데 이미 내가 영화를 본 시점에서 그는 이미 헐리우드로 진출하여 네버앤딩 스토리와 에너미 마인드란 그저그런 영화의 감독과 제작에 참여했고  그 후에도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블록 버스터들을 기획하거나 감독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포세이돈과 트로이를 감독했다.

Das Boot때처럼 그의 광기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

그의 사실적인 효과(특히 바다와 물을 이용하는 능력)는 아직도 탁월하지만

지금 그에게서 남은것은 딱 그것 뿐인것 같다.

그리고 광기는 사라졌다…

Das Boot가 남긴것…

1.영화음악

첫번째로 영화음악….좋은영화엔 언제나 그 영화에 어울리는(어울린다는게 중요하다) 좋은음악이 존재한다

이 사운드트랙을 구하려고 정말  오래 돌아다녔다.     이 영화의 분위기에 정말 어울린다…

영화음악은 Klaus Doldinger가 맡았다

-> Main Theme : Titel

->U96

두곡 다 어디선가 듣던 곡일거다

2. 책: 칼 되니츠의 자서전 10년20일

이 영화를 본 후에 사서 읽은 책이다.

갈 되니츠 제독은 U보트 부대를 일으키고 지휘했던 최고책임자이며 히틀러 자살이후 국가원수 대리가 되어 항복문서에 서명한 장본인이다.

U보트 함장들의 잠수함전 회고록이 많지만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것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할 정도이고 기준서라 할만하다.

그 유명한 늑데떼전술(Wolf-pack), 스키퍼 플로우에서의 모험,  지브롤터 해협의 중요성, 영국해군의 막강함 등 우리가 2차대전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물론 칼 되니츠의 변명도 많지만 말이다.

3. 잠수함영화의 고전

지금까지 잠수함 영화는 많았다.  붉은10월, 크림슨 타이드, U-571 등등…

단언컨데 이 모든 영화들이 Das Boot를 따라오려면 멀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이 영화야 말로 정말 해전영화의 백미라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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