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것 같은 결과
09-10 챔스리그 8강 2차전 맨유 vs 뮌헨
(3:2 맨유승 but 합계 4:4 뮌헨 원정다득점으로 4강진출, 올드트래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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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감의 선발라인업 예측은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과 같다. 절레절레~


너구리 영감의 기만전술, 모두가 속다

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스타팅 라인업이 이정도 일줄은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일단 박지성이 명단에서 완전히 빠진부분에 대해서는 엄청 섭섭하더군요. 네빌에 대해 연막전술을 펴더니 결국은 네빌보다 빠른 하파엘을 오른쪽 윙백에 세워 리베리를 견제하도록 했습니다. 하파엘의 등장은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루니가 등장한것, 지성이 빠진것, 깁슨이 선발출장한것은 정말 의외였죠. 루니가 등장하면서 예상된 베르바토프 중심의 라인업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뮌헨도 초반에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틈을 이용해 깁슨이 5분도 안되어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너구리같은 퍼거슨 영감의 연막 라인업이 그대로 적중하는 순간이었죠. 저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습니다.  이후 나니의 연속골로 3:0까지 앞서 나가게 되자 뮌헨은 그대로 침몰할것만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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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루니아냐 ? (부글부글) 퍼거슨 이 영감탱이~ 대표팀을 아예 물로 보는구먼

루니가 선발라인업에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한 카펠로 감독의 모습이 어땠을지도 충분히 상상이 됩니다. 월드컵이 두달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대표팀의 주포인 루니를 부상중에도 기용한 퍼거슨 감독에게 욕설을 퍼부을만 했거든요.  게다가 루니는 전반전에 또 다시 발목을 접질리면서 절룩거리기 까지 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루니의 컨디션에 문제가 된다면 퍼거슨 감독이 두고두고 욕먹을 만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지난 1차전과 달리 맨유는 전반 시작과 동시에 최전방부터 강력하게 압박을 펼치면서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을 꿈도 꾸지 못하게 했고 에브라는 로벤을, 하파엘은 리베리를 효과적으로 압박하면서 슈바인슈타이거까지 최종 수비라인 가까이로 몰아냈습니다.  깁슨에게 중앙돌파를 당해 중거리슛으로 한방을 먹은 뮌헨은 이후 양쪽 풀백까지 중앙근처의 수비로 모여들면서 양측면을 소홀하게 놔두었으며 잠시후 필림 람이 비워둔 오른쪽에서 나니가 자유롭게 슛을 할 수 있도록 놔둔것을 후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3:0까지는 완벽하게 몰아붙였죠. 거기엔 퍼거슨 감독의 능글맞은 선발 라인업도 한몫을 한것 같았습니다. 뮌헨이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세골이나 몰아쳤으니까요.

어제 바르샤가 보여줬던 6백회에 이르는 자로잰듯한 단거리 패싱게임과 점유율도 아름다웠지만 맨유가 전반 중반까지 보여줬던 2-3회에 걸친 간결한 패스로 골문에 이르는 과정 역시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맨유가 어제의 바르샤와 달랐던 점은 ‘압박의 지속’이란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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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기둥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기둥, 루니의 발목


바르샤는 1차전에서 2:0이 되자 압박을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무승부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어제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3:1인 순간에도 압박을 결코 늦추지 않았고 결국 추가골 까지 만들어내면서 아스날을 완전히 궁지로 몰아넣은 바 있었습니다.
퍼거슨 역시 선수들을 다그쳐야 했습니다. 적어도 전반전이 끝날때까지 추격골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죠. 단 한경기로 끝나는 단판승부에서의 3:0과 홈&어웨이로 펼쳐지는 시리즈에서의 3:0은 그 의미가 확연히 다르니까 말입니다.

3:0이라는 여유있는 스코어는 올리치의 집념의 추격골이 터지자 살얼음같은 스코어로 급격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사실 전반전이 끝나기 까지 맨유에게는 추가적으로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반데 사르의 선방으로 버텨냈죠.

오~ 하파엘이여~~

후반전들어서 뮌헨은 점유율을 높여가며 맨유를 공략했지만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여덟명이 단단하게 잠그고 있는 맨유를 쉽사리 공략할 수 없어 왼쪽,오른쪽으로 볼을 돌려보기만 했을 뿐입니다. 리베리와 로벤은 여전히 하파엘과 에브라에게 묶여 있었죠.
그러나 전반전에 경고를 한장 받아들었던 하파엘이 다시한번 경고를 받아 퇴장하면서 무게의 추는 뮌헨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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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당하는 하파엘, 이 친구 이날 잠도 못잤을것 같은데 ?


퍼거슨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하파엘의 자리에 플레쳐를 이동시켜 대응하게 했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미드필드가 엷어짐을 뜻했습니다.  뮌헨은 그동안 잠잠했던 필립 람이 오버래핑에 가담하기 시작했고 로벤과 리베리라인의 마크가 엷어지며 반 봄멜과 슈바인 슈타이거에게까지 중거리슛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존 오셔를 루니와 교체하면서 플레처를 다시 미들진으로 끌어올리고 오셔를 오른쪽 풀백으로 위치시킵니다.  그와 동시에 지쳐있는 캐릭을 긱스로 교체하죠.
그러면서 다시금 수비진이 안정됩니다. 한동안은 말이죠.
이제부터는 뮌헨이 맨유의 단단한 수비를 어떻게 깨트릴것인가에 대한 공성전 성격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퍼거슨으로서는 걸어잠그는 것 밖에 대안이 없었죠. 뮌헨의 고지식한 공격은 10명뿐인 맨유의 수비진을 뚫어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뮌헨에서 이 상황을 타개할 사람은 리베리와 로벤밖에 없었죠. 딱 필요한 순간에 바로 그 기회가 찾아왔고 로벤은 Game Changer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오는 크로스를 그림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반데사르도 손쓸수 없게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박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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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 언제나 나이에 걸맞지 않은 30대후반의 모습을 보여주는 로벤~

이걸로 사실상 경기는 끝났죠. 맨유는 뒤늦게 베르바토프까지 들여보내지만 한명이 모자란 팀을 상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한 뮌헨을 막아낼 수 없었습니다. 뮌헨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맨유의 힘을 서서히 고갈시켰습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뮌헨은 피오렌티나를 2:1로 이기고 2차전에서 로벤의 극적인 골로 3:2로 패배했음에도 원정 다득점으로 8강에 진출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면서 맨유를 탈락시켰습니다. 이번에도 상대팀을 울린건 로벤이었죠.

맨유는 지난주말 첼시와의 일전에서 패배하여 리그 우승이 가물가물해 짐과 동시에 챔스리그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당하며 최근 몇년사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또다른 8강전에서는 예상대로 리옹이 보르도를 누르고 4강에 올라가게 되었죠. 리옹과 뮌헨의 4강전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한판이 되겠습니다. 만약 반대편에서 무링요가 바르샤를 저지해 내지 못한다면 이쪽에서는 뮌헨보다 리옹이 바르샤의 상대로 어울릴 것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프랑스 리스의 경기를 보면  재미가 없는게 사실인데요. 워낙에 미드필드진에서 서로 아웅다웅 싸우고 빼앗고 뺏기고 하다가 침투와 패스 한두번으로 골을 넣는 과정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신기하게도 평소에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는 다른 리그의 빅팀들도 프랑스 리그의 팀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재미없는 미드필드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더란 겁니다.
몇년전의 기억을 상기해보자면 맨유가 릴을 만나서 고전했던 것이나 레알마드리드가 리옹만 만나서 이상하게 게임이 말려서 패배하는 것을 보더라도 과르디올라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패싱을 저지해낼 수 있는 것은 반갈감독의 뮌헨보다는 사냥개를 여러마리 보유한 듯한 리옹의 거칠고 저돌적인 팀색깔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쨋든 EPL팀은 맨유를 마지막으로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유럽전체를 계속 석권할것 같었던 그 EPL이 말이죠. 오늘의 패인은 단연 하파엘의 퇴장입니다. 리베리를 그렇게 잘 막아 놓고도 자신의 템퍼조절에 실패한 하파엘이 보기 안타깝습니다.  과연 맨유가 올시즌 우승할 수 있을까요 ?
주말엔 잔뜩 도사리고 있는 토트넘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오늘 박지성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공수에 있어서 다양하게 써먹을 카드였는데 명단에서도 제외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결과론적으로 경기를 망쳤기에 더더욱 그렇죠.  나니는 자신의 챔스리그 통산 3골중 두골을 이날 터뜨렸음에도 불구, 팀의 탈락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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