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두마리 토끼를 욕심내다 일을 그르치다.
09-10 챔스리그 8강전 1차전, 맨유:뮌헨, 2:1 뮌헨승(알리안츠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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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분만에 첫골을 잡아낸 루니

맨유는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가장 중요한 세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뮌헨과의 챔스리그 8강전과 이번 주말 첼시와의 사실상의 리그 우승결정전, 그리고 다음주 중반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뮌헨과 8강 2차전을 치르게 되어 있죠.  퍼거슨으로서는 어떤 경기도 놓치고 싶지 않을겁니다.

오늘 열린 8강 1차전은 뮌헨이 홈에서 열리는 경기이니 만큼 최소한 골을 기록하고 비기기만 해도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퍼거슨 영감은 생긴거 답지 않게 너무 영악한 나머지 어제 공식 기자회견에 박지성을 데리고 나왔음에도 불구, 저는 박지성이 스타팅 명단에 포함된다는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막상 경기직전 선발명단을 보고나니 안심이 되더군요. 맨유의 스타팅 라인업은 포백에 네빌-퍼디난드-비디치-에브라, 미들에 플레처-스콜스-캐릭, 전방 좌우에 박지성-나니, 루니의 원톱 체제였습니다.
라인업을 보자마자 4:3:3보다는 4:5:1에 가까운 수비전술을 구사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박지성은 언론이나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리베리 대신 필립 람과 알틴탑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로벤이 출장하지 못할거라는 보도는 연막전술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만 스타팅명단에도 없었고 관중석에서 구경하고 있더군요. (진짜 부상이었던 거죠)
그렇지 않았다면 박지성은 로벤-람의 공격라인을 에브라와 같이 막아내는 형태였을 겁니다. 퍼거슨 노인네가 끝까지 로벤이 출장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박지성을 왼쪽으로 집어넣었고 막상 뚜껑을 열자 로벤이 출전하지 않아 김이 좀 빠졌을 겁니다. 박지성의 임무는 좀 더 수월해 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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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벤은 관중석, 고메즈와 클로제는 벤치로 게임을 시작했다.

경기는 맨유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나 수월하게 풀려나갔습니다. 킥오프 직후 얻어낸 프리킥에서 루니를 전담마크하던 데미첼리스가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루니에게 단독찬스가 왔고 루니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해 버린거죠.  뮌헨은 공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일단 첫골을 헌납하면서 시작한 겁니다. 
원정팀이 득점을 올렸으니 그것만으로도 목표의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경기 시작후 2분이니 처음부터라고 해야할듯) 맨유는 수비모드를 공고히 합니다. 뮌헨은 전반 20분까지 오른쪽의 알틴탑과 람으로부터 공격을 풀어가려고 무진장 애를 썼지만 수비라인을 한걸음 뒤로 물린 맨유의 완강한 수비라인에 더 이상 공을 페널티박스 쪽으로 투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점유율은 뮌헨이 높여갔지만 완전히 맨유의 페이스였죠. 다른길을 모색하던 뮌헨은 공격의 물꼬를 왼쪽으로 틀어봅니다. 거기엔 프랑크 리베리가 기다리고 있었죠. 수비는 나니-네빌라인이 맡고 있었습니다. 경기초반 나니는 공격성향이 짙었던 반면 반대쪽의 박지성은 조심스럽게 하프라인 아래에서 수비에 열중하고 있었죠. 따라서 리베리는 네빌의 몫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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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빌은 이날 리베리에 엄청 고전했다.


그러나 네빌은 리베리의 빠른 발과 순발력에 몇번이나 돌파당하며 불안감을 노출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뮌헨은 왼쪽공략에 신경을 쓰기 시작합니다. 중앙엔 반 봄멜과 뮐러, 올리치 등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맨유의 미들진과 중앙수비진에 눌려있었죠. 결국 리베리가 몇번의 돌파로 찬스를 잡아나가기 시작하고 결정적인 슈팅을 여러번 날렸지만 반 데 사르의 놀라운 선방으로 뭰헨의 공세를 번번히 막아냅니다.
(반 데 사르는 언제봐도 참 안정감있는 골키퍼입니다. 방어후 후속동작과 볼 키핑 능력은 정말 대단하죠)
초반에 실수를 범해 골을 헌납했던 데미 첼리스는 자신의 포지션을 망각(?)하고 거의 수비형 미드필더이다 시피 하프라인을 번번히 넘어왔습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의 데미첼리스는 초반의 실수를 제외한다면 루니를 대단히 잘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골대에서 하프라인에 이르기 까지 중앙부분을 완전히 청소를 하고 다니더군요.
결국 전반전은 뮌헨이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퍼거슨 노인네가 의도한 대로 모든게 흘러가고 있었죠.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뮌헨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맨유의 미들과 수비진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골이 터지는 것은 요원해 보였습니다.  루니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무게를 두고 있었죠. 가끔씩 펼쳐지는 루니 한사람만의 역습도 충분히 뮌헨에겐 위협거리가 될만 했습니다.

70분이 다 되어갈 무렵 퍼거슨은 베르바토프와 발렌시아를 준비시키는데 이 선수교체가 많은 축구전문가와 언론에게 질타를 받은 부분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같으면 차라리 약간 불안한 감을 노출하고 있었던 네빌을 하파엘로 교체하고 말았을 텐데요.
아마 퍼거슨의 머리속에는 첼시라는 두번째 토끼가 머리속에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주말에 첼시를 잡기 위해 캐릭과 박지성을 불어들였는데요. 이때부터 박지성의 빈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터져나옵니다.

이 교체로 인해 오른쪽의 나니가 왼쪽으로, 발렌시아가 오른쪽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베르바토프는 루니의 아래쪽에서 쳐진 스트라이커를 담당하고 중앙엔 여전히 스콜스와 플레쳐를 두는 형태였습니다. 이 교체는 즉각적으로 필림 람이 활개를 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을 뿐더러 스콜스-캐릭-플레처로 이어지는 중앙 미들진에 구멍을 내는 결과로 이어져 그때까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반 봄멜까지 살아납니다.
뮌헨의 반갈감독은 맨유의 교체직후 부진하던 뮬러를 불러들이고 고메즈를 전방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는데요.  결국 맨유와 뮌헨의 선수교체로 인해 일어난 일은 그야말로 끔찍했습니다.

리베리는 여전히 왼쪽에서 활개를 치고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드디어 필림 람이 어뢰를 연상케하는 크로스와 돌파를 시작했으며 중앙에서는 반 봄멜이, 전방에서는 올리치와 고메즈가 한꺼번에 맨유 수비진을 뒤흔들면서 이제 경기는 뭰헨의 파상공세앞에 금방이라도 한골을 허용할 것 같은 불안불안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박지성의 교체와 함께 필림 람의 전진을 봉쇄할 의무를 대신 지게 되었던 나니는 람의 전진을 차단해내지 못했고 이는 알틴탑을 막고있던 에브라에게 이중고를 선사했습니다.
나니는 전반전에도 네빌과 함께 리베리를 좀 더 타이트하게 수비를 했어야 했지만 수비의 안정감에서는 확실이 박지성에게 밀리는 감이 있던 데다가 네빌과의 협력수비가 박지성-에브라 콤비만 못했습니다.
반면 후반전에 오른쪽으로 투입된 발렌시아 역시 리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중이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수비도 공격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공없이 서있는때가 많았구말이죠.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리베리를 막는 과정에서 네빌이 골대와 가까운 지점에서 파울을 범했고 리베리는 기어코 맨유의 골문을 가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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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리의 프리킥, 수비수에 굴절되어 골인~


사실 퍼거슨의 교체멤버를 있는 그대로 보자면 공격적인 선수들을 들여보내 추가골로 뮌헨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 교체카드가 수비 불안을 불러와 쐐기골이 아닌 동점골을 허용해버린 격이었죠.  사실 맨유 입장에서는 1:1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여기서라도 확실히 걸어잠글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82분경엔 나니를 빼고 긱스를 집어넣죠. 그리고 의도대로 정말 골을 넣을뻔 합니다. 긱스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비디치가 (정말로)강력한 헤딩슛으로 연결했는데 이것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맙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골대전체가 흔들리더군요)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맨유는 남은 10분간 뮌헨의 총공세를 견뎌내는 모습만 연출했습니다. 많이 뛴 알틴탑 대신 클로제를 투입하죠. 반갈감독이 남아있던 스트라이커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피치위로 내보낸 겁니다. 좌우와 중앙 할것 없이 뮌헨은 반코트게임으로 맨유를 밀어붙였고 그때마다 반데사르가 뮌헨의 의지를 좌절시키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올리치-고메즈-클로제가 좌우를 뛰어다니면서 맨유의 수비진을 거의 붕괴직전까지 끌고갔고 결국 후반전 추가시간에 문전혼전에서 에브라가 빨리 걷어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에 올리치에게 공을 빼앗기고 올리치는 중앙으로 볼을 끌고 들어가 맨유의 중앙수비진이 모두 한쪽으로 쏠려있는 사이에 반데사르와 1:1찬스를 맞이하게 되고 반데사르 역시 이 정도의 찬스에서는 막아낼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곧이어 경기는 종료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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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직전 결승골을 터뜨린 올리치, 그러나 웃통을 벗은죄(?)로 엘로카드를 받는다


참 안타까운 경기였지만 더욱 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것은 종료직전 당한 루니의 발목부상이었습니다. 혼자 걸어나올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죠.  주말의 첼시전과 다음주중의 리턴매치를 앞두고 루니를 잃는다는것은 패배보다도 더한 결과입니다. 루니는 알려진대로 무릎부상을 참으면서 뛰고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첫번째 교체때 박지성이나 캐릭이 아닌 루니를 교체해줬어야 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제가 감독이었더라도 쐐기골의 가능성에 대한 달콤한 유혹을 포기하기 힘들어 결정이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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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몸버리고 경기도 지고... 최악이로군


사실 루니의 부상 못지 않게 맨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올시즌 거의 전경기에서 상대팀의 미들진을 쓸어담고 있는 플레쳐가 부상당하는 일일겁니다.
어쨋든 퍼거슨 감독의 한번의 교체카드가 자칫하면 시즌말미의 1년농사를 모두 말아먹을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주말의 첼시전이 문제입니다. 퍼거슨이 어떤 재주를 피울지가 기대되네요. 첼시는 일찌감치 챔스리그에서 탈락하고 리그에 집중하고 있으니 맨유보다 체력적으로 더욱 유리한 입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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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과 반갈(바이에른 뮌헨) 감독

다음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뮌헨과의 리턴매치도 기대가 됩니다.  2:1패배는 맨유로서 그리 절망적인것이 아닙니다. 홈에서 1:0으로 이기기만 해도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루니가 부상을 당한 점이나 로벤, 슈바인슈타이거가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1차전보다 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뮌헨 역시 리그에서는 맨유와 마찬가지로 우승에 절박합니다. 어쩌면 맨유보다도 더 말입니다. 매번 단골로 우승을 하던 팀이 작년에 우승을 빼앗긴 데다가 올해도 살케04에 승점 2점차로 눌려있으니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욱 클수 밖에요. 게다가 맨유가 주말에 첼시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뮌헨역시 1위팀 살케04와 이번 주말에 숙명적인 맞대결을 펼칠 예정입니다. 이 역시 거의 우승 결정전이라고 봐야겠죠. 게다가 그 다음 주말에는 턱밑까지 추격한 레버쿠젠과의 맞대결이니 반갈 감독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겁니다.

자 이제 글을 정리해 보도록 하죠.
오늘 맨유의 패인은 저도 퍼거슨 노인네의 선수교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박지성은 69분 내내 이전 경기들보다 조용했지만  교체되어 나가자 그 공백을 뼈저리게 느낄만큼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뮌헨과 맨유는 모두 이번주부터 이어지는 3경기가 중요합니다. 두팀 다 두마리의 토끼를 쫓고있죠.  챔스 8강전이 지나가면 아마도 리옹과 상대할 거라 여겨지는데 리옹 역시 만만한 팀은 아니지만 반대편에서 싸우고들 있는 바르샤, 아스날, 인터밀란 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보여지고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으리라 보여집니다. 다음주 올드 트래포드의 경기는 양팀 다 살케04, 첼시를 상대한 뒤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맞붙는 경기라 체력적인 부담이 많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루니를 잃었음에도 불구, 맨유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역시 초반 선제골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생각되고 비겨도 되는 입장의 뮌헨은 기본적으로 선 수비후 역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쨋든, 재미있겠네요~
 
★ 위에서 사용한 모든 사진의 출처 : Sky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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