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요즘의 IT관련 기사들

By | 2010-02-09

Splinternet, 무개념 기사와 무개념 인용

며칠전 뉴스를 보다가 이데일리에서 ‘웹 호환의 시대 저물다…쪼개진 사이버 세상‘이라는 기사를 읽게되었습니다. 부제로 ‘스마트폰-아이패드 인터넷에 칸막이를 치다’가 붙어있기에 뭔 내용인가 했습니다.  읽어보니 제 느낌엔 기사를 쓴 기자양반도 그 실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인용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내용인 즉슨 아이패드나 아이폰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기기들이 출현하면서 자신들만의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 예전 PC통신 시절과 같이 자신들만의 플랫폼내에 컨텐츠를 가두어 놓고 사용자들에게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고 개발업체 역시 여러플랫폼을 지원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는 웹브라우저 하나면 모든 곳에 접근할 수 있었던 ‘통일된 웹의 황금기시절’에 반하는 쪼개진 인터넷인 Splinternet, 즉 Split – Internet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논리였고, 그 중심에 아이폰, 아이패드, 트위터, 킨들같은 기기와 서비스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기사의 몇구절을 볼까요 ?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명성을 얻은 트위터를 아이폰에서 구동하기 위해선 트위티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야만 한다. 구글의 G메일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드로이드`폰에서만 작동되고…

아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아이폰에서 트위터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은 꼭 트위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트위터 앱은 많고 웹으로 접근해도 되니까요. 마찬가지로 드로이드의 G메일 앱은 안드로이드폰에서만 작동됩니다. 지메일을 사용하기 위해서 안드로이드의 지메일 앱만 사용해야 하는건 아니죠. 당연한 사실을 문제점 처럼 말하고 있으니 뭐가 문제일까요 ?
네, 이 기자양반이 기사를 인용할 때 그 안의 숨은 뜻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인용한겁니다.  IT전반에 대한 지식의 체계나 깊은 안목이 거의 없었던 거죠. 따라서 Splinternet에  대한 어떠한 품평도 감히 할 수 없었고 이를 옮기는 과정에서 조차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니 이 기사 전체를 신뢰할 수는 없겠죠. 이 분야에 대해서 전혀 안목이 없는 사람이 쓴것이 확실하니까요.

이렇게 기사 곳곳에 좀 어색한 부분이 있어 아무래도 어느 기사를 그대로 베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사내용을 가지고 찾아봤더니 CNN Money 기사를 인용한 것이더군요. 원 CNN의 기사는 ‘End of the WEB as we know it, thanks to iPad and others‘ 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 역시  포레스터 리서치의 분석가인 Josh Bernof의 블로그에서 ‘The Splinternet means the ends of the Web’s Golden age‘ 를 상당부분 참조해서 씌여진것 같습니다.

CNN 기사를 쓴 기자 역시 이데일리 기자보다는 낫지만 WEB, App, 플랫폼등이 가지는 상호작용의 의미를 거의 모른채 썼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눈으로 보이는 웹의 수면아래가 얼마나 격하게 변해왔는지도 잘 모르는것 같았습니다.
 
이를테면 예전엔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가 나오면 누구나 모두 브라우저를 통해 이 서비스를 이용했었습니다. 더 생각할 여지가 없이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데스크탑, 모바일에 따라 화면 크기, 오양도 제각각이고, 전용앱도 플랫폼에 따라 다양하게 나와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더 심화되어가고 있고 업체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는 거죠.
여기에 결국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얘기도 나옵니다. 어디서나 간단하게 볼 수 있는 플래시를 왜 차단해서 장벽을 쌓으려고 하느냐는 겁니다.  아이폰 앱을 만드는 개발사의 경우 자신들의 앱을 아이폰 OS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포팅시키는데 추가적인 노력과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너무 다양한 플랫폼에 일일히 대응하기란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이어서 결국 가장 유력한 플랫폼 하나를 택하여 주력하게 될 것이고 이들 연합이 각각의 장벽으로 갈라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나마 포레스터의 조쉬 버노프란 양반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마저도 모든 대중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논리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 양반이 웹의 표준같이 예시로 제시하는 플래시만 하더라도 웹표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표준이 되려면 모든 브라우저에서 플러그인 형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원했어야 할겁니다. 다만 플래시는 표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기본적으로 설치하는 플러그 인이긴 하죠. 애플이 플래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비난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플래시 뿐만 아니라 MS의 실버라이트 등 비슷한 체계를 모조리 수용할 수 있어야 할겁니다.
게다가 이 양반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은 웹의 형태가 모바일, 데스크탑이 달라 사용자들이 똑같은 모양의 홈페이지를 보지 못하게 되었고 개발자들 역시 이때문에 고생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양반이 웹의 황금기라 부르는 지난 15년 동안에도 사용자들에게 보이지만 않았을 뿐 개발자들은 여러가지 다른 브라우저를 지원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다른 브라우저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서죠.
이양반이 원하는 세상은 전세계 데스크탑과 모바일이 단 한개의 OS로 통일된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Slinternet이란 용어를 유행시키고 싶은 모양인데 (포레스터의 분석가니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기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아직은 형편 없군요.
CNN사이트에 가보면 많은 네티즌들이 바로 그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애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몇몇 네티즌들은 기사내용에 동조하면서 애플의 독선을 지적하고 있구요.  결국 이 Splinternet이란 이론을 설명하는데 가장 좋은 예제로 사용되는 것은 애플입니다. 윈도우천하였던 데스크탑과 모바일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애플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일 뿐 다른 군소 플랫폼 역시 소위 말하는 스플린터넷의 ‘용의자’들입니다.

자~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보죠. 요즘 IT관련 기사들을 보면 정말 그 무식함과 편협한 생각, 아니 아무 생각없는 기사내용에 어이가 없을때가 많습니다. 냉정하고 시니컬하게 의미를 해석해주고 공룡들의 만행을 되려 지적해내는 용기있는 기사들은 드물더군요.
이 기자양반이 지금까지 쓴 기사들을 주욱 보니 IT전문 기자가 아니라 경제부분을 주로 다루던 분이더군요.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IT이야기로 넘쳐나는 이때에 IT와 관련된 기사를 쓰지 않을수는 없겠죠. 그러나 기사 내용은 웬만한 블로그보다 못하다는 겁니다. 이건 ‘아님 말고’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저와 같이 IT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야 내용의 허접성을 웬만큼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은 판단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정말 걱정스런 요즘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기사들이 걱정이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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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걱정되는 요즘의 IT관련 기사들

  1. hyeonseop

    이런기사나..한국에서도 스티브잡스 같은 인물을 키우겠다고 말만 하는 기사나..무조건 아이폰은 적이다는 식으로 몰아가는거나..참. 어이상실의 시대인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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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OODgle

    기자는 만물박사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탓에 늘 함량 미달의 기사를 쓸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사실 지식보다는 인식과 개념의 부족탓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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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r.Park

    어제 MS 파트너 컨퍼런스 2010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의 화두 중 하나가 Outlook도 전화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MS는 그런 부분에서 도마에 오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네요.
    휴대폰으로 구현된 것은 문제가 되고 S/W로 구현이된 사례는 훨씬 많은텐데 말이죠…
    만약 Netbook이나 PDA 등과 Egg의 조합역시도 그렇게 이야기 할 것인지?

    제가 포스팅한 내용 중에 TED의 “멋진 휴대폰 ‘서비스’들”을 보고 라는
    (http://erp4u.tistory.com/68) 그들만의 수도꼭지를 이용해서 수도물을 받아 먹어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 심히 퇴행성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히는 안 읽어봤지만 염통이 뽐뿌질해서 터질것만 같은 인사들이 몇 있네요…

    Egg의 wibro든, 3g든, wifi든 우리가 공짜로 쓰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반기술은 다만들어 놓고는 … 저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물타기를 하겠다는 것 …. 참 ….

    어디에나 기득권이 있고 미친척해주는 사람이 있는 한은 인류의 퇴행적인 뒷걸음질은 계속 될 것 입니다.

    트랙백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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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emitrio

    네~ 뭐 기자가 만물박사일 수는 없죠. 예전에 비해 네티즌들의 지식수준이 많이 높아져버려서 상대적으로 기자분들이 반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파워유저들 무서워서 글도 대강 써대지 못하겠죠? ㅎㅎ

    수년전 그룹차원에서 인터넷 전화를 검토하면서 그 많은 자료들을 읽고 예상되는 것이 있더군요. ‘이제 앞으로 통신사들은 난리가 나겠구나…’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구요. 영토를 지키려는 자와 권리를 찾으려는 네티즌간에 전쟁이 발발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4년이 지난지금 이제 슬슬 달아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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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rimeboy

    기자가 만물박사일수는 없으나 적어도 자신이 기사를 쓰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써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가장 기본이 사실전달인데 사실전달 부터가 안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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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네~ 제말이 그겁니다. 그러나 요즘 새로나오는 것도 너무나 많고 기자나 일반인이나 동일선상에 서있으니 제가 기자라도 참 어렵긴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해는 해도 요즘 기사들은 좀 너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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