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보고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By | 2010-02-08
파워포인트 블루스 워크샵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시간까지 기획자의 4가지 스킬중 가장 비중이 높은 두가지인 분석과 판단, 이야기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오늘은 ‘이야기 구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가상의 예제를 들어 설명하기로 하겠다. 앞으로 가상의 예제를 통해 실제 문서작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설명을 자주하려고 하는데 이런 형식을 ‘파워포인트 블루스 워크샵’이라 부르기로 하겠다. 오늘은 그 첫번째 예제로 설득력 있는 보고서 내용을 구성하는 세가지 방법에 대한 것이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소재의 선정에 애를 먹겠지만 지금까지 설명했던 이론의 적용에 있어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보고서 성공의 기준

보고서에도 성공의 기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작성한 내용이 100% 옳다고 확신을 했음에도 결국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에서 채택되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했었고 결국 내 보고서의 내용이 옳았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지게 되면 그것을 채택하지 않은 경영진들을 안주삼아 뒷담화를 일삼게 된다. 그럼 나중에 옳은 것으로 밝혀졌던 내 보고서는 성공한 보고서 였나?
5년쯤 전만 하더라도 난 그것을 ‘성공한 보고서’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올리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결국 성공한 보고서가 되려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설득해 낸 보고서라야 비로소 ‘성공했다’라고 부르게 되었다.
수고한 담당자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사람들을 설득해내지 못하면  내용이 100%로 타당한 것이어도 성공한 보고서가 아니다.  이 점을 납득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자세는 내일부터 달라질 것이다. 전문적인 내용을 경영진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꾼다던가, 복잡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온갖 시나리오를 다 짜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의 진정한 묘미이다.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보고서라도 그 설득하는 기술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의 결과는 명확하게 달라진다.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해 오늘 경험적인 예제를 하나 들어 설명하기로 하겠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어느 쇼핑몰의 마케팅/CRM 분석 담당자에 대한 것이다.

A쇼핑몰의 고객지표 수립 기획

A쇼핑몰은 최근 지속적인 매출부진과 프로모션 실패로 위기를 느끼고 외부에서 마케팅/CRM 전문가인 홍과장을 영입하여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기회를 만들기 위한 임무를 그에게 맡기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 회의에서 마케팅담당 상무는 새로 영입한 마케팅전문가에게 총체적인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줄 것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수립할 것을 일임했다.
새로온 마케팅 전문가 홍과장은 영업부장이 얘기한 최근의 프로모션 실패와 카탈로그 반응률 저하에 대해 분석한 결과 1차적인 원인으로 타겟고객 선정에 문제가 있었고 기존의 단골고객들이 이탈하고 있는 징후를 발견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회사가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 즉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Customer Insight)가 현저히 떨어져 우수고객에 대한 정의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었다.
홍과장은 최근 일련의 마케팅정책 실패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방안 보다는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높이는 근본문제에 대한 처방을 보고서의 결론으로 제시하기로 결심하였다.
1단계로는 우수고객과 특성을 파악 할 수 있는 지표체계를 만들어 대 고객정책을 확립하고 2단계로 각 고객집단에 대해 그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와 프로모션 체계를 개발하여 타겟팅효과를 높인다는 방안이다.

보고서의 기본구성

홍과장이 생각하기에 보고서는 최근의 마케팅활동에 대한 결과를 살펴보고 부진한 원인을 찾아내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간단한 구조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는 기업 보고서의 전형적인 패턴중 하나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 기업내 보고서 였다면 분량이 이보다는 조금 더 많았을런지도 모른다. 예제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보고서의 흐름에 포인트를 주고자 하는 것이므로 간략하게 축소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 0 : 표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 #1 : 현상
지난 12월의 마케팅 활동 중 영업부에서 이슈로 제기한 카탈로그 발송과 쇼핑몰의 쿠폰프로모션 진행경과에 대해서 그 결과를 요약하였다. 최근 6개월간의 동일 프로모션 결과들과 비교했다. 현상에 대한 얘기이므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 판단은 철저하게 배제된 냉정한 사실표현에만 집중했다. (여기에서부터 보고서를 작성한 기획자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면 곤란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 #2 : 원인
두가지 마케팅 활동에 대해 각각 두가지씩의 부진원인을 제시하였고 그에 대한 설명을 달았다. 결국 이러한 1차적인 부진의 원인은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다음 슬라이드인 ‘대책’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미리 예고하는 슬라이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 #3 : 대책
1차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을 잡는 쪽에 주력하였다. 이미 이전 슬라이드에서 1차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방향을 미리 제시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슬라이드에서는 근본원인을 해결하는 내용에 집중하였다.

기본적인 보고서의 구조나 논리는 비교적 탄탄하다. 핵심적인 논리의 흐름과 내용은 아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 보고서의 최종 결론은 경영자에게 10억원을 들여 장기간에 걸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고 종용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홍과장이야 10억원을 들여서라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과연 경영진도 그렇게 생각해 줄까 ? 고객에 대한 지표체계가 없다는 사실이 가져올 미래의 심각성을 이 레포트 몇장으로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
경험으로 미루어 의심많고 조심성있는 경영자라면 즉각적으로 OK사인을 낼리가 없다. 아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와 같은 관용어로 홍과장을 달래면서 넘어가버릴 수 있다. 이런식으로 진행이 된다면 저 보고서는 몇번이고 다시 씌여지면서 시간이 날때마다 경영진을 괴롭히는 모기같은 존재가 되버릴 것이고 경영진의 승인을 득할 때까지 3개월이나 1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경험을 매우 많이 했다. 경영진을 탓하기에 앞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보시다시피 위의 보고서에는 극적인 스토리가 없다. 그저 사실과 주장만을 담담하게(본인은 강한 어조로 썼지만 말이다)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방식의 보고서가 기업내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가장 건조한 형태의 보고서 일것이다.
자~ 이 건조한 보고서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자

충격요법 : 액센트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고서에 액센트를 준다는 것은 보고받는 사람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는 뜻이다. 그 방법은 다양하다.  경영진이 가장 싫어하는 경쟁사의 성공사례를 들먹일 수도 있고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는 외국기업의 얘기를 하기도 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것은 경영진이 들어본적이 없었던 강렬한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숫자를 그대로 제시하면서 어필할 때도 있지만 좀 더 강렬한 효과를 위해서 프레젠이션때 질문으로 바꾸어 경영진이나 청중들에게 되묻기도 한다. 수년전 인터넷 전화 도입을 위해 경영진에게 어필할 전화와 관련된 숫자를 뒤지다가 운좋게도 그 회사의 연간 국제전화 비용이 거의 1억원에 가까운것을 발견했었다.  당연히 그 회의에 참석한 임원이 국제전화 비용을 85%나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먹혀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홍과장의 경험에 의하면 고객에 대한 지표관리가 미흡한 회사에서는 손쉽게 ‘놀랄만한 숫자’를 발견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숫자들을 질문형태로 바꾸어 임팩트를 줄만한 ‘자극 슬라이드’를 준비하려고 한다.
새로운 ‘자극’ 슬라이드는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이같은 사실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대한 답변을 청중들에게 받고, 결과를 보여주어 그 차이점을 확인하게끔 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슬라이드는 위 그림과 같이 원인 슬라이드 바로 다음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처음 두장의 슬라이드는 그대로 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New Slide #3 : 자극
이 슬라이드는 ‘Do you know ?’라는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바로 앞선 원인 슬라이드에 대한 논리를 강력하게 뒷받침 한다. 만약 프레젠테이션 자리라면 각각의 타이틀에 화면전환 효과를 주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첫번째 질문만 뜨게하고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부연설명을 한줄씩 설명하는 식으로말이다.  신규고객들이 1년만에 98%가 이탈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탈률을 10%줄였을 때 연간 200억 이상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경영진은 솔깃해 질 것이다.
여기에서 두번째 질문을 날려 결정 지어라. 상위 1%이내 고객 한명의 가치가 신규고객 50명에 맞먹는다는 것을 알리고 이런 그들이 1년사이에 1/3이나 빠져나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과 심지어는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한것에 대해 경영진앞에서 한탄하라. 경영진의 머리속에는 저 천명을 놓치지 않았을 때 매월 7억 5천만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고, 그건 홍과장이 경영진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둔 서비스이다.
만약 경영진들 입에서 ‘월 7.5억원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군’이란 말이 나왔다면 다음 슬라이드에서 나올 예산 10억원쯤은 그때쯤 이미 푼돈으로 취급당할지 모른다.

질문은 저 두개로 족하다. 너무 많은 놀라운 질문을 만드려고 노력하지 말라. 어떤때는 하나의 질문으로 족한 경우도 있었고 이미 이 슬라이드에서 모든 결론이 내려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일 필요는 없다. 보고받는 사람의 성향을 감안하여 어감을 조절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lide #4 Updated : 대책
‘대책’ 슬라이드는 순전히 바로 앞선 ‘자극’ 슬라이드를 위해 몇몇 단어가 수정되었다. 앞선 슬라이드에서 자극을 받았다면 ‘이탈의 사전인지 체계’, ‘우수고객 관리’등이 여전히 머리속을 맴돌고 있을 것이고 대책 슬라이드에서도 그런것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지를 찾으려 할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슬라이드를 발표하면서 홍과장이 통탄해 마지 않았던 현재의 모든 미진한 사항들이 대책 슬라이드에 빠짐없이 기입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대책은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홍과장이 생각하기에 보고서의 색깔은 이전에 비해 좀 더 강렬해 졌고 모두가 자극을 받기에 충분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고객 지표체계를 만드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래서 지표체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추가로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삽입

사용자 삽입 이미지홍과장은 영업부장과 마케팅상무가 쉬는 시간마다 야구얘기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마침 고객 지표관리는 야구기록과 비슷한 면이 있어 이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설명하면 훨씬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액센트의 경우 기존의 슬라이드에 ‘자극’슬라이드를 만들어 삽입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보고서 내용을 야구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일단 현상에 대한 사실은 냉정하게 말하고나서 곧바로 야구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아래의 구조와 같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제 야구 이야기가 어떻게 내용에 녹아들어갈지 생각해보자. 단 이것은 독자 여러분들께도 숙제로 남겨주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더 많을 것 같다. 각자 다음 연재때까지 머리속으로 그려보고 내가 제시할 슬라이드와 비교해 보라.

Facebook Comments

10 thoughts on “건조한 보고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1. 늙은여우

    정말 기대하고 있고, 또 기대되는 글입니다.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Reply
  2. demitrio

    /all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재는 한번에 끝내려고 했는데 역시 예제를 삽입하다보니 글도 길어지고 내용도 많아졌네요 ^^

    Reply
  3. Mr.Park

    보고서만 가지고 일을 끝낼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ㅋㅋㅋ
    어째 1월도 벌써 끝나고 날 받아둔것 처럼 이렇게 답답하고
    부담스럽네요… 아마 안밖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Reply
    1. demitrio

      ㅎㅎㅎ 근데 의외로 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작업 최종 결과물로 인쇄된 종이 수십장과 한줌도 안되는 화일 몇개만 내놓고 수억원씩을 받아가는게 현실이잖아요 (저도 그중 하나고 말이죠 ^^)

      그리고 힘내세요~ 저도 그 부담감이 싫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되도록 혼자 가볍게 행동하려고 하는데요. 이도저도 쉬운건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저 긍정적이려고 노력할 밖엔~

      Reply
  4. marihuana

    오랜만에 좋은 글 읽었네요. 🙂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했답니다.
    기획서를 만들고 프리젠테이션을 가끔씩 하게 되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아마도 처음 글을 남기는 것 같은데, 애독하고 있습니다!

    Reply
    1. demitrio

      감사드립니다~ 계속 읽고만 계신 다른분들도 한번씩만 느낌을 남겨주시면 더 좋을텐데 말이죠 ㅎㅎ

      Reply
  5. 토마토2003

    깔끔 명료한 글에 늘 감동합니다 남을 설득하지 못한 보고서는 문제가 있죠…근데 늘 무식한 관리자 탓만 했던 것 같아요 요즘 고민은 교사나 강사에게 ppt 는 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Reply
    1. demitrio

      제 생각에도 교사나 강사의 PPT는 일반적인 보고서 개념하고는 아주 다릅니다. 일단 보고서형식에 비해 자유도가 높죠. 보고서는 다른 사람이 감놔라 배놔라를 하는 바람에 주도권이 전적으로 나에게 있지 않았는데 교사나 강사는 전적으로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습니다. 이런경우가 스티브잡스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가능하게할 최소 조건이죠.
      이제부터는 ‘설득’이라는 단어보다는 ‘전달’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게 됩니다. 그건 논리싸움과 같은 딱딱함보다는 훨씬 소프트하고 감성적이죠. 그러나 이 ‘전달’이라는 경우에도 듣는 사람의 ‘신뢰’을 초반에 얻어야 청중들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강의는 머리에 쏙쏙 들어오잖아요 ^^ 처음 강사를 접하는 청중의 대부분은 대개 냉정하고 시니컬하기 마련이거든요

      Reply

늙은여우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