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4가지 Skill-Tree : ③ 분석과 판단

By |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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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석과 판단의 과정

지난 연재에서의 4가지 스킬트리를 기억하는가. 이 중 ‘분석과 판단’이 기획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데, 과제를 부여받은 후 프레젠테이션까지의 과정을 100이라고 한다면 분석과 판단 부분에 40을 투자하라고 했었다. 

‘분석과 판단’  과정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3단계로 볼 수 있다.

① 과제를 부여받는다
② 정보를 모아 분석한다
③ 분석을 토대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간단해 보이고 당연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기획자마다 기량의 차이가 가장 현격하게 벌어지는 스킬셋이다.  과제를 부여받는 첫번째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제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전의 연재물에서 나는 이것을 식당에서 정확하게 주문을 받는것과 같다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과제는 일련의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들이라고 한바 있다. 과제의 핵심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이상한 방향으로 보고서가 흘러가는 사례는 셀수 없이 많다. 과제와 관련된 인물들이 누구인지 대상을 파악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질문과 답변 형태로 정리해 본다.

명확하게 주제파악이 되었다면 이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여 읽고 분석할 차례이다.  정보의 수집은 과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덤으로 그들이 가진 자료나 정보들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이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언론사, 협회, 업체 등에서 자료들을 얻는다.
수집된 자료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많은 자료가 수집되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나 역시 같은 폴더내에 너무 많은 자료를 모아두어 나중에 실제로 필요한 자료만을 신속하게 뽑아내는 것이 너무 괴로웠던 기억이 여러번 있었다. 영향력이 떨어지는 자료는 버리던가 다른 폴더를 만들어 제외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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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과정은 범죄수사와 같다. 용의선상에 대안들을 배열하고 범위를 좁혀가라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결론은 어느순간  마음속으로 떠오른다.  기획자의 마인드는 범죄를 수사하는 형사의 그것과도 같다. 사건발생 직후 수사관은 사건현장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주변인물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사건의 실체를 스스로 그려보게 된다. 그리고 용의선상에 여러 주변인물들을 올려놓는다.  처음엔 많은 인물들이 오르게 되지만 한명한명이 용의선상에서 탈락한다. 수사관은 이전의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본다. 이윽고 민완형사의 머리속엔 여러가지 정보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남게 되며,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조사를 통하여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려고 한다.

기획자들도 정확히 이와 마찬가지의 과정을 밟게 된다. 주변인물들의 탐문수사와 용의자 색출,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용의자들이 나오고 이들이 계속 제외되는 과정이다. 우리도 주어진 과제에 대하여 여러가지 가능성 있는 대안들을 나열해 보고 이중 하나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안맞는 대안을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

범죄수사와 다르게 비즈니스 문제엔 범인(=정답)이란 없다.  다만 여러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길을 가는 것이다. 그 판단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결과로 나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같은 길을 선택한 서로 다른 기업이라 하더라도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석과 판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획자의 역량과 자질은 가능성 있는 최대한의 대안들을 뽑아보고 그것을 현실의 제약조건에 따라 간추려 내는 것이다.

2. 세가지 Skill

위에서 설명한 3단계 과정에서 필요한 Skill-Set는 대략 세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첫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인데 모든 단계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며 또한 가장 파워풀하다. 주제의 파악에서부터 정보수집, 결론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거나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혼자 끙끙 앓으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데 이 때문에 남들의 다양한 경험을 정보로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고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능력을 높일 수 있는 어드밴티지를 가질 수 있지만 단순히 여러 사람과 대화를 오래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것은 아닌것 같다. 무의미한 대화를 오래 나누는 것 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핵심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요점이다. 
또한 ‘분석과 판단’ Skill-Tree내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설득하고 말하는 것보다 질문하고 듣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내가 원하는 얘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국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두번째 능력은 ‘정보수집과 분석’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수집된 정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앞서 말한 용의선상에 용의자들을 배열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는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추상적인 작업이며 자신의 상상력, 논리력 등을 총동원해야 하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능력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의 폭’이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된 마인드와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편집증 환자와 같은 집요함이 동시에 필요하다.
여기에 ‘데이터 분석능력’이 추가되면 내 생각엔 금상첨화이다. 최근의 기업활동의 경향으로 볼 때 마케팅이나 전략기획 부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서에서 대량의 데이타들을 다뤄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IT부서에 의뢰하거나 기업내의 분석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담당자들은 비정형적인 비즈니스 패턴에 대해서 분석하고 싶어한다. 대량의 데이타를 스스로 다룰줄만 안다면 기획자로서 엄청난 강점을 가지게 된다. Excel과 같은 스프레드시트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타베이스를 다룰줄 아는 것이 목적이다.

세번째 능력은 ‘업무지식’으로 아주 기초적인 요구이다. 일차적으로는 회사전체의 업무기능을 두루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부서의 업무만으로는 종합적인 사고를 하고 다른 부서와 의사소통을 해내기 힘들다. 적어도 주요 비즈니스 기능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어느 기업이나 공통적으로 가지는 업무 기능은 재무,회계와 같은 숫자를 다루는 일이다. 대부분의 보고서는 결국 최고경영자에게로 올라갈 수록 결론을 숫자화 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전의 연재물에서 보고서의 대의명분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숫자(=돈)라고 하였다. 여러분이 재무부서와는 상관없는 게임개발자나 네트웍 엔지니어라 할지라도 재무적인 마인드를 가지고있는것과 그렇지 않은것과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다.
프레젠테이션에 단골로 참가하는 멤버중 하나는 재무팀장이나 CFO(Chief Financial Officer : 재무담당 임원)이고 그들은 언제나 결론을 숫자화 시키려고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3. Skill Level

‘분석과 판단’ 스킬셋의 수준을 내 나름대로의 경험에 의해 아래와 같이 3계층으로 간단히 구분해 보았다.  자신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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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레벨은 역시 아무 판단도 내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부제는 로봇(Robot)이다. 즉, 스스로 판단할 능력은 없는 사람이다.  경험이 전무한 입사 1~2년차의 초보기획자들은 당연히 여기에 속하겠지만 대리, 과장명함을 가지고도 이 부류에 속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 속해 있는 부류의 사람들은 어떤 일이 닥치게 되면 처음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의 머리속에 그리지 못한채 비슷한 예전의 사례를 찾아서 그걸 조금 수정해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금 여유있는 기업의 직원이라면 대신 생각을 해주고 기획해줄 사람들(보통 컨설턴트)을 고용하려고 하거나 받은 공을 남에게 넘기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여기에 속한 사람들의 속성은 대부분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마치 로봇과 같이 외부의 입력을 받아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신입사원들이 주의할 점은 처음 1~2년은 이 레벨에서 선배들이 시킨대로 하는것이 일반적이겠지만 그런 환경에 젖어버리거나 해서 아예 수동적인 모드로 고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가장 최악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서인 ‘결론없는 문서’는 주로 이 수준에 속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다.  재미있는 것은 이 레벨에 속한 간부급 사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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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레벨은 눈가리개를 달고 달리는 말(Horse)과 같이 판단은 명확하지만 시야는 좁은 사람이다. 다른 부서 등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서가 다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공격당하는 경우가 잦다.
어차피 ‘분석과 판단’스킬은 생각의 스케일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문제이다. 내가 아는 업무지식이 나와 팀내의 업무로 한정되어 관련팀이 역할을 잘 알지 못하거나, 정보수집의 범위가 좁거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특정 몇몇의 말만 듣고 대안을 떠올리고 판단을 내리려 한다면 아무래도 협소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판단은 전혀 내리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발전할 소지가 많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레벨에 오래 머물러서 심화되었을 경우 외곬수로 흐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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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레벨인 Level 3에 해당하는 사람은 높게 날면서 벌판 전체를 바라보면서 먹이감을 찾아내는 독수리와 같이 넓은 안목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내 업무 뿐만 아니라 팀의 역할, 회사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더 나아가서는 이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떤식으로 움직이는지 간파하고 있다. 이 정도의 시야를 가진 기획자라면 자신이 내놓은 기획안이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발전할지 그에 대한 위협요인은 무엇인지, 이 기획안에 따라 다른 부서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며 그 대책들을 기획서에 담을 수 있다.
나도 여러 회사의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 한 회사에 많으면 두세명쯤은 있다. 이 단계에 이른 사람이 내놓은 기획서는 다른 팀에서도 기본적으로 존중받는다.

기획자의 분석과 판단 레벨에 따른 예를 들어보자

쇼핑몰의 마케팅팀에서 내놓는 프로모션 기획안은 항상 물류, 고객서비스팀 등 지원부서의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시야가 좁은 Horse 레벨의  마케터라면 자신의 프로모션 기획안이 물류나 고객서비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해 항상 공격받는 것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Eagle 레벨의 기획자는 지원부서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하여 물류, 고객서비스 대책까지 보고서에 밝힌다. Robot 레벨의 기획자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지금까지 했던 프로모션 기획안 중 괜찮아 보이는것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agle레벨 기획자들은 보통 주변에서 걱정하거나 질문할만한 사항들에 대한 방어준비가 되어 있고 이때문에 참석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시작한다. 한번 신뢰를 얻어내면 이 신뢰는 지속적으로 조직내에 머무르게 된다. (이점이 중요하다) 반면에 Robot과 Horse들은 잘하고 있는데도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된다.

각 레벨에 따른  업무지식, 분석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한 예를 들었지만 그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매우 높지만 업무지식이나 분석능력이 현저하게 낮아 ‘Robot Level’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업무지식이나 분석력은 막강하지만 외곬수적인 성격으로 ‘Horse Level’ 로 판정받는 엔지니어도 있을 것이다. 세가지 스킬에 대한 균형있는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바란다.

다음 시간엔 업무지식, 정보수집과 분석, 커뮤니케이션 이 세가지 스킬에 대한 트레이닝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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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기획자의 4가지 Skill-Tree : ③ 분석과 판단

  1. 김군

    좋은 내용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내용중에는 robot-horse-eagle의 비유가 다른 분들에게도 가장 눈에 확 띄는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비유가 너무 명쾌해서.ㅋ

    robot에 머무르지 않도록 무진 애를 쓰는데, 잘해야 horse까지 올라갈락 말락 이네요 ㅠ_ㅠ 더군다나 제한된 시간안에서는 robot처럼 행동하고픈 욕망을 버리기가 힘들지요.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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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 감사합니다~ 여러회사를 다니다보면 과-차장급 이상의 로봇들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답니다 ㅎㅎ 그냥 현실에 안주해버리면 1-2년안에 그렇게 되어버리죠 그런걸 목격할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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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송은수

    안녕하세요~ 데미트리오님~
    제가 취업 준비 학원에서 스킬셋 관련해서 ppt로 도식화해서 제출했는데, 그 때 데미트리오님이 뽑으신 내용을 바탕으로 적어서 제출했습니다. 출처 표기를 생각을 못해서 안 적고 냈습니다..ㅠㅠ 또 미리 이 글을 참고해도 되는지 문의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학원에서는 수강생, 선생님, 매니저님이 공유해서 볼 수 있고요. 공개적으로 홈피에 올라와 있지는 않습니다.

    혹시 문제가 되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 잘 보내시고, 내일 어린이날 푹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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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은수

      안녕하세요 데미트리오님~
      다행히 ppt 도식화 내용의 출처에 데미트리오님의 지금 페이지를 남겼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점 까먹지 않고 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ppt는 노션 제 포트폴리오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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